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 속 달러 약세…인플레이션 기대 낮아지며 위험회피 심리 확대

달러지수(DXY)가 0.26% 하락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 발표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이날 3% 이상 급락했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달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고, 1분기 비농업생산성도 하향 수정되면서 달러에는 추가적인 하방 압력이 더해졌다.

2026년 6월 4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만3,000건 증가한 22만5,000건으로 집계돼 3.7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1만5,000건을 웃도는 수치로, 노동시장이 기대보다 약화됐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신규 실직자가 주 정부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건수를 뜻하며, 고용시장의 속도와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로 활용된다.

같은 날 미국의 1분기 비농업생산성은 종전 0.8%에서 0.3%로 하향 수정돼 예상치인 0.4%보다도 약했다. 1분기 단위노동비용은 2.3%에서 1.8%로 하향 조정됐으며, 시장이 예상했던 2.4% 상향 수정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비농업생산성은 농업 부문을 제외한 노동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생산성이 둔화되면 기업의 비용 부담과 물가 압력이 함께 해석될 수 있어 통화정책 전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수요일 늦게 미국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헤즈볼라도 전투를 중단하고 국경 인근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할 경우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철수 이후 레바논군이 해당 지역을 통제하게 된다. 또한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서는 레바논에서의 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완화는 통상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이어져 위험자산에는 우호적이지만, 이번에는 원유 급락이 물가 압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며 달러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금리선물과 관련한 스왑시장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인 6월 16~17일 회의에서 25bp(베이시스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2%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25bp는 0.25%포인트를 의미한다. 시장이 연준의 완화 가능성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달러의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이번처럼 경제지표가 약화되고 유가가 떨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질 여지도 있다.


유로화와 엔화는 달러 약세에 동반 강세를 보였다. 유로/달러(EUR/USD)는 0.32% 상승했다. 달러 약세가 유로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가운데, 원유 가격이 이날 3% 급락한 점도 유럽 경제와 유로에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유럽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하락이 무역수지와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로존 4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4% 감소해 예상치인 0.3% 감소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유로에는 부담 요인도 존재했다. 시장은 오는 6월 11일 예정된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97%로 반영하고 있다.

달러/엔(USD/JPY)은 0.09% 하락했다. 엔화는 달러 약세와 함께 강세를 나타냈고, 원유 가격의 3% 급락 역시 일본 경제와 엔화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아 국제유가 하락이 경상수지와 물가 기대에 긍정적일 수 있다. 블룸버그는 일본은행(BOJ)이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후반 추가 인상 가능성도 보고 있다고 전했다. BOJ는 6월 회의에서 최신 국채 매입 계획도 공개할 예정이며, 내년 3월까지 분기당 2,000억 엔(약 13억 달러)씩 매입을 줄이고 있다. 시장은 6월 16일 BOJ 회의에서 25bp 인상 가능성을 95%로 반영 중이다.


안전자산 선호 확대에 금과 은은 상승했다. 8월 인도분 COMEX 금 선물(GCQ26)은 47.90달러, 1.07% 오른 수준에서 거래됐고, 7월 인도분 COMEX 은 선물(SIN26)은 0.671달러, 0.91% 상승했다. 달러 약세는 금과 은 가격에 직접적인 지지 요인이 되며, 원유 급락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지자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귀금속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국채 수익률이 낮아진 점과 주식시장의 약세로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난 점도 귀금속 강세를 뒷받침했다.

다만 최근 귀금속 관련 자금 이탈은 가격에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롱 포지션 보유 규모는 2월 27일 3.5년 만의 최고치까지 오른 뒤 3월 31일 5.5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은 ETF의 롱 포지션도 지난 수요일 3.5년 만의 최고치였던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줄어들어 9.75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왔다. ETF의 롱 포지션 감소는 투자자들이 가격 상승 기대를 줄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의 금 매입은 금값에 지지력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내 금 보유량은 4월 한 달 동안 26만 온스 증가한 7,464만 트로이온스로 집계됐으며, 이는 1년 만의 최대 월간 증가이자 PBOC가 금 보유량을 늘린 18개월 연속 기록이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매입은 금 시장의 중장기 수급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시장에서는 달러 약세, 유가 하락, 금리 인하 기대가 함께 움직일 경우 귀금속 가격의 추가 상승 여지도 있지만, ETF 자금 유출이 이어질 경우 상승 탄력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기사 공개 시점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본문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 대해서도 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으며, 기사에 담긴 정보와 수치는 모두 정보 제공 목적에 한정된다. 한편 바차트가 함께 소개한 관련 기사들은 달러 강세, 캐나다달러 약세, 호주달러 전망 등 주요 통화 흐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여전히 높음을 보여준다. 종합하면 이번 장세는 지정학적 긴장 완화에 따른 원유 급락, 미국 고용지표와 생산성 둔화, 그리고 연준·ECB·BOJ의 금리 경로 재평가가 동시에 달러와 주요 통화, 귀금속 가격을 흔드는 국면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