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으나, 중국은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할 뜻을 내비치지 않았다.
2026년 5월 1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두 차례에 걸친 시 주석과의 회담을 마치고 베이징에서 귀국하던 중, 이란산 원유를 사들이는 중국의 석유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해제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가장 큰 구매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서 기자가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도록 이란에 압박을 가하겠다는 확약을 했느냐고 묻자 “나는 어떤 호의도 요구하지 않는다. 호의를 요청하면 반드시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만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란 관련 논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중국 외교부는 전쟁을 비판하며 이번 충돌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됐고, 계속될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에너지 운송의 핵심 관문으로,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사실상 이 해협을 봉쇄한 상태다. 해협은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 공급의 5분의 1가량이 통과하던 통로였으며, 2월 28일 미·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해상 운송 차질이 심화되면서 국제 유가를 끌어올린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공급 위기로 번졌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경우 중동산 원유와 LNG의 수송비가 급등하고, 정유·항만·해운 전반에 충격이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민감도가 매우 높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를 이끄는 에브라힘 아지지는 토요일, 테헤란이 지정 항로를 따라 해협의 선박 통행을 관리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마련했으며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업용 선박과 이란과 협력하는 당사자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며, 해당 체계 아래 제공되는 전문 서비스에는 수수료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수천 명의 이란인이 사망했고, 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교전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만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금요일 휴전의 45일 연장에 합의해, 그 지역의 긴장을 일부 완화했다.
미국은 지난달 공격을 중단했지만, 이후 항만 봉쇄를 시작했다. 미군은 토요일 기준 78척의 상선이 우회됐고 4척은 봉쇄 준수를 위해 운항 불능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해상 운송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이란의 물류·수출입 압박을 강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 미군 기지, 걸프 국가들을 향해 반격을 가했으며, 미국이 봉쇄를 끝내기 전까지는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합의에 동의하지 않으면 공습을 재개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
우리는 그들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원하지 않고, 해협이 열리길 원한다
”고 말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도를 오랫동안 부인해 왔으나, 핵 연구를 중단하거나 비밀리에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포기하는 데는 응하지 않고 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테헤란이 미국으로부터 워싱턴이 협상을 계속할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파키스탄은 워싱턴과 테헤란 사이의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란 관영 뉴스통신 누르뉴스는 에스칸다르 모메니 이란 내무장관이 방문 중인 파키스탄 내무장관과 이란-파키스탄 관계 및 평화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해 “상세한” 논의를 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인내심 바닥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 공개된 폭스뉴스 ‘해니티(Hannity)’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인내심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테헤란이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 행정부가 대외 현안에서 협상 압박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요일 국제유가는 배럴당 약 3% 상승한 109달러 안팎으로 올랐다. 특히 이번 전쟁은 11월 미국 의회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전 협상은 지난주 이란과 미국이 서로의 최신 제안을 거부한 뒤 중단된 상태다.
아락치 장관은 금요일, 이란이 중국의 의견을 환영한다고 밝히며 테헤란이 외교에 기회를 주려 하고 있지만, 과거 협상들이 미국의 공습으로 중단된 만큼 워싱턴을 신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말 이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면서, 이란 정권의 권위를 약화시켜 이란 국민이 정부를 전복하도록 만드는 것도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쟁 기간 동안 이란 내부에서 조직적인 반정부 움직임은 거의 포착되지 않았으며,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반대세력에 대해 강경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란 사법부는 토요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 또는 미국 정보기관과 협력했거나 ‘테러’ 또는 무장 소요에 가담한 혐의로 39명을 처형했다고 밝혔다고 사법부 산하 매체 미잔이 전했다. 또 36명의 ‘중간급’ 반체제 인사가 장기형을 선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시장 영향과 전망 측면에서 보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차질은 국제유가와 해상운임, 정유 마진에 즉각적인 상방 압력을 가하는 변수다. 특히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중국 석유기업 제재를 실제로 완화할지 여부는 이란산 원유의 우회 수출 경로와 시장 심리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중국이 공개적으로 중재나 개입 의사를 밝히지 않은 만큼, 향후 협상은 미국·이란·파키스탄 사이의 물밑 접촉과 추가 군사 압박 여부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