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아메리칸이글, 의류 수요 둔화에 투자자 안심 못 시켜…주가 급락

의류 수요 둔화가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을 계속 짓누르면서 갭(Gap)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American Eagle Outfitters)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실패했다. 갭은 연간 매출 전망을 낮췄고, 아메리칸 이글은 연간 비교매출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시장의 우려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장 마감 후 거래에서 갭 주가는 약 15% 급락했고, 아메리칸 이글 주가도 약 11% 떨어졌다.


2026년 5월 28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고 소비자심리지수는 5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가계가 저축을 줄이고 옷과 액세서리 같은 선택적 지출을 줄이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서 비교매출은 기존 매장과 동일한 조건에서 발생한 매출을 뜻하며, 경기와 소비 흐름을 읽는 데 자주 쓰이는 핵심 지표다. 이번 실적 발표는 미국 소비자들이 필수품 외 지출을 얼마나 줄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로 해석된다.


두 회사 모두 현재 분기에서 여성용 계절 의류 부문의 부진에 직면해 있으며, 이 부문이 실적에 계속 부담을 주고 있다.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인 갭은 자회사 올드 네이비(Old Navy)의 실적이 여성용 드레스 부문 부진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해당 부문에서 실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고객의 호응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리처드 딕슨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

2분기에 들어서도 계절성 여성 드레스 사업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아메리칸 이글은 여성용 하의 제품에 대한 수요 약세가 분기 매출 감소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스타일 변화와 평년보다 추운 봄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여성용 하의는 바지, 레깅스, 스커트 등 하체를 위한 의류 전반을 뜻하며, 계절과 유행 변화에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특정 여성복 카테고리의 부진은 단기 실적뿐 아니라 재고 관리와 마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모닝스타의 데이비드 슈워츠 애널리스트는 “

저소득 소비자들이 다른 계층만큼 잘 지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것이 올드 네이비 매출이 더 높지 않은 이유의 일부일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의류 산업의 과잉 경쟁과 과잉 생산은 만성적인 문제이며, 이는 소비자 지출 수준과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특정 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공급 과잉, 가격 경쟁 심화, 재고 조정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이번 주에는 애버크롬비 & 피치배스 앤 바디 웍스가 부유층 소비자의 지출 회복력을 바탕으로 둔화 흐름을 피해 갔다. 이는 미국 경제가 소득 계층별로 소비 양상이 갈리는 K자형 경제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타깃은 지난주 소비가 부진하다고 경고한 바 있어, 소매업 전반의 온도차가 더욱 분명해졌다.

갭은 2026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1%에서 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예상치였던 2%에서 3% 성장보다 낮아진 수치다. 다만 갭은 관세에 따른 약 8,000만 달러의 완화 효과가 2026 회계연도 총이익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연간 이익 전망은 상향 조정했다. 회사는 업데이트된 관세 가정을 반영해 유리한 요소를 반영하는 동시에, 더 넓은 범위의 경제 불확실성도 고려한 균형 잡힌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갭은 연간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기존 2.20달러~2.35달러에서 2.30달러~2.40달러로 높였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투자자들이 실적의 질을 판단할 때 자주 참고하는 수치다. 반면 아메리칸 이글은 연간 비교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을 유지했지만, 1분기 재고가 27%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현재 분기의 총마진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총마진 축소는 할인 판매 확대나 재고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음을 뜻해, 향후 주가 변동성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실적 발표는 미국 의류 소매업계가 소비 둔화, 계절성 제품 부진, 재고 관리 부담이라는 복합적인 압력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복과 선택적 소비재의 회복 여부는 향후 소매업체들의 실적과 마진, 나아가 재고 축소 속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연말 쇼핑 시즌 이전까지 소비심리와 가격 민감도, 그리고 관세와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얼마나 완화되는지가 업계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