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선물 가격이 미·이란 대화 중단 소식과 중동 긴장 고조로 크게 반등했다. 5월 인도분 WTI 원유 선물(심볼 CLK26)은 화요일 장 마감에 전일비 +2.52달러(+2.81%) 상승 마감했고, 5월 RBOB 휘발유 선물(RBK26)은 +0.0930달러(+2.98%) 상승 마감했다. 이날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장 초반 하락분을 만회한 뒤 급등세를 보였는데, 이는 이란이 파키스탄에서 예정된 추가 협상 참석 여부를 확정하지 못해 휴전 종료 시점이 임박한 상황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2026년 4월 22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부통령 밴스(Vance)의 파키스탄 방문을 통한 이란 협상팀과의 접촉이 이란 측의 미국 협상안에 대한 응답 부재로 보류되면서 원유 가격 상승이 가속화됐다. 이날 시장의 재급등은 협상 진전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동 긴장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에너지 시장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페르시아 만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로 인해 지역 저장시설의 수용능력이 한계에 이르면서 약 6% 수준의 생산 감축을 강요받았다. 미·이란 간 휴전은 수요일 말 만료될 예정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연장이 ‘매우 가능성이 낮다’고 발언했다
. 또한 미국은 지난 월요일부터 이란 항구를 기항하거나 향하는 선박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봉쇄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미 해군의 봉쇄가 ‘합의가 완전히 이뤄질 때까지 전면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군이 이란 연계 유조선을 기습 boarding(승선)하거나 공해상에서 상업용 선박을 나포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을 압박해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을 촉구하기 위한 조치로 전해진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약 5분의1이 통과하는 전략적 해로이므로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원유 및 연료 공급 부족을 악화시킬 수 있다. 다만, 이란은 전쟁 중에도 원유 수출을 이어왔으며 3월 기준 약 170만 배럴/일(bpd)을 수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월요일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해 약 1,300만 배럴/일의 글로벌 석유 공급이 차단됐다고 밝혔다. IEA는 이 과정에서 80개가 넘는 에너지 시설이 손상됐고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 확대 계획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제약이 가격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OPEC+는 4월 5일 5월 증산분을 206,000 배럴/일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나,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 여파로 생산을 감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증산 계획의 이행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한 총 220만 배럴/일의 감산분을 복구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 82.7만 배럴/일이 더 복구되어야 하는 상태이다. 한편, OPEC의 3월 원유 생산량은 -756만 배럴/일 감소해 35년 만의 최저치인 2,205만 배럴/일을 기록했다.
해상 저장 증가와 재고 감소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 기업 보텍사(Vortexa)는 4월 17일로 끝난 주간에 7일 이상 정체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11% 늘어나 1억1,589만 배럴에 이르렀다고 보고했다. 이는 육상 저장 공간이 부족한 가운데 해상에 원유가 쌓이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공급측 리스크로 작용 중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 중재로 열린 최근 회담은 조기 종료됐는데,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전쟁을 장기화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장기적 합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전망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약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여서 원유 가격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미사일 공격이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하며 수출 능력을 약화시켰다. 지난 9개월간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이 공격을 받았고, 11월 말 이후에는 발틱해에서 무인기·미사일로 러시아 유조선 최소 6척이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대러시아 신규 제재가 더해져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억제되고 있다.
미국 내부 재고와 생산 동향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 컨센서스는 수요일 발표된 주간 미 에너지정보청(EIA) 원유 재고가 -200만 배럴 감소했으며 휘발유 재고도 -200만 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수요일 EIA 보고서(4월 10일 기준)에서는 (1)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계절평균 대비 +1.9% 높은 수준, (2) 휘발유 재고가 계절평균 대비 +1.1% 높음, (3) 경유류(디스틸레이트) 재고는 계절평균 대비 -5.2% 낮다는 점을 제시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미국 원유 생산은 4월 10일 마감 주에 주간 기준 13.596백만 배럴/일로 전주와 변동이 없었으며, 이는 11월 7일 주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13.862백만 배럴/일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장비·시추 동향으로는 베이커휴즈(Baker Hughes)가 4월 17일 마감 주에 발표한 자료에서 미국 내 가동 중인 유정 수가 -1대 감소해 410대가 되었으며, 이는 4.25년 만의 저점인 406대에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유정 수는 2022년 12월의 5.5년 만의 최고치인 627대에서 급감했다.
용어 설명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보충 설명)
WTI는 ‘웨스트 텍사스 중질유(West Texas Intermediate)’의 약자로 미국을 대표하는 원유 기준물이다. RBOB은 휘발유 선물의 한 형태로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 만과 오만 만을 잇는 주요 국제 해로로, 전 세계 원유와 LNG 운송의 상당 부분이 통과한다. bpd는 ‘배럴/일(barrels per day)’의 약자로 유가와 생산량을 표시하는 단위이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의 협의체를 의미하며 생산 조절을 통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 Vortexa와 Baker Hughes는 각각 에너지 데이터 및 유정·장비 통계 제공 기관이다.
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
단기적 전망: 현재 상황은 전형적인 공급 쇼크 성격을 띠고 있어 원유·연료 가격에 강한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와 미 해군의 봉쇄·압박 강도가 유지되면 수송 차질이 장기화돼 해상 운임과 보험료 상승, 탱커 딜레이로 인한 해상 저장 증가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EIA의 재고 감소 전망, Vortexa의 해상 저장 증가, 그리고 OPEC의 증산 의지 약화는 가격의 상방 리스크를 높인다.
중기적 시나리오: 휴전 연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이란과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물 경우, 전 세계 공급 차질이 더 심화되어 원유 및 정제유 가격이 추가 상승할 공산이 크다. 반대로 협상이 재개되어 호르무즈 해협이 조속히 재개통된다면 단기 급등은 일부 완화될 수 있으나, 이미 손상된 시설 복구와 글로벌 재고 재축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IEA가 경고한 만큼 가격의 하방 여력은 제한적이다.
경제·물가 영향: 석유 제품 가격 상승은 곧바로 연료비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킨다. 운송비 및 화학 원재료비 상승은 광범위한 산업으로 파급되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투자자·기업 대응: 에너지 섹터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성에 대비한 헤지 전략과 함께 저장·물류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 정유사와 항만·운송업체는 공급망 차질에 대한 시나리오 플래닝과 재고 최적화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OPEC+의 향후 회의와 생산 복구 일정, 미국의 봉쇄 관련 군사·외교 조치가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문 기사 작성자는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이며, 보도일은 2026년 4월 22일이다. 해당 기사 작성자는 본 기사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표기했다. 본 보도는 공개된 자료와 보도 내용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정리·분석한 것이며, 향후 시장 변화에 따라 전망은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