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관련 상반된 신호가 이어지면서 미국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나스닥 100지수는 장중 기록 경신 뒤 하락 마감했다. 인공지능(AI) 기대감, 국제유가 급락, 그리고 미국 국채금리 하락이 전반적인 주가를 지지했다.
27일(현지시간)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02% 오른 채 마감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36% 상승했다. 반면 나스닥 100지수는 0.09% 하락했다. 6월물 E-미니 S&P 500 선물은 0.04% 올랐고,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10% 내렸다.
이날 주가 흐름은 에너지 관련 종목 약세와 사이버보안 종목 부진이 일부 부담으로 작용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즉각적인 종전 기대를 약화시킨 데 따른 영향도 받았다.
시장은 중동 지역의 긴장이 완화되고 원유 수송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와, 협상이 교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반영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가능성은 유가와 에너지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국제유가는 5% 넘게 급락해 5주 만의 저점으로 내려갔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 합의 기대 속에 중동 원유 흐름이 곧 정상화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며 채권금리에도 하방 압력을 가했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4.45%까지 내려가 1.5주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주식의 상대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만큼, 금리 하락은 성장주와 주식 전반에 대체로 우호적이다.
다만 이후 미 당국자들이 이란 국영 TV가 입수했다고 주장한 비공식 초안을 “완전한 조작”이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유가는 저점에서 반등했다. 이 초안에는 미국 군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상업 운송을 복원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으나, 신뢰성은 부인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간 보고서에서 세계 원유 재고가 3월과 4월 각각 하루 평균 약 400만 배럴씩 줄었다고 밝히며, 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차질로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약 5억 배럴이 소진됐고, 이 감소분이 6월까지 10억 배럴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추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관련해서는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베이시스포인트) 인하가 단행될 확률이 3%에 불과하게 반영됐다. 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 변동을 나타내는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다. 시장은 현재 당장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보다, 인플레이션과 유가 흐름을 지켜보는 신중한 기조를 더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실적 시즌은 막바지로 접어들었으며, 기업 실적은 대체로 주가에 힘을 보탰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 475개 가운데 83%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1분기 S&P 500 기업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주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에 그쳐 2년 만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대형 기술주 중심의 이익 개선이 전체 지수 상승을 떠받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외 증시는 혼조였다. 유로스톡스 50지수는 0.11% 상승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5%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쓴 뒤 0.01% 상승 마감했다.
채권·금리 시장에서는 6월물 10년 만기 미 국채 선물이 2.5틱 상승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8bp 내린 4.477%를 기록했으며, 장중에는 4.445%까지 떨어져 1.5주 만의 최저 수준을 보였다. 5% 넘게 하락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완화하며 국채 가격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재무부의 700억달러 규모 5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응찰률이 2.34배로 10회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해 무난한 수요를 확인했다.
유럽 국채 수익률은 엇갈렸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9bp 오른 2.987%로 마감했고, 영국 10년물 길트 수익률은 5주 만의 최저치인 4.804%까지 내렸다가 최종적으로 1.7bp 하락한 4.858%로 마감했다. 유로존 4월 신차 등록은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한 97만2,000대로 집계됐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인 야니스 스투르나라스는 중동 분쟁과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더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는 6월 ECB 금리 인상”이라고 말했다. 독일 경제자문위원회는 2026년 독일 GDP 성장률 전망치를 0.5%로 낮췄는데, 이는 11월 제시한 0.9%보다 낮은 수치다. 스왑시장은 6월 11일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ECB가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확률을 92%로 반영하고 있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항공주와 크루즈 관련 종목이 유가 급락의 수혜를 입으며 강세를 보였다. 유가 하락으로 연료비 부담이 줄고 수익성 전망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다. 유나이티드항공홀딩스는 6% 넘게 올랐고, 노르웨이안크루즈라인홀딩스도 6% 넘게 상승했다. 알래스카에어그룹은 5% 넘게 뛰었으며, 카니발은 4% 넘게, 로열캐리비안크루즈는 3% 넘게 올랐다.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 넘게 상승했고, 아메리칸항공그룹은 0.64% 올랐다.
반대로 에너지 생산업체와 에너지 서비스업체는 약세를 보였다. 베이커휴즈는 5% 넘게 밀렸고, 할리버튼은 3% 넘게 하락했다. SLB와 APA는 2% 넘게 내렸으며, 데본에너지, 셰브론, 다이아몬드백에너지,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도 1% 넘게 하락했다. 이는 유가 급락이 곧바로 업종 전반의 실적 기대를 압박했음을 보여준다.
사이버보안주는 Z스케일러의 급락 여파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Z스케일러는 4분기 매출 전망을 8억7,500만달러~8억7,800만달러로 제시했는데, 시장 예상치 8억7,910만달러를 밑돌면서 31% 넘게 폭락했다. 포티넷과 옥타는 4% 넘게 떨어졌고, 크라우드스트라이크홀딩스, 팔로알토네트웍스, 클라우드플레어는 3% 넘게 하락했다. 사이버보안 업종은 고성장 기대가 큰 만큼 실적 전망이 소폭만 하회해도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일부 종목은 실적 호조와 투자의견 상향에 힘입어 강하게 반등했다. Dycom Industries는 1분기 계약 매출이 19억6,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 16억7,000만달러를 크게 웃돌며 25% 넘게 상승했다. AppLovin은 모건스탠리가 전환율 상승을 근거로 강세론을 제시한 뒤 S&P 500과 나스닥 100의 상승 종목을 주도하며 10% 넘게 올랐다.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은 JP모건체이스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높이고 목표주가를 46달러로 제시한 뒤 9% 넘게 상승했다. 배스앤드바디웍스는 1분기 순매출이 13억8,000만달러로 예상치 13억6,000만달러를 웃돌며 9% 넘게 올랐다. GXO 로지스틱스는 바클레이스가 투자의견을 동일비중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65달러로 제시하면서 4% 넘게 뛰었고, 페덱스는 JP모건체이스가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한 데 힘입어 2% 넘게 상승했다.
반대로 일부 종목은 실적 가이던스 하향이나 대규모 매각 이슈로 급락했다. Verra Mobility는 연간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1.19~1.25달러로 낮추며 70% 넘게 폭락했다. 종전 전망은 1.32~1.38달러였고, 시장 예상치 1.36달러보다도 낮았다. 회사는 또 Avis Budget이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보스턴사이언티픽은 최고경영자(CEO) 마호니가 산업 콘퍼런스 발표에서 단기적 도전 과제를 언급한 뒤 12% 넘게 하락하며 S&P 500 내 낙폭이 가장 컸다. PDD홀딩스는 1분기 매출이 1,062억3,000만위안으로 예상치 1,086억위안을 밑돌며 10% 넘게 내렸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가 주당 85.80~86.30달러에 2,200만주를 매각한다고 밝히면서 9% 넘게 하락했다. 딕스 스포팅 굿즈는 1분기 총마진이 32.6%로 예상치 33.4%를 밑돌아 5% 넘게 떨어졌다.
다우지수 구성 종목인 JP모건체이스는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가 올해 회사가 지난달 경영진 예상보다 약 10억달러를 더 지출할 것이라고 밝힌 뒤 2% 넘게 하락하며 다우지수의 하락 종목을 이끌었다. 이는 비용 통제가 대형 금융주의 향후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번 주와 관련한 추가 실적 발표 일정에는 오토데스크, 베스트바이, 벌링턴 스토어스, 코스트코홀세일, 델 테크놀로지스, 달러트리, 일래스틱NV, 갭, 허멜푸드, 몽고DB, 넷앱, 옥타, 센티넬원, UiPath 등이 포함돼 있다. 시장은 실적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가운데, 기술주와 소비재, 방어주 전반에서 이어질 가이던스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해석상 이번 혼조 장세는 유가와 중동 정세가 미국 증시의 핵심 변수로 다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유가 급락은 항공·여행주에 호재인 반면 에너지주에는 직접적인 부담이 되고, 동시에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춰 채권시장과 성장주에는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미·이란 협상 관련 상반된 메시지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완화 기대와 불확실성 확대를 동시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향후 주식시장은 중동발 유가 변동, 국채금리 방향, 그리고 AI·빅테크 실적 모멘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