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CLM26)은 월요일 3.24달러(3.07%) 오른 108.92달러에 마감했고, 6월물 RBOB 휘발유 선물(RBM26)은 0.0588달러(1.59%) 상승했다.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월요일에 가파르게 뛰었으며, 원유는 3주 만의 최고치, 휘발유는 근월물 기준으로 약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원유 시장은 중동 정세 악화와 공급 차질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2026년 5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원유 가격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할 수 있다는 의구심 속에 급등했다. 이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상태로 만들며 글로벌 원유 공급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다만 월요일 오후 장외거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의 요청에 따라 화요일로 예정됐던 이란 공습을 취소했다고 밝히면서 배럴당 2달러 이상 급락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로, 이곳의 차질은 국제 에너지 가격 전반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
시계가 똑딱이고 있다
”며 “평화 협상에 빨리 나서지 않으면 그들에 대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강경한 표현을 썼고, 이것이 유가 상승을 자극했다. 동시에 이란은 초안 수정에도 불구하고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의 요구가 “과도하고 비현실적”이라고 반발했다. 시장에서는 외교적 해법 가능성이 약해질수록 단기적인 공급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가격에 반영하는 분위기다.
중동 전반의 지정학적 긴장도 유가를 떠받쳤다. 로이터는 파키스탄이 상호방위 협정의 일환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병력 8,000명과 전투기 편대, 방공 시스템을 배치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는 사우디가 추가 공격을 받을 경우 지원할 수 있는 “상당한 전투 가능 전력”으로 묘사됐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일요일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내 전력 시설에서 드론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영공에 진입한 드론 3대를 요격·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중동 에너지 인프라 전반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며 원유 시장의 위험 프리미엄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원유 상승세를 일부 제한한 요인도 있었다. 이란 준공식 통신사 타스님은 미국이 최종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이란산 원유 제재에 대해 임시 면제를 제안했다고 보도했으며,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원유 가격은 잠시 하락했다. 임시 면제는 제재를 완전히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간 동안 유예하는 조치로, 실제 시행 여부와 범위에 따라 시장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전쟁과 제재, 협상 변수가 동시에 얽힌 상황에서는 단기 뉴스 하나만으로 추세가 쉽게 뒤집히는 불안정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수요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간 보고서에서 3월과 4월 전 세계 관측 원유 재고가 하루 약 40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히고, 다음 달에 분쟁이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는 또 지난주 목요일, 이번 분쟁 동안 80개가 넘는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동 산유국의 생산 정상화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하며, 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
공급 차질의 폭도 상당하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이 약 하루 1,450만 배럴가량 줄었고, 현재 혼란으로 전 세계 원유 비축분에서 약 5억 배럴이 빠져나갔다고 추정했다. 이 수치는 6월까지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또한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저장 시설 포화로 인해 생산량의 약 6%를 줄여야 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급 회복이 지연될수록 정제마진과 현물 프리미엄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은 감산 완화 기조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OPEC 대표단은 지난주 목요일 향후 수개월에 걸쳐 원유 쿼터 인상을 이어가고, 2023년에 시행했던 165만 배럴 감산분의 복원을 9월 말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OPEC+는 5월 3일 6월 산유량을 하루 18만8,000배럴 늘리기로 했고, 5월에도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한 바 있다. 다만 중동 전쟁으로 주요 산유국들이 오히려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실제 증산 계획은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OPEC의 4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42만 배럴 줄어든 2,055만 배럴로, 3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감시업체 Vortexa는 월요일, 최소 7일 이상 정박한 탱크선에 저장된 원유가 5월 15일로 끝난 주에 전주 대비 2.7% 증가한 1억511만 배럴이라고 집계했다. 이는 선박에 머무는 재고가 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실제 수급 압박을 완화하기에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탱크선 저장 원유는 육상 저장시설이 부족하거나 항로가 막혔을 때 활용되는 임시 비축 형태로, 물류 병목과 지역 간 재고 불균형을 드러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에너지 시장의 또 다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 중재 회담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조기 종료됐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가 영토 요구를 수용하기 전에는 장기적 타결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와 수출 제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국제 유가에는 추가적인 강세 재료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은 지난 10개월 동안 최소 30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했으며,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고 세계 공급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4월에는 최소 21건의 공습이 러시아 정유소와 수출 터미널, 송유관 인프라를 타격했고, 러시아의 평균 정유 가동률은 하루 469만 배럴로 16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회사, 인프라, 탱커 제재가 더해지면서 러시아산 원유의 시장 접근성은 더욱 낮아졌다.
미국의 재고와 생산 지표도 시장 해석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지난주 수요일 EIA 자료에 따르면 5월 8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0.3%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4.3%, 증류유 재고는 9.4% 각각 5년 평균을 밑돌았다. 이는 미국 내 연료 재고가 평년보다 타이트하다는 뜻이며, 여름철 이동 수요가 확대될 경우 가격 상승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71만 배럴로 전주 대비 1.0% 증가했지만, 11월 7일 주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1,386만2,000배럴에는 미치지 못했다.
베이커휴즈는 지난주 금요일 5월 15일로 끝난 주의 미국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 수가 5기 늘어난 415기라고 발표했다. 이는 12월 19일 주의 406기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지만, 2022년 12월 기록한 5년 반 만의 최고치 627기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시추기 수는 향후 미국 셰일오일 생산 흐름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현재처럼 정체된 수준이 이어지면 미국의 공급 확대 속도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시장은 중동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OPEC의 증산 기조, 미국 재고 흐름이 동시에 충돌하는 복합 변수 속에서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급등은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격을 주도하고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실제 공급 회복 속도와 제재 완화 여부가 유가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련 설명: WTI는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를 뜻하는 세계적 기준유이며, RBOB 휘발유는 미국 휘발유 선물의 대표 지표다. 근월물은 가장 가까운 만기 계약을 뜻하며, 시장의 단기 수급과 심리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 따라서 근월물 가격이 빠르게 오를수록 실제 수급이 타이트하다는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