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회장, 직원들에 “AI와 싸우지 말라”…은행권 일자리 감축 본격화

런던/홍콩, 2026년 5월 20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HSBC는 수요일 직원들에게 인공지능(AI)에 맞서지 말라고 당부하며, AI가 일부 일자리를 없애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기 경쟁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는 해당 기술이 “가치가 낮은 인적 자본(lower-value human capital)”을 대체하고 있다며 직원들을 안심시키려 나섰다.

AI가 은행권 고용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두 글로벌 대형 은행의 발언은, 대규모 데이터를 흡수·처리해 과거에는 사람이 수행하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기술이 금융권 일자리에 미칠 충격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생성형 AI는 문서 작성, 요약, 분석, 고객 응대 등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를 빠르게 자동화할 수 있어, 특히 본사 지원부서와 후선업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6년 5월 20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HSBC의 조르주 엘헤데리(Georges Elhedery)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자신들이 “우리와 싸우는 것처럼 느끼지 않도록, 소외되거나 불안해하거나 압도당하거나 변화에 저항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직원들을 “더 생산적인 자신”으로 만들 수 있다고 약속하면서, “우리 모두 생성형 AI가 특정 일자리를 없애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전날인 화요일, 자사의 CEO가 언급한 “가치가 낮은 인적 자본”을 기술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약 8,000명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빌 윈터스(Bill Winters) CEO는 스탠다드차타드가 2030년까지 기업 기능(corporate function) 부문 인력의 15%를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 같은 조정이 특히 이른바 백오피스(back office) 역할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게 취약하게 작용한다고 시사했다. 백오피스는 영업이나 고객 접점보다 내부 운영, 전산, 인사, 회계, 리스크 관리 등 후방 지원 기능을 뜻한다.

HSBC는 21만1,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으며, 스탠다드차타드는 약 8만3,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두 은행의 규모를 감안하면 이번 발언과 감원 계획은 은행권 전반의 인력 구조 조정이 단순한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AI 확산에 따른 중장기적 재편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민감한 파장을 의식한 윈터스 CEO는 수요일 메모에서 직원들이 소중한 존재이며, 어떠한 변화도 “신중함과 배려”를 바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규모 기술 도입이 곧바로 광범위한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은행, 기술, 전문 서비스 업종의 기업들은 지난 1년 동안 AI 활용의 결과로 전체 직원 20명 중 1명꼴로 인력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인도나 폴란드 등지에서 IT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의존하는 해외 근무자(offshore workers)와 새로 입사한 젊은 직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사들은 대체로 공개 석상에서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규모를 밝히는 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지만, 그 기조는 점차 바뀌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0월 직원들에게 잠재적 감원과 채용 둔화를 알린 것으로 로이터가 확인한 내부 메모에서 드러났다. 월가의 대표적 대형 은행인 골드만삭스는 AI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인력 운용 방식도 재검토하고 있다. 또 웰스파고찰리 샤프(Charlie Scharf) CEO는 지난해 12월 AI 때문에 고용 인원을 줄이지는 않았지만, 같은 기술 덕분에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반 감원 확대, 반발 가능성도 커져

은행들이 AI가 반복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다 노골적으로 언급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그에 따른 충격과 반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르웨이의 2조2,000억달러 규모 국부펀드의 CEO는 지난 4월 AI를 활용해 인력을 줄이는 전략이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직원들 역시 스스로를 불필요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AI 도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윈터스 CEO는 AI로 재교육을 원할 경우 해당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인력 감축보다 전환 교육과 직무 재배치를 병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Oxford Internet Institute)파비안 브라제만(Fabian Braesemann)은 “너무 많은 직원을 해고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며 “AI의 생산성 잠재력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되는 시점이 올 수 있고, 그때는 이 사람들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인공지능이 새로운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0명 중 6명에 달했고, 5명 중 1명은 AI가 사회 불안을 초래할 것으로 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해당 조사는 런던 킹스칼리지의 인공지능 연구소(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 at King’s College London)가 실시한 것으로, AI의 고용 충격에 대한 대중의 불안이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향후 금융권의 비용 구조와 인력 운영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AI는 단기적으로는 후선업무 축소와 인건비 절감 압력을 키우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데이터 분석, 모델 관리, AI 거버넌스, 고객 맞춤형 서비스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직무 수요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실제 전환 과정에서 기존 인력의 재배치가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질지에 따라 은행권의 생산성 향상 속도와 고용 안정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