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트럼프·시진핑, 10월 한국 APEC 정상회의 전후 회동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홍콩의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두 정상이 10월 30일~11월 1일로 예정된 APEC 행사 직전에 중국에서 만나거나,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 현장에서 별도 회담을 진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2025년 7월 2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고조되는 관세 공방을 해소하기 위해 고위급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상 차원의 담판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보도는 SCMP가 먼저 전한 내용을 로이터가 재확인한 형태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몇 년간 ‘관세 전쟁’으로 불리는 갈등을 이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고 55%의 관세율을 적용해 국내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를 반복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달리,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중국이 8월 12일까지 지속 가능한 관세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는 시한을 제시했다.

그는 주요 무역 상대국에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문제가 심각한 국가’에는 더 높은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구상을 강조해 왔다. 중국은 이 ‘문제가 심각한 국가’ 목록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양국 간 최근 고위급 교류7월 11일 말레이시아에서 이뤄졌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회의”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루비오 장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공식 초청을 받았으며, 양측 모두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언급해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측 입장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유럽에서 열린 회의 직후 “미·중 무역관계를 안정적인 궤도로 되돌리고 싶다”며 “유럽에서의 최근 대화는 관세 전쟁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PEC 정상회의가 미·중 정상 간 ‘스몰딜(부분 합의)’ 혹은 휴전 선언이 이뤄지기에 적절한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재선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어, 실질적인 합의 대신 강경 발언만 오갈 수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 측 대변인은 이번 보도에 대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8월 중·하순 현안을 진전시키지 못할 경우, 정상회담을 통한 ‘극적 돌파구’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용어 설명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이 참여하는 경제 협력체로, 매년 회원국들이 돌아가며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무역 장벽 완화, 공급망 안정화, 디지털 경제 협력 등을 의제로 다루며,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을 합산하면 전 세계의 약 60%를 차지한다.*2024년 기준

관세 전쟁(Tariff War)은 국가 간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상대국 경제에 압박을 가하면서 자국 산업 보호를 꾀하는 무역 분쟁 형태를 일컫는다. 관세율 인상 → 보복 관세 → 공급망 교란의 악순환을 초래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 성장률(GDP)을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보도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아직 계획 단계라는 점이다. 실제 회담 성사 여부는 8월 12일이라는 협상 시한, 양국 의회·산업계의 정치적 이해, 그리고 세계 경제가 직면한 인플레이션 압력 등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전망이다. 관세 문제 해결이 늦어질수록,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소비자 물가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다자 외교 무대가 아니라, 세계 최대 양자 경제 갈등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시진핑 회담이 현실화할지, 그리고 그 결과가 실질적인 관세 완화로 이어질지는 향후 몇 주 안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