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서로 다른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연결할 수 있는 스위칭 칩 공개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Cisco Systems)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성된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들을 상호 연결할 수 있는 스위칭 칩을 공개했다. 이 칩은 시스코가 기존 인터넷 장비를 연결해온 방식과 유사하게, 향후 여러 종류의 양자 기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2026년 4월 2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시스코는 목요일(현지시각) 자사 연구·개발 조직인 Outshift의 성장을 담당하는 수석부사장 겸 총괄매니저 비조이 판데이(Vijoy Pandey)를 통해 이날 시연을 공개했다. 판데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양자컴퓨터들이 장래에 서로 다른 장점들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시스코의 스위칭 칩은 상온에서 작동하고 일반 통신용 광섬유(telecommunications fiber-optic cables)을 활용해 서로 다른 양자 시스템들 간의 신호를 번역(translate)한다고 밝혔다.

시스코는 구글(Alphabet)IBM 등 다른 주요 기술 기업들처럼 양자컴퓨팅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시스코는 직접 양자컴퓨터를 제조하는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다양한 업체의 기기들을 서로 연결하는 인프라를 만드는 쪽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양자컴퓨터는 제작 방식이 다양하다. 일부는 진공 상태에 고립된 루비듐 원자(rubidium atoms)에 레이저를 쏘아 제어하고, 일부는 절대영도에 근접하도록 냉각된 초전도체(superconductors)를 사용한다. 시스코가 공개한 스위치는 이처럼 물리적 구현이 다른 장비 간의 신호 체계 차이를 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판데이는 “당신은 어떤 언어든 말할 수 있다(You can speak any language)“고 말하며, 스위치의 번역 능력을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시스코의 제품 공개에 대해 지투 팔레트(Jeetu Patel) 시스코 사장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대형 양자컴퓨터 네트워크가 실제로 도래하는 것은 2030년대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스위치는 보다 즉각적인 보안 응용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팔레트는 이번에 공개한 칩이 프로토타입 단계이지만, 일부 초기 활용 사례는 빠르면 3년 내(약 2029년 전후) 도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는 정보가 측정되기 전까지 여러 상태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 비유로 설명되며, 상자 안의 고양이는 상자를 열어 확인하기 전까지 살아있음과 죽어있음 두 상태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보는 사고실험이다. 시스코 측은 이 같은 원리를 활용해 네트워크 보안에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코의 스위치는 이미 상용화된 상태로 공급되는 양자 센서(quantum sensors)들을 복수 연결해, 이들을 하나의 얽힘(entangled) 상태으로 구성할 수 있다. 얽힘 상태에서는 개별 센서가 단독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해커나 악성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침입하여 도청을 시도하면 얽힘 상태가 깨지며 이를 즉시 감지할 수 있다.

팔레트는 “양자 스위치를 통해 네트워크 상에서 발생하는 행태를 탐지하기 시작할 수 있다면, 방어 태세가 거의 전적으로 달라진다“고 말했다.


기술 용어 설명

양자중첩(슈퍼포지션): 관측되기 전까지 입자나 시스템이 두 가지 이상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성질이다. 예컨대 슈뢰딩거의 고양이 비유가 이에 해당한다.

얽힘(Entanglement): 두 개 이상의 양자 시스템이 서로 강하게 연관되어 한쪽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쪽 상태도 즉시 영향을 받는 현상이다. 이 성질은 양자통신과 감지 기술에서 핵심적이다.

루비듐 원자·초전도체: 양자비트(qubit)를 구현하는 방식에 따라 사용하는 물리적 매개가 다르다. 루비듐 원자를 레이저로 제어하는 방식과, 전자 흐름을 초전도 상태로 유지하는 방식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광섬유(Optical fiber): 빛을 이용해 신호를 전달하는 기존 통신 매체로, 시스코의 스위치는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양자장치들을 연결하려 한다.


경제·시장 영향 분석

시스코의 이번 시연은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 장비 시장과 사이버보안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시스코가 강조한 것처럼 보안 감지·모니터링 분야에서의 수요가 먼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양자 얽힘을 이용한 센서 네트워크는 기존의 침입탐지시스템(IDS)과 차별화된 탐지 능력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방위산업체와 국방·정보기관, 금융기관 등 민감한 데이터 보유 기관들이 초기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는 통신 사업자와 데이터센터 운영사, 클라우드 공급자들이 양자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성립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다만 대규모 이종(heterogeneous) 양자컴퓨터 네트워크의 보편화가 예상되는 시점은 시스코가 언급한 대로 2030년대로, 관련 장비·서비스의 시장 확대는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동반할 수 있다: 네트워크 장비 매출의 구조적 변화, 사이버보안 솔루션의 고급화·고가화, 관련 전문 인력 수요 증가 등이 예상된다.

금융시장 관점에서 보면, 시스코와 같은 네트워크 장비업체의 주가에는 장기적 성장 기대감이 반영될 수 있으나, 상용화 시점이 불확실하고 기술적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기적 주가 변동은 제한적일 수 있다. 또한 양자 보안 기술의 상용화는 기존 암호화 기술의 전환 수요를 촉발할 수 있으며, 이것은 암호화 관련 산업 및 보안 솔루션 공급사들에게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향후 전망

시스코의 스위치가 상용화될 경우, 네트워크 인프라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서로 다른 물리적 구현의 양자기기를 연결해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는 것은 대형 양자 네트워크 구성의 필수 요소다. 다만 기술적 표준화, 물리적 제약(예: 온도, 전송 손실), 비용 문제, 규제·안보 이슈 등이 해결되어야 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해결되는 속도에 따라 시장 확산 속도는 달라진다.

시스코는 직접 양자컴퓨터를 제작하기보다 연결성(connectivity)보안을 내세워 생태계 안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향후 3년 내 초기 보안응용 도입, 2030년대 대규모 양자 네트워크 실현이라는 시간표는 업계의 기술 발전과 투자 흐름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