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작성하는 코드 품질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머지않아 개발자 채용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미국 증권사 Piper Sandler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비관론이 과장됐다고 평가하며, AI가 오히려 개발자 고용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네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2025년 7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Piper Sandler는 자사 분석을 통해 코드 작성 자동화가 개발자 생태계에 미칠 장기적 효과를 다각도로 검토했다. 보고서는 “표면적으로는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려 인력 규모를 줄이는 듯 보이지만, 실제 데이터와 기업 의사결정 관점에서 보면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난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Piper Sandler가 제시한 네 가지 핵심 근거와 이에 대한 배경 설명이다.
① 개발자는 하루 중 17%만 코드를 쓴다
보고서는 Microsoft가 실시한 내부 설문을 인용해 “개발자의 평균 코딩 시간은 하루 약 90분, 전체 업무 시간의 1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나머지 시간은 주로 디버깅, 아키텍처 설계, 동료와의 협업, 프로젝트 계획 수립 등 AI가 단기간에 완전 자동화하기 어려운 고차원적 업무에 투입된다. 그러므로 코드 작성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개발자 전체가 필요 없어진다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 시장에 출시된 AI 코딩 도구들은 정적 코드 생성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과 레거시 시스템 통합에서는 여전히 휴먼 리뷰가 필수적이다. Piper Sandler는 “코드를 쓰는 손이 빨라진 만큼 요구사항 정의와 품질 검증, 통합 테스트에 더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면서 팀 규모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② CIO들은 인력 감소가 아니라 증원을 계획한다
Piper Sandler가 진행한 2025년 CIO(최고정보책임자) 설문조사 결과, 엔지니어링과 DevOps1 직군이 AI 도입으로 인해 가장 높은 순증 채용이 예상되는 분야로 꼽혔다. 이는 “생산성 향상 → 조직 슬림화”라는 단순 논리를 뒤집는 결과다. CIO들은 “AI 툴을 적용하려면 이를 구축·운영할 신규 역량이 필요하며, 그중 상당 부분이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라고 답했다.
1 DevOps는 Development(개발)과 Operations(운영)의 합성어로, 애플리케이션 배포 주기를 단축하고, 시스템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한 문화와 도구·프로세스를 총칭한다.
③ 통계상 AI로 인한 대규모 감원 징후가 없다
2024년 한때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의 채용 속도가 둔화되긴 했지만, Piper Sandler는 “이는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비용 절감 조치였으며, AI로 인한 구조조정이라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이후 미국 취업 데이터를 보면 개발자 구인 게시물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보고서는 “개발자 대량 실직을 뒷받침할 만한 광범위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④ 세제 완화로 채용 비용이 낮아졌다
이달 초 의회를 통과한 ‘Big Beautiful Bill’은 과거 국내 연구·개발(R&D) 비용을 증가시켰던 세제 규정을 전면 철회했다. Piper Sandler는 “이전 세법이 개발자 채용에 부담을 줬다면, 새로운 법안은 반대로 헤드카운트 확대를 자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부문은 R&D 세액공제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는 만큼 추가 채용 여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R&D 비용은 통상 소프트웨어 기업 손익계산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 중 하나다. 따라서 세제 완화 효과는 개발자 인건비 절감으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⑤ ‘빅 픽처’ – AI 수혜주로 재평가되는 GitLab·Atlassian
Piper Sandler는 GitLab (NASDAQ: GTLB)과 Atlassian (NASDAQ: TEAM)을 개발자·AI 논쟁의 대표적 이해관계자로 꼽으며 ‘매수’(Bullish) 의견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두 기업 모두 AI 도구 확산 초기에는 실적 타격이 우려됐지만, 되레 플랫폼 가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GitLab의 AI 기반 코드 어시스턴트는 개발 프로세스 전반을 포괄하는 end-to-end 기능을 제공해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인력 수요를 자극하는 새로운 도구 세트를 열어줄 것” – Piper Sandler 보고서 중
Atlassian 또한 Jira, Confluence 등에 AI 기반 분석·자동화 기능을 탑재하며 팀 협업 허브로서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12~18개월 동안 개발자 생산성 스택 전체에서 AI와 인간의 협업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 시각 및 시장 의의
기존 비관론은 ‘AI = 인력 감축’이라는 직관에 기반하지만, 실제 기업 경영진은 AI 툴을 생산성 레버리지로 활용해 더 야심찬 제품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수와 범위를 늘려 개발자 수요가 장기적으로 유지·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AI 시대를 선점하려는 플랫폼 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맞춤형 모델 학습·배포 역량이 차세대 핵심 직무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 10년간 클라우드 전환기 동안 ‘DevOps 엔지니어’ 직군이 급성장한 것과 유사한 궤적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요컨대 Piper Sandler 분석은 “AI는 개발자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파괴적 기술이 아니라, 스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성장 엔진”이라는 시각을 강화했다. 앞으로도 투자자들은 채용 데이터·세제 정책·기업 IT 예산과 같은 거시·미시 지표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