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가 세계 최대 종이 기반 포장업체 스머핏 웨스트록(Smurfit WestRock, LON:SWR)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buy)’와 목표주가 60달러를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특히 웨스트록의 저성과 미국 자산 턴어라운드가 촉발할 4억 달러 규모의 유기적 성장 잠재력을 핵심 근거로 꼽았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UBS는 이날자 커버리지 개시 보고서에서 “스머핏 웨스트록의 기업 규모와 지리적 범위는 이미 확고하지만, 예상되는 추가 가치가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스머핏 웨스트록은 2024년 7월 스머핏 카파(Smurfit Kappa)와 웨스트록(WestRock)의 합병으로 출범했으며, 전 세계 62개 제지공장(밀)과 500개 이상의 컨버팅 설비※를 운영한다. 전체 매출의 60%가 북미에서 발생하며, UBS는 “북미 시장에서의 운영 효율 개선이 가장 뚜렷한 기회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주가 밸류에이션과 동종 업체 대비 할인 폭
UBS는 “스머핏 웨스트록은 2026년 예상 EV/EBITDA 6.4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 경쟁사 인터내셔널 페이퍼(International Paper, IP)와 패키징 코프 오브 아메리카(Packaging Corp of America, PKG)가 각각 8~10배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해 현저한 할인(discount) 상태”라고 지적했다.
EV/EBITDA는 기업가치(EV)를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로 나눈 지표로, 동일 산업 내 상대적 가치평가에 자주 사용된다. UBS는 스머핏 웨스트록이 “잠재적으로 더 높은 잉여현금흐름(FCF)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음에도 이 같은 저평가가 지속되는 것은 “턴어라운드 실행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보수적 시각”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적 전망과 시너지 효과
스머핏 웨스트록은 합병 직후 진행된 1차 시너지를 통해 이미 4억 달러 비용 절감을 대부분 달성했다. UBS는 “2026~2027년에 추가로 4억 달러의 확인된 이익이 실현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를 모델에 반영했다. 보고서는 또한 “
미국 상자(box) 네트워크가 유럽 경쟁사 스토라 엔소(Stora Enso)의 저성과 EU 박스 사업 수준의 마진만 달성해도 EBITDA가 추가로 4억 달러, 주당 가치 5.7달러가 더해질 수 있다
”고 계산했다.
UBS는 2026년 미국 컨테이너보드※ 가격이 공급 타이트닝으로 약 4% 상승하고, 이를 통해 회사 EBITDA가 연간 10% 성장하며 자유현금흐름은 약 230%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UBS는 스머핏 웨스트록 경영진이 2013~2023년 유럽 사업에서 평균 14.7%의 투자자본수익률(ROIC)을 기록해 업계 평균 13.4%를 상회했다는 점을 들어 “북미 자산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미국 사업 구조적 약점과 개선 전략
보고서는 특히 미국 서부 해안(West Coast) 거점을 약점으로 지목했다. “PKG와 IP가 강력한 커버리지를 갖춘 서부 지역에서 스머핏 웨스트록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역사적 저(低)투자가 EBITDA 마진 격차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회사는 2024년 자본 배분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조직을 ‘탈중앙화(decentralization)’해 각 공장이 손익 책임을 직접 지도록 개편했다.
UBS에 따르면 회사는 이미 일부 설비를 폐쇄하거나 구조조정했고, 적자였던 미국 박스 공장 중 약 40%를 흑자 전환시켰다. 경영진은 “추가 개선을 통해 2030년까지 한층 간결하고 높은 수익성, 높은 자본수익률을 갖춘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세부 재무 전망
UBS는 스머핏 웨스트록의 매출이 2025년 308억 달러, 2026년 316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EBIT 마진은 6.3%에서 9.5%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순이익은 2025년 9억 2,200만 달러에서 2026년 17억 달러로 거의 두 배 증가할 전망이다. 배당수익률(dividend yield) 역시 해당 기간 4%를 웃돌 것으로 예측됐다.
UBS는 “FCF 개선과 유기적 구조조정의 실행이 EV/EBITDA 멀티플 리레이팅(re-rating)을 견인해, 2026년 기준 7.8배·10.2배에 거래되는 미국 동종업체 IP, PKG와의 갭을 축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 컨버팅 설비(converting facility)는 롤 형태의 종이나 판지를 골판지 상자·지함·포장재 등 최종 제품으로 가공하는 공정을 담당한다.
※ 컨테이너보드(containerboard)는 골판지 상자의 라이너와 중간 지(紙)를 만드는 원지(原紙)로, 포장용 제품의 핵심 원재료다.
기자 해설 및 전망
이번 UBS 리포트는 스머핏 웨스트록이 “합병 2년 차를 지나며 본격적인 가치 창출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북미 포장재 수요는 전자상거래 확대, 친환경 소재 전환 트렌드와 맞물려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마진 격차 해소와 CAPEX(설비투자) 최적화가 실제 수치로 입증될 경우, 주가 디스카운트 해소와 함께 중·장기 투자 매력도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보고서가 전제한 4% 컨테이너보드 가격 상승과 230% FCF 증가는 ▲공급사 구조조정 속도 ▲원재료(펄프·재생지) 가격 변동 ▲물류비 추세 등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패키징 코프 오브 아메리카, 인터내셔널 페이퍼와의 경쟁 구도가 과열될 경우 가격 전가(pass-through)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결국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실행력’이다. UBS가 제시한 60달러 목표주가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공장별 손익 책임제의 성과 가시화 ▶추가 4억 달러 시너지 실현 ▶주당 배당 확대 등 구체적 이정표가 뒤따라야 한다. 투자자들은 2025~2026년 분기 실적에서 이행 상황을 점검하며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