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전망 조정]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S&P 글로벌 레이팅스가 14일(현지시간) 미국 화학기업 이스트만 케미컬(Eastman Chemical Co.)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신용등급 자체는 BBB로 유지됐지만 전망이 악화됨에 따라 2년 이내 추가 강등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 금융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관세(Tariff)와 무역 갈등이 초래한 전방 산업 수요 둔화가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회사 측은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의 올해 관세 부과와 각국의 보복 조치가 운영 환경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며, 이미 2년 가까이 이어진 미온적 수요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토로했다.
“관세와 상호 보복은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 이스트만 케미컬 경영진
S&P는 이스트만의 FFO(운용현금흐름) 대비 총부채 비율이 2025년 말 21%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BBB 등급에 요구되는 하한선에 간신히 걸치는 수준이다. FFO는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이며,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구체적 재무 변수로는 △재고 감축을 위한 자산 가동률 축소(이로 인한 7,500만~1억 달러 비용) △2분기 화학중간재(Chemical Intermediates) 부문 예기치 못한 가동 중단에 따른 2,000만 달러 손실 △섬유(Fibers) 부문 에너지 비용 증가 1,000만~1,500만 달러 등이 거론됐다.
중국발 공급 과잉 압력
S&P는 “‘중국발 케미컬 증설’이 이스트만의 상품 화학(Commodity Chemicals) 사업에 구조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 경영진은 일부 화학중간재가 “현금 원가 이하로 수출되는 사례”까지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글로벌 가격 하향 조정으로 직결돼, 이미 수요 부진을 겪는 이스트만의 이익률을 추가로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전·자동차·건설 등 경기민감 업종을 겨냥한 제품 판매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반기에 집중 출하됐다. 그 결과 회사는 “2025년 하반기 실적이 한 자릿수 중반(%) 감소할 것”이라고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관세란? 관세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상대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교역량 축소, 공급망 혼선, 추가 비용 발생 등 부정적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특히 원자재·중간재 중심의 화학 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 의존도가 높아 관세 영향이 증폭되기 쉽다.
완충장치도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S&P는 이스트만이 전자·헬스케어·수처리 등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한 시장에 노출돼 있어, 일부 손실을 상쇄할 여력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특화 제품 포트폴리오와 혁신(innovation) 전략이 리스크 완충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회사는 △고성능 플라스틱 △의료용 특수소재 △재활용 기술 플랫폼 등을 통해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 한다. S&P도 “엔드마켓 다각화가 부정적 사이클을 흡수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스트만은 2025년 운용현금 흐름이 기존 전망 대비 2억 달러 감소한 약 1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 S&P 글로벌 레이팅스
향후 관전 포인트
① 미국·중국 간 통상 마찰이 완화돼 관세 철회 또는 조정이 이뤄질지 ② 중국 내 신규 케미컬 설비 가동률이 냉각돼 글로벌 공급 압력이 줄어들지 ③ 이스트만의 재고 조정 작업이 예정된 비용과 일정 내에서 마무리될지가 신용 방어의 3대 변수로 지목된다.
만일 FFO 대비 부채 비율이 20% 선 아래로 떨어지거나, 대외 변수에 따른 현금 창출력이 기대 이하로 둔화될 경우 S&P는 추가 등급 하향에 나설 수 있다. 반대로 관세 리스크 완화, 영업 현금흐름 회복, 부채 감축 등으로 비율이 30%선 이상으로 회복되면 전망이 다시 ‘안정적’으로 상향될 여지도 있다.
*기술적 용어 해설
• FFO(운용현금흐름): 영업활동으로부터 창출된 현금에서 세금과 이자 등을 차감하기 전의 지표로, 기업의 실제 현금창출력을 보여준다.
• BBB 등급: 투자등급 중 세 번째 단계로, 평균 이상의 신용도를 나타내지만 경제 환경 악화 시 조정 가능성이 존재한다.
전반적으로 관세·무역 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단기 실적 충격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동시에 불황 방어형 사업 포트폴리오와 재무 안정성 관리 전략이 어느 정도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