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이란 전쟁의 해법을 둘러싼 교착 국면이 이어지면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18일(현지시간) S&P 500지수는 0.07% 하락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32% 상승, 나스닥100지수는 0.45% 하락했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0.12% 내렸고,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48% 떨어졌다.
2026년 5월 19일, 바차트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증시는 장 초반 상승분을 반납한 뒤 혼조로 장을 마쳤다. 원유 가격이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것이 배경이다.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계속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가 이어졌고,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의 요구에 대해 “과도하고 비현실적”이라고 밝히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 초반 낙폭을 회복하며 3주 만의 최고치까지 올랐다. 원유 급등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키워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를 1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인 4.63%까지 끌어올리며 증시에 부담을 줬다. 미 국채 금리는 일반적으로 주식의 할인율과 경쟁 자산 선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금리 상승은 성장주와 기술주에 특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오후 들어 원유 가격이 배럴당 2달러 이상 급락하면서 증시는 저점에서 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들의 요청에 따라 화요일로 예정됐던 이란 공격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외교적 해법에 대한 기대를 일부 되살렸다. 중동 정세는 장중 내내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일요일에도 이란을 향해 “시계가 움직이고 있다”며 “평화 합의에 매우 빠르게 나서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그들에게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해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여기에 로이터통신이 파키스탄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전투기 편대와 방공시스템을 포함한 8,0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고 보도하자 지정학적 긴장은 더 높아졌다. 이는 사우디가 추가 공격을 받을 경우 방어를 지원하기 위한 상호방위협정의 일환으로, 시장에서는 전쟁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미국의 경제지표는 주식시장에 비교적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가 발표한 5월 주택시장지수는 3포인트 오른 37로 집계돼,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치 34를 웃돌았다. 반면 중국발 경제지표는 글로벌 성장 기대를 약화시켰다. 중국의 4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해 예상치 6.0%를 밑돌았고, 소매판매는 0.2% 증가에 그쳐 예상치 2.0%에 못 미쳤다. 또한 4월 신규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19% 하락해 35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이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내수와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약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제유가는 이날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WTI는 파키스탄의 군 배치 보도와 이란의 강경 발언에 힘입어 3% 이상 뛰어 3주 만의 고점을 찍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취소 발언 이후 급격히 밀렸다. 지난 일요일에는 UAE가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인근 전력시설에서 드론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고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영공에 진입한 드론 3대를 요격·격추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4월과 5월 글로벌 원유 재고가 하루 약 400만 배럴(bpd) 속도로 줄었으며, 설령 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지난주 월간 보고서에서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차질로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이미 약 5억 배럴 줄었으며, 감소 폭이 6월까지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음 회의인 6월 16~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없다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다. 금리선물 시장은 0%의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유가 상승과 물가 기대 상승이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완화 여지를 제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적 시즌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으나, 지금까지의 성적은 주식시장에 대체로 우호적이다. 월요일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한 S&P 500 편입 454개 기업 가운데 83%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1분기 S&P 500 기업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업종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에 그쳐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전체 이익 성장세가 일부 대형 기술주의 영향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외 증시는 혼조로 마감했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1.5주 만의 저점에서 반등하며 0.36% 상승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주 만의 저점으로 밀리며 0.09%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1주 만의 저점으로 내려앉으며 0.97% 떨어졌다.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 지정학적 긴장과 성장 둔화 우려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채권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맞섰다. 6월물 10년 만기 미 국채선물은 5틱 하락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1.7bp 오른 4.606%를 기록했고, 장중에는 4.631%까지 치솟아 15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WTI가 3주 만의 최고치로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기대가 커졌고, 10년물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은 3년 만의 최고치인 2.530%까지 상승했다. 반면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15년 만의 최고치였던 3.195%에서 내려와 1.9bp 하락한 3.148%로 마감했다. 영국 10년물 길트금리 역시 거의 18년 만의 고점인 5.189%에서 내려와 7.4bp 하락한 5.098%를 기록했다. 유럽 파생상품시장은 오는 6월 11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88%로 반영하고 있다. bp는 기준금리나 채권수익률 변화를 나타내는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를 뜻한다.
개별 종목에서는 반도체·AI 인프라 관련주가 약세를 보였고, 사이버보안주는 강세를 나타냈다. 씨게이트테크놀로지홀딩스(STX)는 6% 넘게 하락했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MU), 샌디스크(SNDK),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는 5% 이상 떨어졌다. 웨스턴디지털(WDC)과 마벨테크놀로지(MRVL)는 4% 이상, KLA(KLAC)와 램리서치(LRCX)는 2% 이상 내렸다. 엔비디아(NVDA), ASML홀딩(ASML), 브로드컴(AVGO),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MCHP)도 1% 이상 하락했다. 이는 금리 상승과 위험회피 심리, 그리고 반도체 업종 전반의 차익실현이 맞물린 흐름으로 해석된다.
비트코인이 2주 만의 저점으로 2% 이상 하락하자 가상자산 연계 종목도 함께 밀렸다. 스트래티지(MSTR)와 갤럭시디지털홀딩스(GLXY)는 5% 이상 내렸고, 코인베이스글로벌(COIN)은 3% 이상, 마라홀딩스(MARA)는 2% 이상, 라이엇플랫폼(RIOT)은 1% 이상 하락했다. 가상자산 가격 약세는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사이버보안주는 강세를 보였다. B. 라일리 증권이 Zscaler(ZS)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225달러로 제시하자, 주가는 8% 이상 급등해 업종 상승을 주도했다. 오크타(OKTA)는 5% 이상, 크라우드스트라이크홀딩스(CRWD)는 4% 이상 올랐고, 포티넷(FTNT)은 3% 이상, 클라우드플레어(NET)는 2% 이상, 팔로알토네트웍스(PANW)는 1% 이상 상승했다. 방어적 성격과 인공지능 기반 보안 수요 기대가 함께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개별 재료가 주가를 크게 흔든 종목도 있었다. Hims & Hers Health(HIMS)는 2032년 만기 전환사채 3억달러를 사모 발행하겠다고 밝힌 뒤 10% 이상 급락했다. 레제네론파마슈티컬스(REGN)는 전이성 흑색종 치료용 피안리맙의 3상 시험 데이터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발표한 뒤 S&P 500과 나스닥100 구성종목 가운데 하락률 1위로 9% 이상 내렸다. 모바일아이(MBLY)는 제프리스가 투자의견을 ‘중립 이하(Underperform)’로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8달러로 잡으면서 6% 이상 떨어졌다.
반면 실적이 아닌 인수합병(M&A) 및 자사주 매입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린 사례도 있었다. 라이브램프홀딩스(RAMP)는 퍼블리시스그룹이 현금 약 25억달러, 주당 약 38.50달러에 회사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27% 이상 급등했다. 바이오래드래버러토리스(BIO)는 엘리엇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가 상당한 지분을 구축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이후 13% 이상 올랐다. 도미니언에너지(D)는 넥스트에라에너지가 주당 약 76달러, 총 660억달러 수준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식 거래를 논의 중이라는 보도에 힘입어 S&P 500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9% 이상 상승했다. 코그니전트테크놀로지솔루션스(CTSH)는 이사회가 기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20억달러로 확대하는 10억달러 증액안을 승인했다고 밝히자 나스닥100 상승률 1위를 차지하며 9% 이상 올랐다. 보스턴사이언티픽(BSX) 역시 JP모건체이스와 20억달러 규모의 가속 자사주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6% 이상 상승했다.
한편 이날 주목할 다음 실적 발표 일정으로는 2026년 5월 19일 아메르스포츠(AS), 카바그룹(CAVA), 이글머티리얼스(EXP), 홈디포(HD),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KEYS), 톨브라더스(TOL)가 예정돼 있다. 실적 발표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시장은 개별 기업의 가이던스와 자사주 정책, 그리고 중동 리스크가 얼마나 장기화될지를 동시에 주시하고 있다. 유가 급등과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성장주와 반도체주의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되면 위험선호 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요약하면, 뉴욕증시는 이란 전쟁의 교착과 원유 급등락, 채권금리 상승이 맞물리며 혼조로 마감했다. 기술주와 반도체주는 약세를 보인 반면 사이버보안주와 일부 방어적 종목은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 주택지표는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중국의 부진한 경제지표는 글로벌 성장 우려를 키웠다. 시장은 오는 6월 FOMC와 중동 정세의 전개, 그리고 유가와 인플레이션 기대의 향방을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