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발(WSJ)=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초 일론 머스크의 사업체들과의 “관계를 끊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직후, 백악관은 스페이스X가 보유한 대규모 연방계약을 전면 점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실은 The Wall Street Journal(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한 내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계약 검토 작업을 통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 여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스페이스X 계약 대부분이 국가안보‧우주탐사 임무에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 검토를 주도한 기관은 미 연방조달청(GSA)이었다. GSA는 연방정부의 각종 물품·서비스 조달을 총괄하는 행정기관으로, 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의 약칭이다. WSJ에 따르면 GSA는 6월 9일 국방부(DOD)·항공우주국(NASA) 등 주요 부처에 계약 세부 현황표(scorecard)
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표에는 ▲계약 금액 ▲기간 ▲경쟁업체 존재 여부 등을 일목요연하게 적시하도록 요구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머스크와 맺은 모든 연방계약을 중단해야 한다
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트루스 소셜은 트럼프 측이 2022년 개설한 플랫폼으로, 우파 성향 이용자들이 주로 활동한다. 트럼프는 또 머스크가 바이든 행정부의 세금·지출 법안을 비판한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지속적인 공세를 강화했다.
그러나 백악관 및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실무 검토 끝에 스페이스X의 다수 계약이 로켓 발사·위성 통신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Starlink)’가 제공한 군사·민간 통신망이 미국 및 동맹국의 안보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실제 스페이스X는 올 4월 국방부로부터 59억 달러(약 7조8,0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위성통신 계약을 수주했으며, NASA 역시 아르테미스(Artemis)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를 포함한 다수 미션에 스페이스X의 ‘팰컨(Falcon)’ 로켓과 ‘스타십(Starship)’ 우주선을 배정해 놓은 상태다.
전문가 시각: “스페이스X, 사실상 ‘유일 대안’ 지위 구축”
시장조사기관 브라이스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전 세계 상업·정부용 발사 시장에서 스페이스X의 2024년 점유율은 60%를 넘어섰다. 미국 정부가 ‘비용 절감’과 ‘임무 성공률’을 동시에 고려할 때, 스페이스X와 경쟁할 만한 업체는 사실상 보잉·록히드마틴 합작사인 ULA(United Launch Alliance)가 유일하다. 그러나 ULA의 신형 로켓 ‘불칸(Vulcan)’은 아직 실전배치 초기 단계라 적시 투입에 제약이 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정치적 압박이 실제 계약 파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고 진단한다. 하워드 브루킹스 변호사(워싱턴 소재 항공우주 전문로펌)는 “연방조달 규정상 이미 체결된 계약을 ‘대체 공급자 없이’ 취소하면, 정부가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며 “결국 행정 효율성과 국민 세금 보호를 위해서라도 계약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머스크는 지난달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AI 안전 서밋에 참석해 “미국이 우주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으면 방위산업과 민간 기술 혁신이 동시에 퇴보한다”고 언급, 정부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용어설명
- GSA(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 – 연방 정부 기관들의 조달·시설·정보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행정기구.
-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 도널드 트럼프가 만든 SNS로, 트위터 유사 서비스.
- 스코어카드(scorecard) – 계약별 전반적 성과·경쟁 환경을 요약한 평가표.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강도 높은 검토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는 미국 우주·안보 생태계에서 사실상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했음이 다시금 확인됐다. 향후 정권 교체나 정치적 압력과 무관하게, 낮은 발사 비용·높은 성공률·신속한 일정 수행이라는 스페이스X 고유의 경쟁력이 유지되는 한 계약 구조가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