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 세계 에너지 수요 둔화 신호에 하락

6월물 WTI 원유(CL M26)는 목요일 종가에서 -1.81달러(-1.69%) 하락 마감한 반면, 6월물 RBOB 휘발유(RB M26)+0.0228달러(+0.63%) 상승해 휘발유 가격은 약 3년 9개월 만의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2026년 5월 1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엇갈려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소식에 급등했으나 이후 수요 둔화 우려과 세계 경제 성장 지표 약화가 부각되며 원유 가격이 급락했다.

지정학적 요인으로는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가 있다. Axios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새로운 군사 옵션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고, 미 중앙사령부(US Central Command)가 ‘짧고 강력한(short and powerful)’ 타격 계획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계획은 주로 인프라 목표를 겨냥할 가능성이 있으며, 중앙사령부는 초음속 미사일(hypersonic missiles)을 중동에 배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미 육군이 해당 무기를 배치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동시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해상 봉쇄를 당분간 유지할 방침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에게 장기적 봉쇄 준비을 지시했으며, 이는 적대 행위 재개나 협상 없이 분쟁을 종료하는 것보다 미국에 낮은 위험을 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같은 시점에 발표된 경제 지표가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수요 둔화와 세계 성장 약화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원유 시장에서는 롱 포지션 청산(long liquidation)이 일어났다. 미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으로 +2.0%로 집계되어 예상치 +2.3%에 못 미쳤다. 유로존의 1분기 GDP는 분기 기준 +0.1%, 연간 기준 +0.8%로, 월간 기준 예상치(+0.2%) 및 연간 예상치(+0.9%)를 하회했다.

요약: 지정학적 공급 차질 우려는 원유 가격을 지지하지만, 경제지표와 수요 둔화 신호는 가격을 압박하는 상반된 요인이 공존하고 있다.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전 세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약 5분의 1(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급 차질로 직결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Persian Gulf) 지역의 원유 생산이 4월 중 약 1,450만 배럴/일(bpd) 감소해 50% 이상 차질이 발생했다고 추산했으며, 글로벌 원유 재고에서 약 5억 배럴이 이미 소진되었고 6월에는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지 저장 능력 한계로 인해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생산을 약 6%가량 감산할 수밖에 없었고, 4월 13일부터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이란 항구에 입항하거나 이란을 향하는 선박들에 대해 봉쇄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전쟁 이전인 3월에는 이란이 약 170만 배럴/일을 수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4월 13일 발표에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약 1,300만 배럴/일 수준의 글로벌 공급이 차단되었다고 밝혔고, 전쟁 과정에서 80곳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손상되어 회복에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공급 확대의 신호도 존재한다. 4월 5일 OPEC+는 5월에 일일 206,000배럴의 증산을 발표했으나,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으로 감산을 강요받으면서 이 계획의 실행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OPEC+는 연초에 시행된 220만 배럴/일 감산을 복구하려 했으나 아직 827,000배럴/일을 더 복구해야 한다. 한편 OPEC의 3월 원유 생산량은 -756만 배럴/일 감소해 35년 만의 최저치인 2,205만 배럴/일를 기록했다. OPEC은 5월 3일(일요일) 영상회의에서 6월에 약 188,000배럴/일 증산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OPEC 탈퇴 역시 시장에 중요한 변수다. UAE는 5월 1일 OPEC 탈퇴를 발표했으며, 카르텔 내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인 UAE가 OPEC 규제(쿼터)에서 벗어나 증산 여지가 생겼다는 점은 원유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급·재고 지표도 혼재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Vortexa는 4월 24일 종료 주간 기준으로 적어도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주간 기준 +25% 증가해 1억5311만 배럴에 달했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최근 3개월 내 최고치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물리적 흐름의 병목을 나타내는 한편, 재고가 해상에 머무르는 현상은 육상 재고와의 차이를 보여 시장의 왜곡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4월 24일 기준 주간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계절 평균 대비 +1.2% 높았고, 휘발유 재고는 -2.4%, 증류유 재고는 -10.3%로 각각 5년 평균을 하회했다. 미국의 일일 원유 생산은 해당 주에 13.586백만 배럴/일로 전주와 동일했으며, 11월 7일 주에 기록된 13.862백만 배럴/일의 최고치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다.

시추 활동의 지표인 베이커휴즈(Baker Hughes)의 주간 집계에서는 4월 24일 종료 주간 미국 가동 중인 유전 시추(오일 리그) 수가 -3대 감소해 407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4년 3개월 내 최저 수준과 근접한 수치이다. 2022년 12월의 627대에서 급감한 수치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공급 불확실성의 한 축으로 남아 있다.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우크라이나 중재 성격의 회담은 조기 종료되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장기적 합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지난 10개월 동안 최소 30개 이상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해 러시아의 정제·수출 능력을 일부 저해했으며, 발트해에서 적어도 6척의 유조선이 공격받는 등 해상 수송에도 위험 요인이 추가되었다. 또 새로 부과된 미·EU 제재는 러시아 석유회사와 인프라, 유조선에 대한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제약하고 있다.


전문가적 분석 및 전망

현재 원유 시장은 공급 측 충격(지정학·물류 봉쇄)과 수요 측 약화(경제지표 부진)라는 상충하는 힘에 노출돼 있다. 단기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내 전쟁 리스크가 가격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대로 글로벌 재고가 추가로 소진되어 6월에 10억 배럴 수준까지 감소할 경우, 구조적 공급 부족 우려는 심화되어 국제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다. 반면, 미국과 유로존의 성장 둔화 신호는 연료 수요를 억제하는 이른바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를 초래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의 상방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정책·시나리오별로 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가능하다. 첫째, 봉쇄가 장기화되고 OPEC+가 증산을 사실상 실행하지 못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유가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둘째, UAE의 OPEC 탈퇴로 비록 일시적이나마 증산 여력이 확대되면 공급 압력이 다소 완화되어 유가가 안정될 수 있다. 셋째, 세계 경제 성장 둔화가 심화되어 휘발유·산업용 연료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 공급 차질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와 정책 결정자는 이들 요인의 상호작용과 시차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판단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에너지 가격이 둔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감되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의 전환 여지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유가의 향후 방향은 중앙은행의 물가 및 경기 판단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용어 설명

WTI(웨스트 텍사스 인터미디어트)는 미국 텍사스에서 산출되는 경질원유의 대표 지표이며, 국제 원유 선물시장에서 기준으로 활용된다. RBOB(Retail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는 미국 정제시장에서 휘발유 선물의 한 종류로, 도로용 휘발유 가격을 반영하는 주요 지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수로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상 통로이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을 포함한 협의체로, 세계 원유 공급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원문 기사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해당 기사에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접 또는 간접적인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Barchart의 집계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요약·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