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 가격이 전 세계 공급 확대 전망에 급락했다. 7월 인도분 ICE 뉴욕 코코아(CCN26)는 금요일 187달러(4.46%)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고, 7월 인도분 ICE 런던 코코아 7번(CAN26)도 76파운드(2.44%) 내린 수준에서 마감했다.
이 같은 하락은 코코아 가격이 최근 1주 반 만의 저점으로 밀린 흐름과 맞물린다. 코코아는 월요일까지만 해도 3개월 반 만의 고점을 기록했으나, 이후 풍부한 공급 전망이 부각되면서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2026년 5월 1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보리코스트는 목요일 2025/26 시즌 코코아 배송량 추정치를 기존 180만~190만 미터톤(MMT)에서 220만 MMT로 상향 조정했으며, 이는 우호적인 날씨를 근거로 한 것이다. 다만 금요일 런던 코코아의 낙폭은 영국 파운드화가 5주 만의 저점으로 밀리면서 제한됐다. 파운드 약세는 파운드화로 표시되는 코코아 가격을 상대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어, 런던 시장의 하락폭을 일부 완화했다.
코코아 가격은 지난 월요일에도 엘니뇨(El Niño) 기상 패턴이 형성될 경우 서아프리카에 더 덥고 건조한 날씨가 나타나 코코아 생산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로 3개월 반 만의 고점까지 치솟았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5월과 7월 사이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82%로 추산했으며,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슈퍼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은 67%로 제시됐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전 세계 기상 패턴에 영향을 주는 현상으로, 서아프리카의 강수량과 작황에 직접적인 변수가 된다.
서아프리카 작황 둔화 조짐도 가격을 지지하는 재료로 남아 있다. 2026/27 시즌 서아프리카 코코아 작황에 대한 초기 조사에서는 코코아 나무의 체렐(cherelle) 형성이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렐은 코코아 꽃이 수분을 거친 뒤 맺히는 어린 꼬투리로, 이 수치가 약하면 본격적인 수확기인 10월 이후 주 수확량이 부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 시장에서 덜 알려진 이 지표는 사실상 향후 생산량을 가늠하는 조기 신호로 해석된다.
한편 초콜릿 소비 수요가 견조하다는 점은 코코아 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허쉬와 몬델레즈 인터내셔널 등 주요 초콜릿 제조업체의 최근 실적은 시장 예상보다 양호했으며, 이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초콜릿 수요가 크게 꺾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다만 시장 조사기관 시르카나는 4월 14일, 3월 22일 종료 13주간 북미 지역 초콜릿 캔디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초콜릿 원재료 수요와 완제품 판매가 지역별로 엇갈리는 양상이다.
글로벌 잉여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스톤엑스(StoneX)는 4월 29일 2026/27 글로벌 코코아 잉여 공급 전망치를 1월의 26만7,000미터톤에서 14만9,000미터톤으로 낮췄다. 이는 예상되는 엘니뇨가 서아프리카 코코아 작황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스톤엑스는 또 2025/26 글로벌 코코아 잉여 공급 전망치도 28만7,000미터톤에서 24만7,000미터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잉여 공급이란 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하는 물량을 뜻하며, 이 수치가 줄어들수록 가격에는 대체로 지지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동 해상 물류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폐쇄 역시 글로벌 코코아 공급에 차질을 주며 가격 지지 요인으로 언급된다. 해협이 막히면 비료 수급이 어려워지고 세계 해상 운임과 보험료, 연료비가 동시에 상승해 코코아 수입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코코아 현물과 선물 가격의 상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실제 공급이 풍부하다는 신호는 가격 하락 요인이다. ICE 코코아 재고는 지난 목요일 2,668,548포대로, 20.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고 증가는 시장에 즉시 공급 가능한 물량이 늘었다는 뜻으로 해석돼 가격에는 부담이 된다.
수요 측면에서도 약세 신호가 확인됐다. 북미 초콜릿 제조업협회(NCA)는 4월 23일, 1분기 북미 코코아 분쇄량이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106,087미터톤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코코아협회는 1분기 유럽 분쇄량이 전년 동기 대비 7.8% 줄어든 325,895미터톤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6% 감소보다 더 큰 폭이며 17년 만에 1분기 기준 최저치다. 반면 아시아코코아협회는 1분기 아시아 분쇄량이 예상과 달리 5.2% 증가한 223,503미터톤이라고 전했다. 지역별 수요 흐름이 엇갈리고 있어 글로벌 코코아 수요의 균형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아이보리코스트의 현재 공급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월요일 기준 누적 자료에 따르면, 아이보리코스트 농민들은 현재 마케팅 연도인 2025년 10월 1일부터 2026년 5월 3일까지 항만으로 157만 미터톤의 코코아를 출하했으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6% 증가한 수준이다. 세계 최대 코코아 산지 중 하나인 아이보리코스트의 출하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공급 압박을 완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나이지리아에서는 공급 감소가 관측되고 있다. 세계 5위 코코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의 3월 코코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한 18,052미터톤으로 집계됐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나이지리아 코코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30만5,000미터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2024/25 작황의 예상치인 34만4,000미터톤보다 낮은 수준이다.
서아프리카의 최근 강수량도 가뭄 우려를 완화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홍수·가뭄 모니터에 따르면 3월 29일 기준 아이보리코스트의 절반 이상과 가나의 약 3분의 2가 가뭄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는 두 국가의 코코아 생산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는 환경이다. 특히 지난달 가나는 2025/26 재배 시즌 공급에 대해 농가에 지급하는 공식 가격을 거의 30% 인하했고, 아이보리코스트도 이번 달 시작된 중간 수확(mid-crop)에 적용될 코코아 농가 지급액을 57%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보리코스트와 가나는 세계 코코아의 절반 이상을 생산한다.
다만 강세 요인도 남아 있다. 아이보리코스트는 2025/26년 자국 코코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8% 감소한 165만 미터톤에 그칠 것으로 밝혔다. 라보뱅크는 2월 10일 2025/26 글로벌 코코아 잉여 공급 전망치를 11월의 32만8,000미터톤에서 25만 미터톤으로 낮췄다. 이는 서아프리카 작황과 기상 리스크를 반영한 조정이다.
반대로 약세 요인도 분명하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3월 2일 2024/25년 글로벌 코코아 잉여 공급 전망치를 11월의 4만9,000미터톤에서 7만5,000미터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4년 만의 첫 공급 초과분으로, ICCO는 같은 기간 글로벌 코코아 생산이 전년 대비 8.4% 증가한 470만 미터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시장은 이러한 공급 확대와 재고 증가, 지역별 수요 둔화를 동시에 반영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시장 해설로 보면, 이번 코코아 가격 급락은 단기적인 기상 우려보다 실제 공급 증가와 재고 누적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엘니뇨 가능성과 서아프리카 가뭄, 나이지리아 생산 감소,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물류 차질 같은 변수는 언제든 가격 반등의 촉매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북미와 유럽의 분쇄량 둔화가 지속될 경우 수요 측면의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코코아 시장은 향후에도 기상 변수, 재고 수준, 분쇄 수요, 주요 생산국 정책에 따라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