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 연방대법원이 독일 제약·농화학 기업 바이엘(Bayer AG)이 제기한 상소 심리에서 라운드업(Roundup) 제초제의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와 암 연관성을 둘러싼 수천 건의 소송을 중단시키려는 기업 측 주장에 관해 판단을 모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6년 4월 2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연방대법원에서는 미주리주 배심 평결에 대해 바이엘이 제기한 항소심을 심리했다. 미주리 주 법원 배심은 존 더넬(John Durnell)에게 $1.25밀리언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으며, 더넬은 라운드업의 글리포세이트에 수년간 노출된 뒤 비호지킨 림프종(non-Hodgkin lymphoma)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바이엘 측 변호사인 폴 클레먼트(Paul Clement)는 연방의 농약 관련 법률이 주(州) 법에 근거한 경고의무 위반 소송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레먼트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결론내렸고, 경고 문구 없이 제품 라벨을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미주리 배심은 EPA가 요구하지 않는 암 경고 요건을 도입했다. 그 추가적 요건은 선점(preemption)된다”
클레먼트는 연방 규제 체계와 상충하는 상태별(州별) 규준의 난립을 우려했다. 그는 “의회는 농약 라벨의 안전 경고에 대해 균일성(uniformity)을 분명히 원했다”고 말하며, 규준 붕괴는 농업인들의 생계와 연방 등록 농약에 대한 신뢰를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사는 지금까지 미국 주·연방 법원에 제기된 라운드업 관련 소송이 10만 건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엘은 대법원이 자사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 라운드업 관련 소송은 대체로 종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적 쟁점: 연방 법률인 FIFRA(연방 살충제·살균제·살서제법, Federal Insecticide, Fungicide and Rodenticide Act)는 농약의 판매와 라벨 표기를 규율하며, 주 정부가 상이하거나 추가적인 요건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 법은 적절한 경고 문구가 없어 표시가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소위 “misbranded”)를 금지한다. 바이엘은 이 연방법이 주(州)의 경고의무 소송을 배제한다고 주장한다.
대법관들의 문답에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Neil Gorsuch) 대법관은 클레먼트에게 주 법원 소송이 연방 규제 체계와 왜 필연적으로 상충하는지를 집요하게 물었다. 고서치는 “만약 EPA가 적절히 등록된 제품에 대해 허위 표시(misbranding)로 형사·민사 처벌을 청구할 수 있다면, 주(州) 불법행위 소송(tort suits)이 동일한 일을 하는 것이 왜 FIFRA와 일관되지 않겠는가?”라고 질문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부는 이 사건에서 바이엘 편을 들었다. 법무부 변호사 사라 해리스(Sarah Harris)는 연방 기준에서 벗어나는 경우의 문제점을 강조하며, 주별로 상이한 판단이 라벨링의 통일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50개 주가 상이한 판단을 내린다면 — 아이오와는 아마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캘리포니아는 확실히 유발한다고, 다른 주는 전혀 유발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 라벨은 완전히 균열될 것”
이에 대해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John Roberts) 대법관은 “반면 만약 주(州)가 옳았다면, 연방 정부가 결정을 내리는 동안 위험을 국민에게 알릴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주(州)의 조치 가능성을 배려하는 질문을 던졌다.
사건의 배경: 바이엘은 2018년 몬산토(Monsanto)를 $630억에 인수하면서 라운드업을 확보했다. 이후 폭발적인 소송 증가로 소비자용 라운드업에서 글리포세이트 성분을 제외했고, 바이엘은 소송이 농약 공급 능력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엘은 2026년 2월에 수만 건의 현·미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한 $72.5억(=7.25 billion 달러) 규모의 잠정 합의안을 발표했다. 회사는 해당 합의가 계류 중인 항소에서 비롯된 청구나 합의 범위를 벗어난 청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그 밖에 거의 $10억에 달하는 청구는 합의 범위 밖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더넬 측 변호인단은 EPA의 등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라벨이 여전히 잘못 표기(misbranded)되었을 수 있으며, 미주리주법이 제품의 위험에 대해 적절히 경고하도록 요구하는 부분은 FIFRA의 misbranding 금지와 동일한 요건을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더넬의 청구는 선점(preemption)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더넬은 희귀하고 종종 공격적인 형태의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고, 자신의 병을 1996년부터 시작된 라운드업 노출 탓으로 돌렸다. 법원 서류에 따르면 그는 약 20년 동안 세인트루이스 인근 지역의 단지 관리 협회에서 ‘분무 담당자(spray guy)’로 일하며 공원 내 잡초를 살포했고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적시되어 있다.
배심은 2023년 더넬의 손을 들어주었고, 주(州) 항소 법원은 2025년에 그 평결을 유지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6월 말까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용어 설명: FIFRA는 미국에서 농약의 등록, 판매, 라벨링을 규율하는 연방법으로, 제품 라벨이 적절한 경고를 포함하지 않으면 ‘misbranded(표시부적합)’로 간주되어 규제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백혈구(림프구)에서 시작되는 암의 한 종류로, 형태와 예후가 다양하며 일부는 공격적일 수 있다.
법적·시장적 함의 분석: 이번 사건의 대법원 판단은 단지 한 건의 손해배상 여부를 넘어서 광범위한 파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FIFRA에 따른 연방적 표준이 주(州) 민사소송에 우선한다는 선례가 확립되어 라운드업 관련 수만 건의 소송이 빠르게 종결될 여지가 크다. 이는 바이엘의 잠재적 배상 부담과 법적 불확실성을 크게 경감시켜 자본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대법원이 더넬 측이나 주(州)의 권리를 인정하면, 주별로 상이한 법리 적용과 라벨링 요구가 존속하거나 확산될 수 있어 기업의 규제 준수 비용이 증가하고 보험 및 배상 책임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이는 농약 제조업체의 대차대조표 부담을 높이고, 농약 공급망과 농업 생산비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바이엘이 제기한 공급 위험 발언과 결합하면 농업 부문의 비용·가격 구조에 변동성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또한 잠정 합의안($72.5억)의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합의가 최종 확정되거나 대법원이 선점 원칙을 인정하면, 해당 합의는 기업의 실질적 현금 유출과 회계적 충당금 처리에 영향을 주며 주가 및 채권 평가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합의가 무효화되거나 분산되는 결과가 나오면 추가적 소송비용과 배상금으로 재무 부담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 이번 사건은 연방 규제체계와 주(州) 민사법의 충돌이라는 법리적 핵심 쟁점을 담고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6월 말까지 내려질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판결 결과는 법조계·시장·농업 부문에 중대한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