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SEC)가 월가 규율을 총괄할 집행국(Enforcement Division) 신임 국장으로 미군 고등법원(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Armed Forces) 시니어 판사인 마거릿 ‘메그’ 라이언(Margaret “Meg” Ryan)을 발탁했다.
2025년 8월 2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SEC는 성명을 통해 라이언 판사가 오는 9월 2일부로 1,400여 명 규모의 집행국을 이끌게 된다고 발표했다. 집행국은 미국 증권시장 전반의 불공정 거래, 회계 부정, 허위 공시 등 각종 위반행위를 조사·처벌하는 핵심 부서다.
이번 인사는 월스트리트 감시기구 수장으로 군사법 체계 출신 인사를 중용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EC 집행국장은 전통적으로 금융 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직 연방검사나 월가 전문 변호사들로 채워져 왔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여러 법조계 소식통을 인용해 “군사 고등법원 시니어 판사를 월가 규제 최전선에 세운 결정은 파격에 가깝다”고 전했다.
라이언 신임 국장의 이력과 배경
라이언 판사는 클라런스 토머스(Clarence Thomas) 연방대법관과 보수 성향으로 유명한 마이클 루티그(Michael Luttig) 전 제4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의 서기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표한 ‘대법관 후보군’ 명단에도 포함되면서 주목받았다.
해병대(US Marine Corps) 장교 출신인 그는 필리핀과 사우디아라비아에 파병된 경험을 갖고 있으며,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미군 고등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미군 고등법원은 군사법정 최종심을 담당하는 5인 체제의 합의법원으로, 군인·군무원에 대한 형사사건을 전담한다.
이번 임명으로 라이언 판사는 군사법·헌법 소송에서 쌓은 풍부한 판결 경험을 민간 금융 규제에 접목하게 됐다. 법조계 인사들은 그의 엄격한 절차 준수 성향과 보수적 판결 문체가 SEC 집행국 수사 기조에도 일정 부분 반영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집행국의 역할과 시급한 과제
SEC 집행국은 내부자 거래, 회계 부정, 암호화폐 불법 발행, 기업공시 위반 등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며, 지난 회계연도(2024년)에만 780여 건의 집행 조치와 50억 달러 이상의 벌금·부당이득 환수 합의를 이끌어냈다.1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라이언 판사의 공직·군사 경험과 굳건한 윤리 의식이 증권시장 수호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라이언 국장이 공식 취임하면, 1) 인공지능 활용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 2) 암호화폐 거래소의 규제 공백, 3) 기후 관련 ESG 공시 강화 등 최근 논란이 된 ‘신흥 리스크’에 대한 집행 전략 수립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군사법원 특유의 정형화된 증거 규칙과 징계 절차가 월가 규제에 어떤 식으로 접목될지 법률·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존 집행 체계 변화 전망
올해 1월부터 집행국장 대행을 맡아온 샘 월던(Sam Waldon)은 라이언 취임과 동시에 본래 직책인 집행국 수석자문역(Chief Counsel)으로 복귀한다. 월던 대행 체제 아래 SEC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한 대규모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며 ‘규제 공백’을 메우는 데 주력해 왔다.
한편, 이번 인사를 바라보는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월가 대형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군사법원 출신 수장이 등장한 것은 SEC가 절차적 엄정성과 기율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신호”라며 “조사 과정에서 ‘군사식’ 문서 요구가 더욱 엄격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일부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금융상품 특유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용어·기관 해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934년 증권거래법에 의해 설립된 연방 독립 규제기관으로, 투자자 보호와 공정·효율적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 공시, 브로커·딜러 등록, 집행 조사를 수행한다.
미군 고등법원(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Armed Forces)은 군사법원 체계의 최고심으로, 대법원을 타고 올라가기 전 마지막 항소심 기능을 한다. 민간 법원과 달리 군사 규율에 특화된 판결을 내린다.
집행국(Enforcement Division)은 SEC 내 최대 조직으로, 변호사·회계사·조사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민사 제재 및 사법당국 고발 권한을 동시에 가진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SEC 인사에 정통한 학계 관계자는 “라이언 국장의 합류는 ‘강력한 내부 규율’(discipline)과 ‘보수적 법해석’(textualism) 노선을 동시에 강화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향후 월가에 사전 자율 점검 요구가 크게 늘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군사법원 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금융 규제의 기술적 복잡성·시장 속도에 적응하는 데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전직 SEC 변호사는 “군사작전 역시 실시간 정보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절차적 엄격함과 민첩성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차기 행정부의 규제 기조 변화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워싱턴 로비업계는 “새 국장이 임기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려면, 정치적 변동성 속에서도 ‘투명한 수사 기준’과 ‘예측 가능한 제재 수위’를 조기에 정립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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