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발 로이터 통신= 세계무역기구(WTO)가 15일(현지시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어업 보조금이 남획(過剝)을 조장하는 관행을 억제하기 위한 역사적 협정이 공식 발효됐다고 발표했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발효되는 WTO 다자 협정이며, 수년간 교착상태에 빠졌던 협상과 최근 미국발 관세 공세로 위상을 의심받던 WTO 체제가 다시금 생명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내용 및 경과1
이번 협정은 브라질·케냐·통가·베트남이 15일 최종 비준서를 제출함으로써 전체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발효된다는 조건을 충족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정부는 앞으로 남획 상태에 있는 어종이나 자국 관할 밖 공해(公海)에서의 조업에 대해 더 이상 보조금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 개발도상국은 협정 이행을 지원받기 위해 별도의 기금에 접근할 수 있다.
“건강한 해양 생태계가 회복되면 지역 어민들이 가장 먼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 메건 중위와타나폰, Pew 자선신탁 해양정책 담당
배경 설명※남획·보조금 용어 풀이
남획은 어획량이 어종의 자연 재생 속도를 초과해 개체 수가 급감하는 현상을 뜻한다. 정부가 지급하는 어업 보조금(연료·장비 지원 등)은 경제적 부담을 줄여 어선이 먼 바다까지 나가도록 유도, 결국 자원 고갈을 가속화한다. 2019년 학술지 Marine Policy에 따르면 글로벌 어업 보조금은 연간 354억 달러(약 47조 원) 규모이며, 중·EU·미·한·일 5개국이 최대 공여국으로 지목됐다.
향후 과제와 기한
이번 1단계 협상은 20여 년에 걸쳐 도출됐으나 향후 4년 안에 보다 포괄적 규정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자동 실효된다. 2단계 협상에서는 인도·여타 개발도상국이 요구하는 예외 조항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돼 난항을 겪고 있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WTO 사무총장은 이달 초 인터뷰에서 “협상 타결 또는 협정 연장 모두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 낙관론을 제시했다.
전문가 시각
국제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단순한 환경 협정을 넘어 WTO 다자주의의 복원력을 상징한다고 분석한다. 최근 무역 갈등으로 체제 무용론까지 제기됐으나, 다자 간 합의가 실제 발효된 첫 사례가 해양 자원이라는 점은 지속가능성 의제의 부상을 시사한다. 다만 ‘개발국 특혜’와 ‘주변국 감독 한계’ 등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실효적 규제는 요원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독자 가이드 – ‘공해’는 어느 국가의 관할권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 수역을 뜻하며, 이곳에서 이뤄지는 조업은 국제 규범이 미비하다는 점에서 불법·무규제·비신고(IUU) 어업의 온상이 되어 왔다. 협정 발효로 각국이 보조금을 중단하면 원가 부담이 커져 IUU 어업의 경제적 유인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