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평화 기대에 달러 약세…엔화는 1개월 만에 최저, 금·은은 상승

미국-이란 평화 협상 기대가 달러 약세를 이끌고 있다. 2일(현지시간) 달러지수(DXY00)는 전장 대비 0.04%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매우 빠른 속도(at a rapid pace)”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향후 1주일 안에 이란과의 중간 단계의 평화 합의(interim peace deal)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언급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 여기에 미국 국채 수익률인 T-노트 금리가 낮아지며 달러의 금리 우위도 약해졌고, 중국 위안화가 달러 대비 3년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오르면서 달러에는 추가 부담이 됐다.

같은 날 미국의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구인 건수가 예상 밖으로 크게 늘었고,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베스 해맥 총재가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달러는 장중 저점에서 일부 반등했다. 2026년 6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4월 JOLTS 구인 건수는 76만1,8000건으로 전달 대비 73만1,000건 증가해 2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686만6,000건 감소 전망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JOLTS는 미국 노동시장 수급을 보여주는 지표로, 구인 건수가 예상보다 강하면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쉽게 내리기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또한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연동된 스왑시장은 6월 16~17일 열리는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2%로 반영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매우 낮다는 의미다. bp는 베이시스포인트(basis point)의 약자로, 1bp는 0.01%포인트를 뜻한다. 따라서 25bp는 0.25%포인트에 해당한다. 금리 전망은 달러, 금, 은 등 주요 자산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다.

유로화는 달러 약세와 유럽의 물가 압력으로 상승했다. 유로/달러 환율(EUR/USD)은 0.07% 올랐다.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유럽중앙은행(ECB)의 2% 목표를 다시 웃돌면서 ECB의 긴축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유로존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시장 예상에 부합했으며, 2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빠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 등을 제외한 근원 CPI는 2.5% 올라 예상치 2.4%를 상회했고, 13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시장은 다음 정책회의인 6월 11일 ECB가 25bp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98%로 보고 있다.

엔화는 달러 대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달러/엔 환율(USD/JPY)은 0.20% 상승했다. 달러 약세는 통상 엔화에는 호재지만, 이날은 일본 국채 수익률이 더 큰 변수로 작용했다. 10년물 일본국채(JGB) 금리가 2.5주 만의 최저치인 2.571%로 떨어지며 엔화의 금리 매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국채 금리 하락은 엔화의 추가 약세를 일정 부분 제한했다. 시장은 6월 16일 열리는 차기 일본은행(BOJ) 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78%로 반영하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과 은은 달러 약세 속에서 강세를 보였다. 8월물 COMEX 금 선물(GCQ26)은 28.40달러(0.63%) 오른 1온스당 가격 흐름을 보였고, 7월물 COMEX 은 선물(SIN26)은 0.826달러(1.10%) 상승했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달러로 거래되는 귀금속의 상대 가격이 낮아져 매수세가 유입되기 쉽다. 글로벌 채권 수익률이 낮아진 점도 금과 은에 우호적이었다. 여기에 중동 평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귀금속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다만 상승 폭은 제한적이었다. 유로존 5월 소비자물가가 ECB 목표치인 2%를 다시 크게 웃돌며 이번 달 EC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고, 미국 4월 JOLTS 고용 변화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은 매파적으로 해석됐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최근 인플레이션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준이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고 언급해 금과 은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해맥 총재는 연준의 기준금리가 “제약적이지 않을 수 있다(may not be restrictive)”며, 최근 데이터 추세가 이어지면 정책이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커지는 위험에 대응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귀금속 펀드의 차익 실현과 청산도 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 3월 31일 기준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장기 보유 물량은 5.5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2월 27일 기록한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 이후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은 ETF의 장기 보유 물량도 5월 5일 9.5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이는 12월 23일 기록한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 이후의 흐름이다. ETF는 투자자들이 직접 현물을 사지 않고도 금과 은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유량 감소는 시장의 위험 선호 변화와 수급 둔화를 시사한다.

반면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금값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PBOC)이 보유한 금괴가 4월 한 달 동안 26만 온스 늘어나 7,464만 트로이온스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1년 만의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이자, 중국 인민은행이 18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린 것이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수요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맞물려 금 시장의 장기적 지지 요인으로 평가된다.

시장 전반에서는 달러, 금리, 중앙은행 정책, 중동 정세가 동시에 가격 방향을 좌우하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달러는 미국의 완화 기대와 안전자산 선호 약화로 흔들리고 있지만, 예상보다 강한 미국 고용지표와 연준 인사의 매파적 발언이 되살아나며 낙폭은 제한되는 모습이다. 유로화는 ECB의 추가 긴축 기대에 힘을 얻고 있고, 엔화는 일본국채 수익률 하락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귀금속 시장은 달러 약세와 지정학적 불안이 지지하지만, 금리 인상 기대와 펀드 자금 이탈이 상단을 누르는 양상이다. 향후에는 미국 연준의 금리 경로, 6월 ECB와 BOJ 회의 결과, 미국-이란 협상 진전 여부가 외환시장과 금·은 가격의 단기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참고 이날 보도 시점 기준 필자 리치 애스플런드는 기사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접적 또는 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본 기사에 담긴 수치와 시장 해석은 정보 제공 목적에 한정되며, 투자 판단은 각자의 책임 아래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