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중앙은행(SNB) 총재 마틴 슐레겔(Martin Schlegel)은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압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따라 스위스 경제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슐레겔 총재는 에너지 가격의 장기적 고점이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경제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026년 4월 2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취리히(ZURICH)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슐레겔 총재는 아직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위험을 본격적으로 경계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 둔화 또는 수축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핵심 질문은 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와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느냐이다.”
슐레겔 총재는 이어 “가격이 빠르게 정상화된다면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대한 영향은 대체로 일시적일 것”이라며 그러나 “더 오래 지속되는 충격은 훨씬 더 큰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현재로서는 이것이 단순한 일시적 공급 충격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대응에 대해 슐레겔 총재는 “중앙은행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공급 충격을 관망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차적 전이효과(second-round effects)가 발생하여 광범위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중앙은행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차적 전이효과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임금·서비스·다른 재화 가격에 연쇄적으로 반영되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말한다.
스위스의 상대적 여건에 대해서는 슐레겔 총재가 스위스가 비교적 탄탄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한 점이 주목된다. 그는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중동 분쟁 이전에는 스위스의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스위스 가계 지출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많은 국가보다 작지만, 고유가가 미치는 파급효과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는 식품 생산, 운송, 포장 등 많은 재화에 간접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며 슐레겔 총재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실물 경제 전반에 퍼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추가 설명 — 주요 용어 해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1은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 또는 저성장 국면에서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는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중앙은행에게 딜레마를 야기한다. 한편, 이차적 전이효과(second-round effects)는 초기의 공급요인(예: 에너지 가격 급등)이 임금·서비스 가격 등으로 전파되어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이 확인되면 중앙은행은 통화 긴축 등 적극적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
정책적 함의와 향후 시나리오
슈레겔 총재의 발언을 토대로 향후 전개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기 정상화 시나리오에서는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하향 안정화가 이루어지며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으로 상승하겠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 통화정책 기조를 급격히 변경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둘째, 장기 고유가 시나리오에서는 에너지 비용의 상승이 지속적으로 생산비와 유통비에 전가되어 기대 인플레이션을 상향 조정시키고, 소비심리 및 실질소득을 위축시켜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위험이 있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혹은 긴축적 통화정책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금융시장과 기업·가계의 차입비용을 상승시켜 성장 둔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셋째, 금융·은행 부문에 미치는 파급은 복합적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은 은행의 자산가치 및 대출 손익구조에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자본규제 강화는 은행의 영업비용 및 국제적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슐레겔 총재는 별도로 공개된 발언에서 UBS에 대한 제안된 자본규제가 “극단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방어했고, 규제 강화가 은행의 해외 이전을 초래할지에 관해서는 자본규제가 단독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자본규제는 위치 결정에서 단 하나의 요소일 뿐이며, 은행이 여전히 상당 부분의 비즈니스를 스위스에서 수행할 것으로 본다.”
실무적 영향 및 권고
정책 입안자와 시장 참여자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 에너지 가격의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이차적 전이효과의 징후(임금 협상에서의 물가 반영, 광범위한 가격 재조정 등)를 조기에 확인해야 한다. 둘째, 가계와 기업의 실질구매력이 빠르게 악화될 경우 재정·노동시장 측면의 완화 정책이 병행 검토되어야 한다. 셋째, 금융기관은 자본·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지속적 고유가 시나리오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슐레겔 총재의 진단은 에너지 가격 충격의 기간과 파급경로가 향후 정책과 경제 성과를 좌우할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시장과 정책당국은 단기적 충격이 장기적 구조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구별하는 데 주목해야 하며, 이에 따른 통화정책·재정정책·금융감독의 조합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