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정부 지분 요구 시 보조금 반환 검토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가 미국 정부가 자사 지분 확보를 추진할 경우 약 66억 달러(한화 약 8조 9,000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반납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8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이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TSMC 경영진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CHIPS법(미국 반도체산업지원법) 보조금의 대가로 자사 지분 10%를 요구할 가능성에 대비해 보조금 반환을 시사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인텔(Intel)에 대해 같은 조건(지분 10% 확보)으로 CHIPS법 보조금을 제공하겠다고 공식화한 직후 나온 움직임이다. 인텔은 이미 미국 애리조나주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이번 정부 지분 참여는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CHIPS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제정된 법률로,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한 세액 공제·직접 보조금·융자를 제공한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보조금의 대가로 기업 지분 확보 또는 이익배당 우선권을 요구하는 방안이 거론돼 왔다.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으로, 전통적으로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기술력과 규모의 경제로 성장해 왔다. 회사는 2024년 말 가동을 시작한 애리조나 주 첸들러 공장(Phase 1)을 시작으로, 향후 10년간 미국 내 설비 투자 규모를 최대 1,650억 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을 공언한 상태다.1


전문가 시각 및 산업적 함의

업계 관계자들은 지분 참여 요구가 실제로 이행될 경우, ① 미국 내 반도체 투자 유인력이 약화될 가능성, ② 외국계 반도체 기업의 자본·의사결정 독립성 훼손 우려, ③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연 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TSMC처럼 첨단 공정에서 ‘절대적 기술 우위’를 가진 기업에게 정부가 직접 ‘소유’의 형태로 관여할 경우, 국가 안보산업 경쟁력 사이의 미묘한 긴장 관계가 부각될 수 있다.

“TSMC가 보조금을 반납하더라도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 변수로서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TSMC 내부 관계자들도 “미국은 중요한 고객과 밀착된 시장”이라며 장기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지분 참여 대신 우선주 또는 특별배당 형태로 수익 공유를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공적 자금의 회수를 보장하면서도 기업 경영권 간섭을 최소화하려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CHIPS법과 세제 혜택 구조

CHIPS법 보조금은 ▲직접지원금(최대 투자액의 30% 수준) ▲무이자·저금리 융자 ▲투자세액공제(30% 한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직접지원금은 미국 상무부 심사와 국가안보 관련 조항을 충족해야 지급된다. 현재까지 TSMC·인텔·삼성전자·마이크론 등이 주요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부의 지분 요구가 현실화되면, 기업 가치 희석지배 구조 변화를 우려하는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기업 자율경영을 중시하는 대만과 같은 해외 규제 환경과 충돌할 경우, 본사의 의사결정 속도와 유연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TSMC나 마이크론과 같은 미국 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기업에는 ‘지분 요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보완 보도를 내놓았다. 실제 정책이 어떤 형태로 공식화될지는 2025년 하반기 발표될 CHIPS법 2.0 세부 규정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2025년 4분기: 미국 상무부, CHIPS법 2차 사업자 선정 발표 예정
2026년: TSMC 애리조나 2단계(Phase 2) 공장 착공 목표
2030년: 미국 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5% 이상 달성 목표(미 정부)

TSMC의 보조금 반환 시사는 미국 반도체 자립 정책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향후 백악관·의회·기업 간 협상이 어떤 식으로 결론날지에 따라, 전 세계 반도체 생태계의 투자 흐름과 기술 패러다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