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위험회피 국면으로 돌아섰다. 한국 증시의 급락이 기술주 전반을 끌어내리며 아시아를 넘어 주요 지역 증시에 부담을 줬고, 호르무즈해협의 차질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2026년 5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결과를 평가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 국채 수요 부진으로 글로벌 채권금리까지 동반 상승했다고 전했다. Deutsche Bank 전략가들은 오전 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을 ‘전혀’ 열어둘 필요가 없다고 말한 뒤 시장은 모멘텀을 잃었다”
고 밝혔다.
한국 코스피 급락, 반도체주 동반 하락
아시아 증시는 한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밀렸다. 코스피는 6.1% 급락해 장중 한때 8,000선을 웃돌았지만,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번 하락은 최근 강세를 보였던 글로벌 반도체 종목 전반으로 번지며 차익 실현 매물을 자극했다. 삼성전자는 8.6%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7.7% 내렸다. 미국 프리마켓에서는 메모리칩 제조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2.2% 밀렸다.
중국 본토 증시는 아시아 지역의 전반적인 약세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다만 시장 전반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기술주와 반도체주에 대한 압박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위험회피 장세는 투자자들이 성장주보다 안전자산이나 방어주를 선호하는 흐름을 뜻한다.
미국·유럽 증시 선물도 약세
아시아 증시의 급락 이후 미국 증시 선물도 하락했다. S&P 500 연계 선물은 0.8% 내렸고, 나스닥 100 선물은 약 1.1% 하락했다. 유럽 주요 시장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독일 DAX는 1.2% 하락했고, 영국 FTSE 100과 프랑스 CAC 40도 각각 약 1%씩 밀렸다.
최근 몇 주간 이어진 강한 랠리 이후 투자자들의 열기가 다소 식은 가운데,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국채금리 상승이 주식시장에 추가 부담을 주고 있다. 영국에서는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의회 공석으로 인해 다시 내부 압박을 받는 가운데, 그 공석이 맨체스터 광역시장 앤디 번햄의 하원 진출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정치적 변수도 주목받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우려 속 유가 3% 상승
국제유가는 금요일 약 3% 상승하며 주간 기준으로도 강한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닫힌 상태를 유지하고 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에너지 수송 차질 우려가 다시 커졌다. 브렌트유 선물은 2.9% 오른 배럴당 108.75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3.2% 상승한 배럴당 104.42달러를 기록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 수출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핵심 해상 통로다. 따라서 이 지역의 긴장 고조는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으로 직결될 수 있다. Tamas Varga PVM Oil Associates 애널리스트는
“현재 매우 낮은 원유 재고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초점은 점차 수요 파괴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3월이나 4월 수준의 고점을 다시 보려는 움직임은 주저되고 있다. 물론 긴장이 더 고조될 경우 급등은 배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트럼프-시진핑 회담, 제한적 단서만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 2시간이 넘는 장시간 회담을 마친 뒤 에어포스원으로 베이징을 떠났다.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정책 발표가 많지 않았지만, 두 정상의 분위기가 이전보다 부드러워졌다는 평가가 투자심리를 일부 지지했다. Vital Knowledge의 애덤 크리스아풀리 애널리스트는
“트럼프의 이번 방중에서 나온 헤드라인 중 어떤 것도 서사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모두 이란과의 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고 말했고,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양측이 “환상적인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회담 결과를 “일련의 새로운 공동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무역 긴장이 더 완화될 수 있다는 신호에도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고, 중국 관영매체는 시 주석이 미국 기업인들에게 중국의 “대외 개방의 문이 점점 더 넓게 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경계 심화
주요 국가의 국채는 일제히 매도 압력을 받으며 금리가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위험과 중앙은행 정책 경로를 다시 점검하는 가운데 나타난 흐름이다. Deutsche Bank 전략가들은
“미국 금리 분위기는 최근 몇 주간 재무부가 입찰 규모를 늘린 가운데 최신 단기국채(T-bill) 입찰 수요가 미지근했던 점 때문에도 지지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4.05% 위로 올라섰고, 10년물 국채금리는 4.52%에 근접했다. 일본에서는 생산자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일본은행이 추가 긴축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가 강화됐고, 20년물 국채금리는 1996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유럽 국채선물도 동반 하락했다.
향후 시장 관전 포인트
이날 장세는 반도체주 차익 실현, 중동 지정학 리스크, 국채금리 상승이 동시에 겹치며 위험자산 전반을 압박한 흐름으로 정리된다. 특히 한국 증시의 급락은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심리적 충격을 줬고, 미국 기술주 선물 약세로도 이어졌다. 반면 유가 상승은 에너지 업종에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원가 부담과 인플레이션 재자극 우려를 함께 키울 수 있어 시장에는 복합적인 신호로 작용한다. 이날 이후 투자자들은 미국의 4월 산업생산과 5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를 통해 경기 둔화 여부와 제조업 체력을 가늠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