브라질 헤알 약세에 설탕값 하락 압박

미국 뉴욕과 런던 선물시장에서 설탕 가격이 16일(현지시간) 하락 마감했다. 10월 인도분 뉴욕 세계 설탕 11호(SBV24)는 전 거래일보다 -0.51달러(-2.56%) 내린 채 장을 마쳤고, 10월물 런던 ICE 백설탕 5호(SWV24)도 -10.40달러(-1.87%) 하락했다.

2026년 5월 1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설탕 가격은 브라질 헤알이 달러 대비 3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헤알 약세는 브라질 수출업체들의 달러 환산 수익 기대를 바꾸며, 최근 급등했던 설탕 선물에서 차익 실현과 장기 매수 포지션 청산을 자극했다. 선물시장에서 ‘롱 청산’은 가격 상승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보유 물량을 되파는 것으로, 통상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설탕 시장은 이번 주 초부터 가파른 반등세를 이어가며 목요일에는 6주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다만 브라질의 기상 악화와 생산 차질은 여전히 강세 재료로 남아 있다. 브라질 최대 산지인 상파울루주에서는 가뭄과 극심한 더위로 대형 산불이 잇따르며 사탕수수 작황이 훼손됐다. 사탕수수 업계 단체 오르플라나(Orplana)는 지난 주말 최대 2,000건의 화재가 상파울루주의 최대 8만 헥타르에 달하는 사탕수수 재배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린풀 커머디티 스페셜리스트는 화재로 최대 500만 미터톤(MMT)의 사탕수수가 손실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브라질 정부의 작황 전망기관인 코나브(Conab)도 지난 15일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2024/25년 설탕 생산 전망치를 4,270만 미터톤에서 4,200만 미터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코나브는 가뭄과 고온으로 사탕수수 수확량이 줄어든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설탕 가격을 떠받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국제설탕기구(ISO)가 2024/25년 전 세계 설탕 수급이 -358만 미터톤의 공급 부족을 나타낼 것이라고 16일 전망한 점이 있다. 이는 2023/24년의 추정 적자 -20만 미터톤보다 훨씬 큰 규모다. ISO는 2024/25년 전 세계 설탕 생산량이 1억7,930만 미터톤으로, 2023/24년의 1억8,130만 미터톤에서 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탕 공급 부족은 수요가 유지될 경우 가격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재료로 평가된다.

인도의 정책 변화도 가격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인도 식품부는 11월에 시작되는 2024/25 회계연도 동안 설탕 공장의 에탄올 생산 제한을 완화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인도의 설탕 수출 제한이 더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도는 지난해 12월 국내 비축 물량을 늘리기 위해 사탕수수를 에탄올로 전환해 쓰는 것을 중단하라고 설탕 공장에 지시한 바 있다. 또 인도는 국내 공급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2023년 10월부터 설탕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인도는 2022/23 시즌에는 기록적인 1,110만 미터톤 수출을 허용했지만, 2023/24 시즌에는 9월 30일까지 610만 미터톤만 수출을 허용했다.

반면 브라질의 생산 회복은 설탕 가격에 부담이 되는 요소다. 브라질 설탕업계 단체 유니카(Unica)는 2024/25 마케팅 연도 기준 8월 중순까지 브라질 중남부의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난 2,391만 미터톤이라고 14일 발표했다. 생산량 증가 자체는 공급 확대 기대를 키워 가격 상승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인도의 몬순 강우가 평년을 웃돌면서 대풍작 기대가 커진 점도 약세 재료로 꼽힌다. 인도 기상청은 8월 19일 기준 현재 몬순 시즌 누적 강수량이 632.5mm로, 장기 평균 611.8mm보다 3% 많다고 12일 밝혔다. 인도의 몬순은 6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강우가 충분하면 사탕수수 생육에는 도움이 되지만, 작황이 풍작으로 이어질 경우 설탕 공급 증가 기대가 커져 가격을 누를 수 있다.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 제조업자협회(ISM)는 지난 7월 3일 인도의 2023/24년 설탕 재고가 910만 미터톤이며, 공급 과잉은 360만 미터톤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관은 5월 13일 2023/24년 10월~4월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6% 감소한 3,140만 미터톤이라고 보고했다. 또 7월 30일에는 2024/25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2% 줄어든 3,331만 미터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태국의 이상고온은 설탕 시장에 다시 강세 재료를 제공하고 있다. 태국 기상청은 5월 6일 태국 77개 주 가운데 30여 개 이상에서 4월 평균 최고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일부 지역은 1958년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태국 설탕 제분업체들은 올해 분쇄 사탕수수의 수율이 최소 13년 만에 가장 낮다고 보고하고 있다. 다만 태국 정부는 4월 22일 2023/24년 12월~4월 17일 설탕 생산량을 877만 미터톤으로 추정했으며, 이는 2월 태국 설탕 제분업체협회가 제시한 750만 미터톤 전망보다 높은 수준이다. 태국은 세계 3위의 설탕 생산국이자 2위의 수출국이다.

미 농무부(USDA)는 지난 5월 23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4/25년 세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 늘어난 1억8,602만4,000미터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세계 인간 소비용 설탕 소비량은 0.8% 증가한 1억7,878만8,000미터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USDA는 2024/25년 세계 설탕 기말재고가 전년 대비 4.7% 감소한 3,833만9,000미터톤으로, 13년 만의 최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공급 확대와 수급 불균형이 맞물리면서 설탕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해석 측면에서 보면, 이번 설탕 가격 하락은 브라질 헤알 약세에 따른 기술적 조정 성격이 강하지만, 중기적으로는 브라질 산불과 가뭄, 인도 수출 규제, 태국 고온 등 공급 측 불안이 여전히 가격 하방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이자 수출국 중 하나로, 상파울루주의 작황 차질은 국제 원당 가격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브라질 통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거나, 인도의 수출 제한이 더 길어질 경우 설탕 선물은 재차 반등할 여지도 있다. 다만 USDA와 ISO의 생산·재고 전망을 함께 고려하면, 향후 설탕 시장은 공급 부족 우려와 생산 회복 기대가 충돌하는 구간에서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