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지수(DXY00)가 목요일 7주 만의 고점에서 하락하며 -0.18% 내린 채 마감했다. 달러는 이날 초반 강세를 보였으나,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기조가 완화적일 수 있다는 해석이 확산되자 약세로 돌아섰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예상보다 더 늘었고, 4월 비방산 자본재 수주(항공기·부품 제외)는 뜻밖에 감소했으며, 1분기 GDP 성장률은 하향 조정됐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4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예상에 부합했고, 4월 신규주택판매도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 이후 S&P 5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달러는 낙폭을 더 키웠다. Axios가 미국과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남겨둔 상태에서 잠정 평화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한 영향이다.
달러는 이날 오전만 해도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군이 상선에 발사된 이란 드론 4대를 격추하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발사 기지를 타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또한 리사 쿡 연준 이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고물가 우려를 언급하며 매파적 발언을 내놓은 점도 달러를 지지했다. 매파적 발언은 금리 인하보다 긴축 유지 또는 추가 인상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뜻한다.
2026년 5월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5,000건 늘어난 21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1만1,000건보다 많은 수치로, 노동시장이 기대보다 다소 약하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4월 개인소비는 전월 대비 0.5% 증가해 예상과 일치했지만, 개인소득은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다. 시장은 0.4% 증가를 예상하고 있었다.
연준이 주목하는 핵심 물가지표인 4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올라 예상에 부합했으며, 2년 6개월 만에 가장 빠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근원 PCE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향후 통화정책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같은 날 발표된 4월 비방산 자본재 신규수주(항공기·부품 제외)는 전월 대비 -1.1% 감소해 예상치였던 +0.4% 증가를 크게 밑돌았고, 1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미국의 1분기 GDP는 연율 기준 1.6%로 하향 수정됐다. 이는 직전 예상치인 2.0%와 비교해 약한 수준이다.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도 기존 1.6%에서 1.4%로 낮아졌고, 1분기 근원 PCE 가격지수는 기존 4.3%에서 4.4%로 상향 조정돼 3년 만의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는 성장세는 둔화하는 반면 물가 압력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4월 신규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6.2% 감소한 62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시장은 66만건을 예상했다. 주택시장의 둔화는 고금리 환경이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흐름은 향후 금리 인하 기대를 일부 지지할 수 있으나, 동시에 물가가 여전히 높은 만큼 연준이 쉽게 완화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드러낸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알베르토 무살렘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의미 있게 상회하고 있으며, 기대 인플레이션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높은 실질금리에 대응하려면 정책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금리 인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미국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너무 높다”며 인플레이션 억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금리선물시장인 스와프 시장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인 6월 16~17일 회의에서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0%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25bp는 0.25%포인트를 뜻한다. 이는 시장이 당장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미국 경제지표가 더 둔화될 경우,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는 다시 조정될 수 있다.
유로화는 이날 달러 약세에 힘입어 상승했다. EUR/USD는 +0.19% 올랐다. 유로는 초반 하락분을 지운 뒤 미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달러가 밀리자 상승 전환했다. 여기에 유로존 5월 경제심리지수가 예상보다 개선되면서 유럽통화에 추가 지지력이 붙었다.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필립 레인은 중동 전쟁의 영향이 노동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며, 유로존에 대한 에너지 충격의 ‘2차 효과’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5월 경제심리지수는 93.5로 전달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는 93.0으로 변동이 없을 것으로 봤다. 스와프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11일 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89%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임을 보여준다.
엔화는 달러 대비 -0.16% 하락했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엔화는 4주 만의 저점에서 반등했다. 미국 국채 금리 하락도 엔화에 힘을 보탰다. 또한 달러당 160엔 수준은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커지는 구간으로 인식되는데, 최근에도 엔화가 이 수준 아래로 내려갔을 때 일본 당국은 환시 개입에 나선 바 있다. 반면 이날 초반에는 국제유가 급등이 일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엔화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일본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일본은행(BOJ)이 다음 정책회의인 6월 16일 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77%로 보고 있다. 이는 일본의 초저금리 체제가 점진적으로 수정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한다. 그러나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 당국의 추가 개입 여부가 환율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각될 전망이다.
국제 금값은 달러 약세와 안전자산 선호 변화 속에서 반등했다. 6월물 COMEX 금 선물은 50.90달러 오른 1.14% 상승으로 마감했고, 7월물 COMEX 은 선물은 1.017달러 오른 1.36% 상승했다. 금과 은은 이날 초반에는 약세를 보였으나, Axios가 미국과 이란이 휴전 연장을 합의하고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달러가 밀리자 급반등했다. 글로벌 국채 금리 하락도 귀금속 강세를 뒷받침했다.
미국의 2분기 GDP, 4월 신규주택판매, 4월 비방산 자본재 수주 부진은 연준의 긴축 기대를 누그러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귀금속에 우호적이었다. 다만 이날 귀금속은 장 초반에는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재차 격화되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자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쿡 이사, 무살렘 총재, 카시카리 총재가 모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매우 높다고 경고한 점도 귀금속 가격을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귀금속 관련 자금 이탈도 가격에는 부담이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장기 보유 물량은 지난 3월 31일 5.25개월 만의 최저치로 줄었으며, 이는 2월 27일 기록한 3.5년 만의 최고치에서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은 ETF의 장기 보유 물량도 5월 5일 9.25개월 만의 최저치로 감소했다. 이 역시 12월 23일의 3.5년 만의 최고치에서 후퇴한 것이다. ETF 자금 유출은 중장기적으로 금·은 가격에 약세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반면 중앙은행의 금 매수는 금값에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PBOC) 보유 금은 4월에 26만 온스 늘어난 7,464만 트로이온스를 기록했다. 이는 1년 만의 최대 월간 증가폭이자, 18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린 결과다. 중앙은행의 꾸준한 금 매입은 글로벌 준비자산 다변화 흐름을 보여주며, 향후 금값의 하방을 일정 부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흐름을 종합하면 미국 경제의 둔화 신호와 중동 정세 완화 기대가 달러를 압박하고, 금과 은 같은 안전자산 및 대체자산에는 지지력을 제공하는 구도다. 다만 미국 내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고 연준 인사들이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달러 약세가 일방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향후 시장은 미국 고용, 물가, 연준의 금리 경로, 미·이란 관계, 국제유가의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