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다시 한번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21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경기 둔화 우려와 소매·기술주 부진에 눌렸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52포인트(0.3%) 밀렸고, S&P 500지수는 0.4% 하락했으며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0.3% 떨어졌다.
2025년 8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음 날 열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로 쏠려 있다. 최근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매파적(긴축 선호) 기조를 재확인한 가운데, 파월 의장이 추가 힌트를 제공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소매주 부진: 월마트가 하락세 주도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Walmart)는 2분기 매출이 컨센서스를 웃돌았으나,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전망을 밑돌았다는 이유로 장중 급락했다. 다만 회사는 2025회계연도 전체 매출·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성장 자신감을 드러냈다. LSEG(구 리피니티브) 데이터에 따르면 월마트는 11분기 연속 실적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으나, 여타 소비재 대기업이 부진한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주 들어 홈디포(Home Depot)·타깃(Target) 등 주요 ‘빅박스’ 리테일러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졌다. 타깃은 내부 승진으로 마이클 피델케 CEO를 선임했지만, 5월에 하향 조정한 연간 가이던스를 그대로 유지해 이틀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화장품 업체 코티(Coty)는 2026회계연도 상반기 매출·이익 감소 전망을 제시하며 급락했다.
항공우주주 훈풍: 보잉, 중국발 수주 기대
보잉(Boeing) 주가는
블룸버그 통신이 “보잉이 최대 500대 규모의 항공기를 중국에 판매하는 계약 성사 단계”라고 보도
하면서 반등했다. 미·중 갈등 장기화 속에서 대규모 수주 가능성은 시장 심리를 일부 개선했다.
기술주 조정: AI 수익성 논란 재점화
최근 기술주는 과매수 논란에 AI(인공지능) 테마 피로감이 겹치며 조정을 받았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산하 연구기관 보고서는 “기업의 95%가 AI 투자에서 ‘제로(0) 수익’을 경험 중”이라고 비판했다. 올 들어 월가 랠리를 이끈 AI 모멘텀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확산되자 외국인 매도세가 가속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다음 주 예정된 NVIDIA 2분기 실적이 AI 열풍의 진정성 테스트가 될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 시가총액이 2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데이터센터용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가 실적 개선을 주도해 왔다.
고용지표 둔화: 초기 실업수당 청구 23만5,000건
미 노동부는 8월 16일로 끝난 주간 초기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계절조정 기준 23만5,000건으로 전주(22만4,000건)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22만6,000건)를 웃돈 결과다. 이는 노동시장 냉각 조짐으로 해석되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과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 초기 실업수당 청구건수란?
해당 주에 직장을 잃고 처음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한 인원수로, 경기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수치가 늘어나면 기업들의 채용·고용 유지 여력이 낮아졌음을 시사한다.
앞서 발표된 7월 비농업부문 고용보고서는 신규 고용이 시장 전망을 크게 하회한 반면 실업률은 상승했고, 경제활동참가율은 2022년 말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잭슨홀 심포지엄 개막 임박
7월 FOMC 의사록은 다수 위원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노동시장 둔화보다 우선시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9월 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한 뒤 ‘관망 모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잭슨홀 심포지엄이란?
미 캔자스시티 연은이 주최하는 세계 중앙은행 연례 회의로,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다. 각국 통화당국 수장과 학계·시장 전문가가 모여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며, 여기서 나온 발언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시장 참가자들은 “파월 의장이 금리 정책의 향후 경로에 대해 추가 시사점을 제공할 경우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망 및 투자자 주의
현재로서는 고용 둔화와 소비 위축, AI 테마 피로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리스크 오프’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 다만 보잉·엔비디아 등 개별 호재가 남아 있어 종목별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최종 금리 인하 시점이 가시화될 때까지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기술·소비 업종 내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