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스(Cerebras Systems)가 나스닥 상장 첫날 68% 급등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 세레브라스 주식은 1주당 185달러에 공모가를 정해 상장했으며, 14일(현지시간) 거래를 마감한 뒤에는 311.07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이에 따라 회사의 기업가치는 약 950억 달러로 평가됐다.
2026년 5월 1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세레브라스는 전날 밤 3,000만 주를 매각해 55억 5,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2019년 우버(Uber) 상장 이후 미국 기술기업의 기업공개(IPO)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인수단이 추가로 450만 주를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행사할 경우 총 조달액은 63억 8,000만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주가는 장 초반 350달러에 출발한 뒤 386달러까지 치솟았고, 이후 거래 시간에는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세레브라스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최근 몇 달간 이어진 인공지능 붐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반도체 업종 전반도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인텔(Intel), AMD(Advanced Micro Devices), 마이크론(Micron)은 올해 들어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종 흐름을 보여주는 VanEck Semiconductor ETF(종목코드: SMH)는 2026년 현재까지 58% 올랐다. ETF는 여러 종목을 한 번에 담아 주식처럼 거래하는 상장지수펀드를 뜻한다.
특히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확산이 수요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 스스로 여러 단계를 수행하며 과업을 끝내는 형태의 인공지능을 말한다. 이런 흐름은 엔비디아(Nvidia)의 지배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보다 전통적인 중앙처리장치(CPU)에 대한 수요까지 동시에 키우고 있다. 세레브라스는 이런 시장 환경 속에서 월가에 등장한 가장 큰 순수 AI IPO이자, 수개월 만에 나온 주목할 만한 기술 상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국 기술기업 IPO 시장은 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 이후 이어진 침체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2025년 기술 IPO는 31건에 그쳐 4년 전 121건에서 크게 줄었다고 IPO 전문가인 플로리다대 제이 리터(Jay Ritter)의 집계가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AI를 중심으로 한 대형 상장이 잇따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SpaceX)는 2월 AI 기업 xAI와 합병했고, 오픈AI(OpenAI)와 앤스로픽(Anthropic)도 올해 안에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레브라스는 2016년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앤드루 펠드먼(Andrew Feldman)이 이끄는 회사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
저기에는 큰 고객들이 있다. 정말 큰 고객들이 있다. 그것이 이 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라고 말했다. 펠드먼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 중인 대학 관련 작업에 대해 “우리는 함께 모델을 훈련하고 있다”며 “영어-아랍어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AI 실무자 양성을 위해 설립된 첫 번째 대학”이라고 말했다.
세레브라스의 매출은 지난해 76% 증가한 5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8,800만 달러로 흑자 전환했다. 전년에는 4억 8,160만 달러 적자였다. 이는 회사의 상장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지표로, 고성장 AI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기대를 높이는 요소다.
다만 세레브라스의 사업 구조는 아직 대형 고객 의존도가 높다. 수정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의 24%가 G42에서 나왔으며, 이는 2024년의 85%에서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인공지능대학이 지난해 매출의 6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펠드먼은 “고래 고객들이 있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매출 비중이 큰 대형 고객을 뜻하는 업계 용어다. 고객 집중도가 높을수록 단기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특정 거래처의 발주 변화가 실적 변동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기술적으로 세레브라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이며, 세레브라스는 자사 아키텍처가 다르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GPU보다 속도와 가격 면에서 우위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엔비디아는 AI 스타트업 그록(Groq) 관련 자산을 20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그록의 칩은 세레브라스와 더 유사한 구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엔비디아는 그록 기반 제품 계획도 내놓았다.
세레브라스의 상장 과정은 길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회사는 2024년 9월 상장을 신청했지만, 1년이 조금 지난 뒤 신고서를 철회했다. 당시 투자설명서는 주로 아랍에미리트의 단일 고객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원하는 G42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집중적인 검토를 받았다. 이후 세레브라스는 4월에 다시 상장을 신청했다. 이어 공개된 최신 투자설명서에서 회사는 지난해 G42의 매출 비중이 24%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IPO에서 창업자 펠드먼은 회사 지분의 약 5%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모가 기준 약 20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갖고 있다. 피델리티(Fidelity)는 약 11%를 보유하고 있고, 벤처캐피털 베ン치마크(Benchmark)는 9%를 보유하고 있다. 세레브라스는 원래 하드웨어 시스템 판매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자사 칩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오라클(Oracle), 코어위브(CoreWeave) 등과도 경쟁하게 됐다.
또한 세레브라스는 고객 다변화를 위해 올해 1월 오픈AI와 200억 달러가 넘는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은 2028년에 만료된다. 3월에는 아마존(Amazon) 산하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자사 데이터센터에 세레브라스 칩을 배치해 개발자들이 AI 모델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과 오픈AI는 모두 세레브라스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워런트(warrant)를 보유하고 있다. 워런트는 정해진 조건과 가격에 따라 향후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이번 상장은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씨티그룹(Citigroup), 바클레이즈(Barclays), UBS가 주관했다. 시장에서는 세레브라스의 상장을 계기로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인프라 전반의 투자 열기가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대형 고객 확보와 클라우드 사업 확장은 향후 매출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단순한 반도체 제조업체가 아니라 AI 인프라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평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주가와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실적 성장세와 고객 다변화가 실제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향후 주가 변동성은 여전히 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