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메타의 왓츠앱 통한 AI 경쟁 차단에 임시조치 경고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에 대해 왓츠앱(WhatsApp)을 통한 인공지능(AI) 경쟁사를 차단하는 행위에 대해 임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이는 EU 집행위원회가 메타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집행위는 메타에 대해 이의 제기 통지(statement of objections)를 발송했으며, 경쟁사들에게 심각하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임시 조치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26년 2월 9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브뤼셀 발로 전해진 이번 조치는 메타가 왓츠앱 플랫폼에서 AI 경쟁사들의 접근을 사실상 차단하는 새 정책을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로이터 통신의 푸 윤 치(Foo Yun Chee) 기자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사안이 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건의 핵심 내용은 메타가 2026년 1월 15일자로 왓츠앱에 적용한 정책 변경이다. 해당 정책은 왓츠앱에서 오직 메타의 AI 비서(Meta AI assistant)만 허용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다른 기업이 제공하는 챗봇이나 AI 기능의 유통 채널을 제한했다는 점이다. 집행위는 메타가 이 같은 조치로 경쟁사들이 왓츠앱을 통해 사용자에게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막아 경쟁을 불공정하게 축소할 위험이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 활발한 분야에서의 실효적 경쟁을 보호해야 한다. 이는 지배적 기술 기업들이 불법적으로 그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EU의 반독점 수장 테레사 리베라(Teresa Ribera)가 성명에서 밝혔다.

집행위는 성명에서 임시 조치의 신속한 도입을 고려하는 이유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경쟁사들의 왓츠앱 접근을 보전하여 메타의 새 정책이 유럽에서 경쟁에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집행위의 임시 조치 부과 여부는 메타의 답변 및 변론권 보장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메타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EU의 개입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은 앱스토어, 운영체제, 기기, 웹사이트 및 산업 파트너십을 통한 다양한 AI 옵션이 존재한다며, 집행위가 왓츠앱 비즈니스 API(software)를 주요 유통 채널로 잘못 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타가 말한 WhatsApp Business API는 기업들이 왓츠앱을 통해 고객과 자동화된 메시지나 고객지원 챗봇을 연동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이다. 집행위는 해당 API를 통한 접근 제한이 경쟁사들의 서비스 유통에 실질적 제약을 준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조사 배경 및 국제적 맥락

이번 EU 조사와 집행위의 조치 검토는 유럽연합이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에 대해 반독점 규제를 강력히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행보는 이탈리아 경쟁 당국이 2025년 12월에 취한 유사한 조치와 유사하며, 브라질에서는 지난달(2026년 1월) 한 법원이 같은 문제로 제기된 임시조치를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용어 설명 및 제도적 의미

임시 조치(Interim measures)란 본안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시장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이 긴급히 취하는 규제적 개입을 의미한다. 이는 향후 최종 제재나 처분과 별개로 경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보호적 수단이다. 또한 statement of objections(이의 제기 통지)는 당국이 기업에 법 위반 혐의를 공식 통지하고 반박할 기회를 주기 위해 발송하는 문서이다.


전문적 분석과 향후 파장 전망

이번 사안은 단기적으로는 메타와 AI 서비스 제공자 간의 플랫폼 접근 경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EU가 임시 조치를 부과할 경우 왓츠앱을 통해 경쟁사들이 AI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하게 되어, 유럽 내 AI 챗봇 생태계의 경쟁적 다원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유럽 시장에서 중소·중견 AI 기업들의 시장 진입 기회를 보호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EU의 엄격한 조치가 현실화되면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은 유럽 내 정책 설계에 보다 신중해질 것이며, 플랫폼별로 차별적 우대 정책을 도입할 때 규제 리스크를 더 크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는 플랫폼 기반의 독점적 유통 채널에 의존하던 비즈니스 모델을 재검토하게 만들고, 대체 유통 채널(앱스토어 외 링크, 웹기반 서비스 등)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촉발할 수 있다.

금융·자본시장 관점에서 보면 즉각적인 주가 영향은 기업의 사업 구조 및 규제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규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메타의 투자자들은 플랫폼 수익성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할 것이며, 특히 플랫폼 내 유료화 전략과 제3자 서비스 연계 수익(예: 광고·구독·비즈니스 API 이용료)에 대한 전망이 신중해질 수 있다. 반면, 경쟁이 확대될 경우 AI 서비스 공급자들의 성장 가능성은 높아져 관련 스타트업이나 기술주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정책·법률 측면에서는 이번 조사가 향후 EU의 디지털 단일시장 규율과 연계되어 더 넓은 범위의 플랫폼 규제 논의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플랫폼의 자체 서비스 우대 행위(self-preferencing)를 규율하는 법적 기준과 집행 관행이 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결론

EU 집행위의 이번 경고 및 임시조치 검토는 디지털 플랫폼 규제의 실효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메타는 현재 EU의 이의 제기에 대해 답변할 기회를 갖게 되며, 집행위의 최종 결정은 메타의 답변과 법적 절차에서의 방어권 보장에 달려 있다. 이번 사안의 처리 결과는 유럽 내 플랫폼 경쟁의 향방뿐 아니라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정책 설계 및 시장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