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C, 국산 심층자외선(DUV) 노광장비 시험 가동…AI 반도체 자립 가속화 신호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중국반도체제조국제)이 국내 스타트업이 제작한 심층자외선(Deep-Ultraviolet·DUV) 노광장비를 활용해 첨단 AI 프로세서용 칩 생산 시험에 돌입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재인용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시험은 상하이 소재 스타트업 율량성(羽量盛·Yuliangsheng)이 개발한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두 명의 관계자를 통해 사실이 확인됐다.

D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는 핵심 공정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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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V는 파장이 약 193나노미터인 레이저광을 이용해 회로를 전사하는 기술로, 7나노미터급 공정까지 적용할 수 있다. 참고로 삼성전자·TSMC 등이 5나노 이하를 양산할 때 쓰는 EUV(Extreme Ultraviolet) 장비는 파장이 13.5나노미터로 더 짧아, 더욱 미세한 회로 패턴을 구현한다.


그동안 중국 반도체 업계는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노광장비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2023년 이후 첨단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면서, ASML의 7나노 이하 EUV 장비는 중국으로의 반출이 전면 금지됐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DUV 장비마저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국산 장비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SMIC이 율량성 장비로 양산 시험을 진행한다는 사실은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하고, 서방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상무부와 과기부는 2024년 말부터 ‘국산 반도체·장비 채택률 70%’ 목표를 공식화했으며, 이는 빅테크 기업의 클라우드·AI 서비스 인프라에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시험 가동이 성공할 경우 중국 내 AI 칩 생산 체계가 질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바이두·알리바바·화웨이 등이 자체 설계한 AI 가속기를 신속히 양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자국 AI 생태계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반도체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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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FT는 “초기 시험 결과는 유망해 보이나, 해당 장비가 대량 생산 라인에 투입될 시점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공정 안정성, 수율 확보, 장비 업타임 등 상업적 양산에 필수적인 요소가 검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 시각

국내외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DUV 국산화가 단기적으로는 14나노~7나노 공정에서의 ‘병목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AI 학습·추론용 첨단 GPU, 즉 5나노 이하 칩은 여전히 EUV 장비가 필요해, 완전한 기술 자립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SMIC의 시도는 “절반의 성공만 거둬도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의 가치사슬을 재편할 촉매”(홍콩계 증권사 CLSA 보고서)로 평가된다. FT 보도 직후 상하이 증시 칩 장비주(중국본토 반도체 ETF CSI 300 반도체지수)는 장중 3% 이상 상승하는 등 투자심리가 즉각 반응했다.

결국 미국의 기술 봉쇄가 지속되는 한, 중국은 DUV·EUV를 포함한 전 공정 장비 독자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소재·부품·장비(SiC 웨이퍼, 포토레지스트 등) 국산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용어 설명
DUV 노광(Deep-Ultraviolet Lithography): 파장 193nm 혹은 248nm의 레이저를 활용해 포토레지스트로 코팅된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전사하는 공정. 14·10·7nm 등 첨단 공정에서 사용되며, EUV보다 상대적으로 공정 시간이 길고 단계가 많다.
EUV 노광(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 파장 13.5nm의 극초단파를 이용해 단층 공정만으로 5nm 이하 미세 패턴을 구현하는 차세대 기술. ASML이 독점 공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