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경로가 빠르게 엇갈리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2025년 7월 2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 등 4대 중앙은행은 모두 통화정책 결정 단계가 서로 다르지만, 경기 둔화와 물가 불확실성이라는 공통된 과제를 안고 7~8월 연쇄적으로 열리는 정책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UBS는 “이번 회의 시즌은 각국의 금리 사이클이 얼마나 분화됐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동일한 외부 충격이라도 국가별 성장률, 인플레이션, 무역 환경에 따라 통화당국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시장 참가자는 ‘누가 먼저 쉬고, 누가 더 올리거나 내릴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금리 사이클’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이킹)→동결→인하(커팅)으로 전환하는 전 과정을 의미한다. 예컨대 팬데믹 이후 빠르게 금리를 올린 Fed가 올해 들어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ECB·BoE는 이미 2024년 하반기부터 점진적 인하에 착수했다. 반대로 BOJ는 수년간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기하고 정상화(인상) 단계에 막 진입했다.
1. 유럽중앙은행(ECB) ― 7차례 연속 인하 후 ‘일시 정지’
ECB는 7월 25일(현지시간)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UBS는 “연속 7회 인하로 누적 조정을 충분히 단행한 만큼, 라가르드 총재는 실물경제 반응과 임금‧물가 추이를 평가할 시간을 가지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EU 집행위원회가 논의 중인 대(對)중국·미국 관세 정책이 유로존 물가와 교역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려면, 금리 버튼을 잠시 멈출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UBS는 “2025년 말까지 추가 인하 여지는 남아 있지만,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완만하게 떨어지고 있어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2. 일본은행(BOJ) ― ‘정상화’ 초기, 물가 완화로 동결 전망
BOJ는 8월 1일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0.1% 유지가 유력하다. 작년 12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며 ‘긴축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BOJ로서는 인상 여정이 더 남았지만,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근처로 둔화한 데다 미국과의 무역협상도 진행 중이라 과격한 추가 인상은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UBS 보고서 “엔화 약세가 일부 수입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나, 임금-물가 악순환 증거가 제한적이어서 이번에는 관망할 것”
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가장 어려운 선택’
Fed는 7월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4.75~5.00%)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시 환경이 엇갈리는 가운데, UBS는 “미 행정부가 검토 중인 수입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밀어 올릴지, 아니면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성장률을 깎아내릴지가 불확실해, Fed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감세·인프라 정책도 아직 의회 문턱을 못 넘은 만큼, 재정과 통화 간 정책 조합(fiscal–monetary mix)은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지적이다. UBS는 “달러 강세와 국내 고용 호조가 당분간 금리 인하 명분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요약했다.
참고로, Fed 금리결정 과정은 이중책무(dual mandate)—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에 기반한다. 따라서 물가와 실업률 지표가 상충하면 정책 방향이 자주 바뀔 수 있다.
4. 영란은행(BoE) ― 인플레이션 vs 성장 ‘익숙한 딜레마’
BoE는 8월 7일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0.25%p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UBS는 “영국 소비자물가가 아직 목표(2%)를 넘지만, 제조·서비스 PMI가 연중 최저로 떨어지며 성장 역풍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지난 6월 회의에서 위원 9명 중 2명이 동결을 주장했듯, 이번에도 ’스플릿 보트(split vote)’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영국 기준금리는 3.75%로, UBS는 “실질금리 기준으로 여전히 제한적 수준(restrictive territory)”이라며 “8월 인하에 이어 연말 추가 완화가 검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시장·투자자에게 주는 함의
첫째, 중앙은행이 동시다발적으로 비둘기(완화) 혹은 매파(긴축)로 쏠리던 2020~2023년 ‘동조화(co-movement)’ 국면이 사실상 종료됐다. 이에 따라 채권·외환·주식 간 상관관계가 약화되고, 국가별 정책 격차가 통화 변동성(volatility)을 키울 수 있다.
둘째, 투자자는 “정책 방향 그 자체보다, 속도와 타이밍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ECB와 BoE 인하→유로·파운드 약세, Fed 동결→달러 강세, BOJ 동결→엔화 약세 지속 시나리오가 맞물리면 G10 통화 스프레드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셋째, 관세·무역 협상 등 ‘정책 외적 변수’가 통화정책의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으로 부상했다. UBS는 “특정 국가가 관세를 무기화하면 교역 상대국도 대응 관세를 도입, 공급망 재편과 비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끝으로 UBS는 “단기적으로는 중앙은행 신호에 따른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트레이딩이, 장기적으로는 ‘금리 차이+환율 헤지’ 조합이 유효하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