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로이터) — 이란 전쟁이 12주 차에 접어들고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실물경제에 미칠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런 걱정이 현재 활황을 보이는 주식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2026년 5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금융시장은 지정학적 긴장, 에너지 가격, 중앙은행 정책, 기업 실적이 한꺼번에 맞물리는 상황을 맞고 있다. 샘얼 인딕, 루시 레이타노, 아만다 쿠퍼(런던), 레이 위(싱가포르), 루이스 크라우스코프(뉴욕)가 정리한 이번 주 주요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쳤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회담을 두고 시장이
“전략적으로는 안도감을 주지만, 내용 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
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 초에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파리에서 회동한다. 이 자리에서는 이란 교착 상태부터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유가 급등, 최근의 글로벌 채권시장 변동성까지 폭넓은 의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이란 분쟁에 어떤 해결 조짐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국제유가 지표는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은 결국 평화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에 손상을 남길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채권시장은 영국에서 일본, 미국에 이르기까지 인플레이션 지표 상승, 정치적 불안, 그리고 무엇보다 금리 경로에 대한 투자자 기대의 급격한 변화에 흔들리고 있다. 여기서 채권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 가격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반도체와 소매업 실적에 쏠리는 눈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시즌은 막바지로 향하고 있으며, 다음 주에는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Nvidia)와 월마트(Walmart)를 비롯한 소매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에 사용되는 칩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이다. 최근 주식시장을 이끌어온 AI 테마의 핵심 기업인 만큼, 엔비디아의 수요일 실적은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가늠할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AI 열풍은 이미 반도체 업종 전반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또 월마트와 함께 홈디포(Home Depot), 타깃(Target), TJX 코스(TJX Cos) 등의 실적을 통해 전쟁 관련 인플레이션이 소비지출을 압박하고 있는지 확인하려 할 것이다. 소매업은 가계의 체감경기를 직접 보여주는 업종이어서, 매출과 마진 흐름은 소비 여력을 판단하는 핵심 단서가 된다. S&P 500의 실적은 LSEG IBES 기준으로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8%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 다우닝가의 정치적 균열
영국의 고용시장과 물가 지표는 정치인과 정책당국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시장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벌어질 정치적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이달 지방선거에서 집권 노동당이 참패한 뒤, 키어 스타머 총리에 대한 리더십 도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채권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이란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충격은 이미 글로벌 채권시장을 뒤흔들고 있으며, 여기에 국내 정치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셈이다.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은 목요일 사임했으며, 이는 향후 당내 권력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보다 좌파 성향의 총리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는 영국의 취약한 재정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길트(gilt)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길트는 영국 국채를 뜻하며, 채권 수익률이 상승한다는 것은 정부 차입 비용과 금융시장 긴장이 함께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8년 만의 최고치 부근에 머물고 있다. 수요일 발표될 물가 지표가 또 한 번의 상승세를 보이고, 시장이 올해 영란은행(BoE)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더 강하게 반영한다면, 길트 매도세는 더 이어질 수 있다.
4/ 미국과 유럽 증시 격차, 더 벌어질까
다음 주 실적 시즌의 주인공은 엔비디아지만, 실적이 어떻든 투자자들은 그 반응이 미국과 유럽 주식 간의 벌어진 격차를 더 확대할지, 아니면 일부를 메울지를 지켜볼 전망이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 차질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미국보다 높은 유럽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대형 기술주들이 견조한 실적을 내놓고 있는 반면, 유럽 소비자는 점점 더 약해지고 있어 양 지역 증시의 차별화가 심해지고 있다.
S&P 500은 올해 들어 8.8% 상승한 반면, STOXX 600은 3.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란 전쟁이 본격화한 지난 2월 말 이후만 놓고 보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3월과 4월 두 달 동안 S&P 500은 8.3% 올랐지만, STOXX는 3% 하락했다. 에너지 충격과 경기 둔화 우려가 유럽 증시에 더 무겁게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5/ 유가 상승의 비용
화요일 발표되는 일본의 1분기 성장률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 얼마나 부담을 줬는지 보여주는 초기 신호가 될 수 있다. 아시아 각국 당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성장 하방 위험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주시하고 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수치는 향후 통화정책 판단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어서 일본의 무역지표와 물가 통계도 주 후반에 발표될 예정이며, 물가 상승세가 확인될 경우 일본은행(BoJ)의 조만간 금리 인상 명분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는 월요일 중국의 주택가격과 소매판매 지표가 예정돼 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부동산 시장 부진과 미약한 내수 소비에 계속 시달리고 있으나, 전반적인 성장 모멘텀은 아직 일부 회복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픽: 크리파 자야람 / 편집: 아만다 쿠퍼, 존 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