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월풀 전망 ‘부정적’으로 하향…재무 레버리지·수익성 악화 우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S&P Global Ratings)가 미국 가전업체 월풀(Whirlpool Corp.)의 신용 전망을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조정했다. 장기·단기 신용등급은 각각 ‘BB+’(장기)‘B’(단기)를 유지했으나, 수익성 둔화와 높은 차입 부담이 2025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P는 월풀의 조정 레버리지(adjusted leverage)가 2025 회계연도 말에도 약 5배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 4.5배보다 높다. S&P는 “레버리지는 2026년 말 4.4배로 개선될 수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재무적 유연성이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 레버리지’란 단순 부채총액이 아니라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을 반영해 기업의 실제 상환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통상적으로 4배 이상이면 ‘높은 레버리지’로 분류되는데, S&P는 월풀의 레버리지가 이 임계치를 지속적으로 상회할 위험을 경고했다.


북미 시장 재고 과잉·관세 불확실성이 회복 발목

S&P는 부정적 전망의 근거로 ▲예상보다 높은 재고 수준 ▲관세(타리프) 관련 불확실성 ▲소비심리 위축 ▲가격 결정력 약화를 지목했다. 특히 북미 대형 가전 시장에서 아시아 경쟁업체들이 잠재적 관세 인상에 앞서 물량을 선반입하면서, 2025년 5월 기준 약 60~90일 분량의 초과 재고가 유통망에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평가사는 “이 재고 부담이 2025년 후반, 길게는 2026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고를 줄이기 위한 프로모션·할인판매이 장기화되면 가격 인상 여력(Pricing Power)이 크게 떨어진다. S&P는 “재고가 정상화되기 전까지 월풀은 ‘극도로 판촉 경쟁이 심한 환경(highly promotional environment)’에 놓일 것”이라며, 생산량 축소(프로덕션 컷백)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가 마진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법인 매각 지연·차입 상환 계획 차질

월풀은 인도 사업부 매각 대금을 활용해 2025 회계연도 중 총 7억 달러의 부채를 상환할 계획을 밝혀왔으나, S&P는 “거래가 2026년 초로 늦춰질 수 있다”며 일정 지연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총 한도 35억 달러 규모의 리볼빙 신용한도(RCF)를 통해 2025년 만기 3억 달러의 텀론(기간대출) 상환 자금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

한편 경영진은 연간 배당을 50%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이사회에 권고했다. S&P는 “배당 감축이 승인되면 연간 약 2억 달러의 현금을 보존해 차입금 만기 대응 여력을 높일 것”이라며, 이를 ‘완만한 신용도 개선 요인(modest credit positive)’으로 평가했다.


“운영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아 조정 레버리지가 4.5배를 상회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 반대로 실적 개선과 신중한 재무정책으로 레버리지를 4.5배 이하로 유지하면 전망을 ‘안정적’으로 돌려놓을 것” — S&P 글로벌 레이팅스


용어·배경 설명

1) 레버리지(Leverage)는 기업이 부채를 활용해 자산을 늘리는 정도를 나타내며, ‘부채 ÷ EBITDA’ 비율로 산출된다. 같은 부채 규모라도 이익이 많으면 레버리지가 낮아 신용도가 높게 평가된다.

2) 리볼빙 신용한도(Revoving Credit Facility)(RCF)는 은행이 정해진 한도 내에서 기업이 필요할 때마다 차입·상환을 반복할 수 있도록 설정한 대출 계약이다. 현금흐름이 일시적으로 막힐 때 유동성을 확보하는 안전장치로 활용된다.

3) BB+ 등급은 투자적격등급(BBB-) 바로 아래인 ‘투기등급’의 최고단계로, 경기 변동에 따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단기등급 B 역시 투기적 요소가 비교적 크지만, 단기간(1년 이하) 유동성은 양호하다고 해석된다.


월풀의 주가는 이번 전망 조정 발표 이후 투자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S&P의 경고가 현실화될 경우, 차입 비용 상승시장 신뢰도 저하가 겹치며 자금 조달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반대로 재고 정상화와 인도법인 매각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레버리지 개선을 통해 신용등급 안도 랠리가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