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美 법무부와 크레디트스위스 RMBS 분쟁 3억 달러에 합의

UBS 그룹(UBS Group AG)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가 과거에 연루된 주택저당증권(RMBSResidential Mortgage-Backed Securities) 관련 분쟁을 3억 달러(약 3,945억 원)의 합의금으로 일단락했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UBS는 미국 법무부(U.S. Department of Justice, DOJ)와 2017년 체결된 크레디트스위스의 소비자 구제 의무를 전액 해소하는 조건으로 300백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UBS는 2023년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며 떠안았던 잠재 법적 책임 가운데 하나를 조기에 제거하게 됐다. UBS는 3분기 실적에서 해당 부채와 관련된 크레디트(환입)를 인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조치는 이해관계자 모두의 최선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크레디트스위스의 레거시 이슈를 신속하면서도 공정하게 해결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1. 합의의 배경과 세부 내용

크레디트스위스는 2005~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붐 시기에 발행된 RMBS 상품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2017년 미국 당국과 일괄 합의에 이른 바 있다. 당시 은행 측은 총 55억 달러 규모의 민사 합의를 체결하며, 49억 5,000만 달러를 벌금으로, 나머지를 소비자 구제 프로그램에 투입하기로 약정했다. 이번 UBS의 3억 달러 지급은 그 중 남아 있던 소비자 구제 잔여분을 정산한 것이다.

“UBS는 이해관계자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크레디트스위스의 레거시 문제를 신속하고 균형 있게 해결하고 있다.” — UBS 공식 성명


2. UBS-크레디트스위스 인수 개요

UBS는 2023년 3월 스위스 정부와 금융당국의 중재 하에 약 32억 달러 규모의 전량 주식 교환 방식으로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했다. 스위스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위한 ‘구제합병’ 성격이 강했던 만큼, UBS는 피인수은행의 미결 법적 분쟁 및 부실 자산을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투자은행 부문의 잇단 스캔들—아키고스 캐피털 파산, 그린실 캐피털 공급망 금융 붕괴, 불완전 판매—로 신뢰를 상실했고, 2022년 이후 유출된 예수금만 1,000억 스위스프랑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번 합의는 그러한 ‘부실 유산’의 감축 과정에서 상징적인 이정표로 평가된다.


3. RMBS란 무엇인가?

RMBS

RMBS(주택저당증권)는 금융기관이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묶어 자산유동화 형태로 발행하는 파생 상품이다. 투자자는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배당 형태로 수취하며, 발행기관은 대출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회수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서브프라임(고위험) 대출이 대규모 부실로 전락하면서 RMBS는 ‘위험 자산’의 대명사로 각인됐다.

미국 법무부는 위기 전후 금융사들이 RMBS 구조․위험을 적절히 공시하지 않았다고 판단, 2012년부터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시스템적 사기 및 소비자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해 왔다. UBS와 크레디트스위스도 이 과정에서 소송 대상이 됐으며, 각각 2016년·2017년에 거액 합의에 이르렀다.


4. 금융·투자 관점에서의 의미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UBS의 레거시 리스크 제거 전략을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향후 UBS는 자사 실적 변동성 축소뿐 아니라 자본 적정성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이 지정한 G-SIB(글로벌 시스템적 중요은행) 추가자본 요구치 충족에 유리해질 전망이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인수 이후 통합 비용과 구조조정 인력 감축 계획 등 추가 지출 변수가 남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UBS는 2024~2026년까지 최소 80억 달러의 비용 시너지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글로벌 금리 변동성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히 실적 리스크다.

시장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4일 취리히 증시에서 UBS 주가는 장 초반 1.2% 상승하며 22.40 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남은 법적 비용이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5. 향후 전망

UBS가 크레디트스위스 관련 굵직한 레거시 이슈를 빠르게 정리하면서, 통합은행의 글로벌 자산관리·투자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UBS는 2025년까지 글로벌 고액자산가(High-Net-Worth Individual) 자금 3,000억 달러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 분쟁이 잔존하는 한 자본비율 관리와 배당 정책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합의는 UBS가 자사주 매입 및 배당 확대와 같은 주주친화정책을 재개할 명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3억 달러 합의는 UBS가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이후 직면해온 ‘리스크 클라우드’를 일부 걷어내는 신호탄으로, 향후 투자자 신뢰 회복과 주가 재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