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가 28일 걸프 지역의 적대 행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동안 이어졌던 상승 흐름을 멈추고 신중한 움직임을 보였다. 새로운 미국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단기 평화 합의에 대한 낙관론을 다시 점검하게 됐고, 동시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를 앞두고 채권과 금리에 대한 경계심도 커졌다.
원유 가격은 2%가량 반등했고 미 국채 수익률은 소폭 상승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교통을 복구하는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란 측 보도를 일축한 데 이어, 추가 군사 타격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복합적인 신호를 던졌기 때문이다. 2026년 5월 28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전면적인 긴장 완화가 가능한지와 동시에 해협 운항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2주 동안 우리는 새로운 휴전 합의가 성사되거나, 아니면 현재 휴전이 무너지고 다시 적극적인 적대 행위가 재개되는 양자택일의 상황을 예상한다.”
CBA의 수석 지정학·경제 분석가 매디슨 카트라이트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합의가 타결될 가능성을 70%로 봤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운명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대거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로, 이곳의 통행 차질은 전 세계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 보험료와 관련해 그는 “보험료가 지나치게 비싸졌으며, 어떤 조건과 가격으로 보험이 제공될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할지, 혹은 다른 이름의 부담금을 매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해협 통과 물동량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제유가도 다시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2.3% 오른 96.50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2% 상승한 90.59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북해산 대표 유종으로 국제 원유시장의 기준 가격 역할을 하며, WTI는 미국 내 원유 가격을 대표하는 지표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계속되면 에너지 가격을 넘어 항공, 운송, 제조업 전반의 비용 압박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bp(베이시스포인트) 오른 4.502%로 집계됐다. 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 변화를 나타내는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를 뜻한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되레 자극됐고, 이는 장기 채권 가격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채권 수익률이 오르면 일반적으로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주식시장에서는 기술주 중심의 강세 흐름도 다소 힘을 잃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2% 내렸고, 한국 코스피는 보합권에 머물렀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광범위한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도 0.1%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역 전체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잣대로 활용된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성장과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주요 정책 재원을 마련하려고 ‘브리징 본드(bridging bonds)’를 발행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브리징 본드는 필요한 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성격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향후 정식 재원 편성이 이뤄지기 전 다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와 일정은 기사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유럽 증시 선물도 약세를 보였다. 유로스톡스50 선물과 독일 DAX 선물은 각각 0.2% 하락했고, 영국 FTSE 선물은 0.3% 내렸다. 반면 미국 증시 선물은 상대적으로 견조해 S&P500 선물과 나스닥 선물 모두 0.1% 상승했다. 다만 이는 본장 개장 전의 움직임으로, 미국 경제지표와 유가 흐름에 따라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인플레이션 지표, 연준 통화정책 향방 가를 핵심 변수
이제 시장의 관심은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로 이동하고 있다. PCE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가장 중시하는 물가 지표로, 소비자들이 실제로 지출한 품목과 서비스 가격 변화를 폭넓게 반영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헤드라인 PCE는 3년 만의 최고치인 3.8%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는 월간 0.3%, 연율 기준 3.3% 상승이 전망되며, 이는 연준의 2% 물가 목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물가 재가속 조짐은 연준 내에서 금리 인하 기조를 접거나, 나아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NAB 분석가들은 “물가는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지만 분쟁이 성장에 미칠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연준은 진정한 양방향 위험(two-sided risk)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2027년 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으며, 서비스 부문 근원물가가 더 강해질 경우 고금리 장기화(higher-for-longer) 논리가 강화되고, 반대로 물가가 빠르게 둔화되면 경기 둔화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현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0% 범위로 가져갈 가능성을 50대 5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금리 전망의 변화는 곧바로 달러 강세로 연결됐다. 달러지수는 통화 바스켓 대비 99.291을 기록하며 주간 기준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달러는 엔화 대비 159.57엔으로 4주 만의 고점을 높였고, 이는 일본 당국이 과거 시장 개입에 나섰던 160엔 선에 근접한 수준이다. 유로화는 1.1620달러로 소폭 하락했지만, 6월 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유로를 지지하고 있다.
같은 날 필리프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비용 급등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럽이 중동발 에너지 충격의 2차 파급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지가 향후 통화정책 논의의 핵심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상품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수요도 약했다. 금 가격은 0.3% 내린 온스당 4,445달러를 기록했다. 분쟁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 또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는 시장이 아직 위기 확산보다는 외교적 해법과 정책 대응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에너지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고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경우, 국제유가와 금리, 달러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복합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