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백악관 연회장 건설을 계속하려 한 시도가 노골적이고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하며, 국가안보를 이유로 공사를 전면 허용하려는 행정부의 주장을 거부했다.
2026년 4월 1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 리처드 리언(Richard Leon) 판사는 목요일에 연장된 10페이지 분량의 명령문에서 지난 3월 31일 자신이 내린 중단명령의 문구를 수정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 기관들이 해당 명령을 노골적(brazen)이고 불성실한(disingenuous) 방식으로 해석한 데 대한 대응이다.
원고는 의회가 지정한 역사적 건축물 보존을 맡은 비영리단체인 National Trust for Historic Preservation(국가역사보존신탁)이다. 이 단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0월에 역사적 의미가 있는 백악관 이스트 윙을 철거하고 계획된 연면적 90,000평방피트(약 8,360제곱미터) 규모의 연회장 건립을 시작하면서 권한을 초과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공사는 미화 4억 달러를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기업 기부금으로 자금이 조달되고 있다.
판결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리언 판사는 3월 31일의 명령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해당 결정을 수정하면서, 중단명령은 “계획된 연회장의 지상(above-ground) 건설“을 멈추도록 하는 것이지 “국가안보 시설의 지하(below-ground) 건설“을 중단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밝혔다. 판사는 이전 명령에서 이미 공사의 상당 부분을 중단시키되, 백악관의 안전과 보안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공사는 계속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재확인했다.
트럼프 측과 연방 기관들은 법정 제출문에서 판사의 국가안보 예외 조항이 미사일 저항 기둥(missile-resistant columns)과 드론 방호 지붕(drone-proof roofing) 같은 연회장 설계 요소들 때문에 전체 프로젝트에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행정부는 또한 연회장과 그 아래 계획된 군사 벙커(military bunker)가 “단일하고 일관된 전체(single, coherent whole)”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리언 판사는 목요일 명령문에서 트럼프 및 연방 기관들이 “이 예외 조항을 뒤집어 전체 연회장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다고 부당하게 주장하려 한다”고 지적하며, “
나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I cannot possibly agree).
“고 단호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과 행정 절차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리언 판사를 “매우 정치적(highly political)“이고 “통제 불능(out of control)”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이번 판결이 향후 대통령들이 “폭격 대피소(bomb shelters)”나 “최첨단 병원 및 의료시설(State of the Art Hospital and Medical Facilities)”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며, 이는 향후 대통령들이 연회장이 없는 백악관에서 각종 행사, 취임식 또는 국제 정상회의에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행정부는 목요일 해당 명령을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District of Columbia Circuit)에 항소하겠다고 법원 제출문에서 밝혔다. 앞서 트럼프 측이 항소를 제기하자, D.C. 순회항소법원은 지난주 리언 판사에게 그 명령의 범위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리언 판사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다.
용어 설명
National Trust for Historic Preservation(국가역사보존신탁)은 의회의 위임을 받아 역사적 건축물과 장소를 보존하는 비영리단체로, 미국 내 역사적 자산의 보호와 유지 관리를 목적으로 활동한다. 또한, 법원이 발하는 ‘중단명령'(injunction)은 소송당사자에게 특정 행위를 멈추도록 명령하는 법적 구제수단으로,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가 따를 수 있다. D.C. 순회항소법원(D.C. Circuit)은 행정·헌법 관련 사건을 다루는 연방 항소법원으로, 연방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심을 담당한다.
분석: 파장과 향후 전망
이번 판결과 수정명령은 법적·정치적·재정적 파장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공사 중단과 관련한 법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건설 일정의 지연이 불가피하며, 이는 통상적으로 추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미 공사비가 미화 4억 달러를 넘고 기업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프로젝트 지연은 기부 약정 재협상, 건설사 계약 변경, 공사비 인플레이션 등 실무적 문제를 증폭시킬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은 행정부의 권한 범위와 역사적 보존 의무 간 충돌이라는 법적 전례를 만들 여지가 있다. 법원이 국가안보 예외를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향후 다른 정부 프로젝트에서 유사한 보존 관련 제약이 강화될 수 있다. 반대로 행정부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항소심에서 전환된다면, 행정권의 자의적 해석에 대한 선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직접적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연관 업계—건설·보수·보안시설 공급업체·기부를 주도하는 기업들—등에는 단기적 불확실성이 증가한다. 특히 기업 기부가 주요 재원인 점을 고려하면, 기업의 평판 리스크 및 정치적 노출에 대한 우려로 인해 향후 유사 민간 기부 프로젝트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확산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역사적 건축물 보존에 대한 공적·사적 책임 논의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
리언 판사의 이번 수정 명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근거를 통한 공사 전면 허용 시도를 제지하면서, 공사의 지상 부분은 중단하고 지하의 국가안보 관련 시설 공사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범위를 명확히 했다. 해당 사안은 항소심에서 계속 다뤄질 예정이며, 판결의 최종적 귀결은 법적 선례, 정부 권한의 범위, 역사 보존과 국가안보의 균형에 관해 중요한 함의를 남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