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귀와 에프스타인 기록 공개로 폴 와이스 회장 브래드 카프의 영향력 상실 과정

브래드 카프는 미국의 영향력 있는 로펌인 폴 와이스( Paul Weiss )의 회장으로서 오랫동안 이 로펌을 이끌며 월스트리트와 워싱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는 2024년 11월 대선 당일 워싱턴에서 열린 카멀라 해리스 캠프의 선거 밤 행사 등 여러 민주당 성향 모금 행사에 참여했고, 해리스의 토론 준비를 도운 파트너도 폴 와이스 소속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와 이후 연방정부 차원의 기록 공개는 카프의 리더십 기반을 단기간에 흔들었다.

2026년 2월 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카프는 이번 주 로펌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그는 2024년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카멀라 해리스의 선거자금 모금 활동을 위해 수백 명의 기업 변호사들에게 접촉했고, 폴 와이스의 한 파트너는 해리스가 도널드 트럼프와의 토론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카프의 퇴진 배경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와 관련된 정치적 갈등과, 미국 법무부(Justice Department)가 공개한 제프리 에프스타인(Jeffrey Epstein)의 관련 기록이 결합되면서 촉발됐다. 공개된 이메일 더미(일부는 1월 말 공개)에 따르면 카프와 에프스타인 사이의 광범위한 접촉이 드러났고, 이 보도가 나온 직후 카프는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로펌 측 성명에 따르면 카프는 해당 상호작용을 유감으로 표명했으나 “불법 행위를 목격하거나 참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카프는 현재에도 폴 와이스 소속으로 고객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상태라고 회사는 전했다.

폴 와이스의 변화와 카프의 권한 강화

1875년 새뮤얼 윌리엄 와이스(Samuel William Weiss)와 줄리어스 프랭크(Julius Frank)가 설립한 폴 와이스는 본래 민권 옹호와 소송 중심의 명성을 쌓아온 뉴욕 로펌이다. 1940년대에는 주요 뉴욕 로펌 중 최초로 여성 파트너를 임명했고, 1954년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Brown v. Board of Education) 대법원 사건에서 서구권 민권 변호사 써굿 마샬(Thurgood Marshall)을 지원하는 등 역사적 사건에 관여했다.

브래드 카프는 1983년 여름 인턴(서머 어소시에이트)으로 폴 와이스에 합류한 이후 평생을 그곳에서 일하며 소송부를 이끌다가 2008년 회장으로 선출되어 로펌을 변모시켰다. 그의 리더십 아래 폴 와이스는 전통적 소송 역량을 유지하면서도 대형 금융기관과의 관계를 강화해 시티그룹(Citigroup), JP모건(JPMorgan) 등 대형 은행들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했다. 또한 카프는 민주당 전직 행정부 인사 출신 변호사와 월스트리트의 거래 전문가들을 영입해 로펌의 기업거래 및 사모펀드 관련 법률시장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트럼프 복귀가 가져온 혼란

트럼프의 2025년 재집권(복귀)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2025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은 폴 와이스를 연방 건물 출입 및 정부 계약에서 블랙리스트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이는 트럼프가 적대적으로 본 로펌들에 대한 일련의 조치의 하나였다. 카프와 일부 파트너들은 이로 인해 고객 이탈과 150년 역사의 로펌 존립 위기를 우려했고, 카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악관과 타협을 모색했다.

카프는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는 골프에 대한 장시간 대화로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설리번 앤 크롬웰(Sullivan & Cromwell)의 공동대표이자 공화당 성향 변호사인 로버트 주프라(Robert Giuffra)가 전화로 연결되어 카프와 협상에 도움을 주었다. 그 결과 폴 와이스는 대통령이 지지하는 공익적 사업을 위해 $4,000만(4천만 달러) 상당의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해당 행정명령을 철회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후 다른 8개 로펌도 유사한 합의를 체결했고, 합의액을 합산하면 약 $10억(약 1억 달러 아님, 원문은 nearly $1 billion)에 달하는 법률 서비스 약속이 이루어졌다고 전해졌다. 다만 4개 로펌은 소송을 제기해 해당 행정명령의 위헌성을 이유로 법원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내부 반발과 이탈

카프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합의를 주도한 뒤, 내부에서는 이를 ‘굴복’으로 보는 비판이 확산됐다. 적어도 12명의 파트너가 로펌을 떠났으며, 그 중에는 해리스의 토론 준비를 도운 파트너도 포함됐다. 한 전(前) 선임 폴 와이스 변호사는 로이터에 “만약 로펌 리더에 관한 그리스 비극을 쓴다면 바로 이것일 것”이라고 익명으로 말했다.

에프스타인 관련 기록 공개

의회에서의 초당적 압력과 연방 법무부의 문서 공개 요구로 인해 2008년 비기소 합의(NPA, non-prosecution agreement) 등 에프스타인 관련 기록이 공개되었다. 공개된 이메일에는 카프가 2015년 우디 앨런(Woody Allen)과의 “once in a lifetime“(일생에 한 번뿐) 만찬에 대해 에프스타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내용과, 자신의 아들을 영화 제작 현장에 투입해 달라고 에프스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정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레온 블랙(Leon Black)과 관련된 금전 요구 문제 등에 대해 카프와 에프스타인이 논의한 이메일도 포함됐다. 이들 이메일은 에프스타인이 성매매 관련 범죄로 플로리다에서 유죄를 인정한 2008년의 비기소 합의나, 2019년 체포 직전까지도 두 사람이 접촉을 유지했다는 점을 드러냈다. 에프스타인은 2019년 맨해튼 교도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중 사망했다.

로펌 성명에서 카프는 “최근 보도는 주의를 분산시키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나에게 초점을 맞추게 했다”고 밝혔다. 로펌은 또한 그가 에프스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유감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경영적·시장적 함의 분석

폴 와이스의 사례는 고위 로펌 경영에서 정치적 리스크와 평판 관리가 어떻게 기업가치와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사안은 다음과 같은 시장적 파급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첫째, 연방정부 관련 계약과 공공기관 자문에서의 제약은 단기적으로 로펌의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연방정부 또는 정부계약 의뢰인이 많은 로펌은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둘째, 대형 투자은행 및 사모펀드 관련 거래 자문을 주력으로 하는 로펌의 경우, 주요 파트너 이탈은 고객 신뢰도와 수임 파이프라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카프가 영입한 스콧 바르셰이(Scott Barshay)는 2016년 영입돼 M&A와 기업 거래 역량을 확대했는데, 리더십의 교체와 내부 불안정은 단기적으로 거래 유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법률시장 전반에서는 정치적 사건과 연계된 평판 리스크에 대비한 준법·윤리 점검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부 감사 확대, 외부 컴플라이언스 의존 증가, 그리고 클라이언트와의 계약 조건 재검토로 이어져 변호사 비용 구조와 수익 모델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한 법학교수는 로이터에 “성공적인 리더십이라도 행정 권력과의 근접성이 제도로부터의 독립성을 훼손할 때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프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합의를 택한 것은 로펌의 단기적 존립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로펌의 역사적 정체성과 충돌을 불러왔다.


용어 설명

본 기사에서 일부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용어들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은 대통령이 연방 행정부의 운영과 관련해 내리는 명령으로, 특정 기관의 행동을 제한하거나 지시할 수 있다. 비기소 합의(non-prosecution agreement, NPA)는 검찰이 피의자에 대해 형사 기소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문서로, 특정 조건 하에서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효과가 있다. 프로보노(pro bono)는 변호사가 사회공익적 목적으로 무상으로 제공하는 법률서비스를 뜻한다. 또한 기사에 쓰인 ‘rolodex’는 전통적으로 비즈니스 연락처를 관리하는 인맥 목록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이다.

결론

폴 와이스는 전통적 민권 수호의 역사와 현대 대형 금융 및 거래 법률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로펌으로 성장했으나, 정치적 분열과 개인적 관계에서 발생한 논란은 경영진과 조직의 연속성에 큰 도전을 제기했다. 카프의 사임은 단순한 인사의 변화가 아니라 로펌의 정체성과 시장전략, 그리고 규범적·윤리적 기준에 대한 업계의 재검토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폴 와이스가 이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대형 로펌들의 정치·사회적 책임과 리스크 관리에 관한 선례가 형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