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재 대기업 프록터앤드갬블(Procter & Gamble, 이하 P&G)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기로 했다. 현재 CEO인 존 R. 모엘러(Jon R. Moeller)는 취임 4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며, 현 최고운영책임자(COO) 샤일레시 제주리카르(Shailesh Jejurikar)가 새 수장으로 지명됐다.
2025년 7월 29일(현지시간), Reuters 통신 보도에 따르면 모엘러 CEO는 내년 1월 1일부터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man)으로 자리를 옮겨 새 CEO에게 조언과 자문을 제공하게 된다. P&G는 30일 예정된 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한 구체적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데이먼 존스(Damon Jones) P&G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는 “
이번 변화는 이사회가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계획적이고 질서 있는 승계 절차의 일환이며, 모엘러 CEO의 건강 이상과는 무관하다
”고 강조했다.
P&G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본사를 둔 187년 전통의 글로벌 기업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CEO 재임 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으로, 모엘러의 전임자 데이비드 테일러(David Taylor)도 6년(2015~2021년)만에 자리를 넘겼다. 테일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0~2021년) 공급망 혼란과 제품 부족 문제를 지휘한 뒤에도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모엘러 CEO 재임 4년 성적표를 살펴보면, 팬데믹 이후 폭발적 수요 증가·원자재 가격 상승·고질적 인플레이션이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P&G 주가는 취임일 대비 약 13%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S&P 500ⓘ 미국 주요 500개 상장기업으로 구성된 대표 지수 수익률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P&G는 올해 들어 주가가 6%가량 하락했다. 4월에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원가 부담이 커진다며 가격 인상을 예고했고, 6월에는 2년간 7,000명 감원 및 일부 사업·브랜드 철수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샤일레시 제주리카르 신임 CEO는 누구인가
내정자인 제주리카르는 1989년 입사 후 35년째 P&G에 몸담은 ‘정통 내부 승진’ 인사다. 건강·미용(H&BC) 사업부, P&G 프로페셔널(업소용) 부문 등을 두루 거쳤으며, 전임 직책인 섬유·홈케어(Fabric & Home Care) 사업부를 책임지던 시절 타이드(Tide), 아리엘(Ariel), 다우니(Downy) 등 핵심 브랜드의 글로벌 매출 확대를 이끌었다.
제주리카르의 CEO 취임일은 2026년 1월 1일로 확정됐다. 또한 2025년 10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후보로 공식 추천돼 경영‧감독 역할을 병행할 전망이다. P&G는 ‘안정적 내부 승계’ 전통을 고수해 왔으며, 모엘러 역시 CFO·COO를 거쳐 CEO 자리에 오른 전례가 있다.
“내부 인사를 승진시킨 만큼 시장 전망 자체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바통 터치에 가깝지, 판을 흔드는 인사 개편은 아니다.” — 브라이언 제이컵슨(Brian Jacobsen) 애넥스 웰스 매니지먼트(Annex Wealth Management)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이컵슨의 기관은 P&G 주식을 보유 중이다.
전문가 시각·향후 과제
전문가들은 새 경영진의 최대 과제로 원가 상승 압력 하에서의 수익성 유지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한 제품 혁신, 그리고 구조조정 효과 극대화를 꼽는다. 특히 고금리·고물가 환경 속 소비 둔화가 이어질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 비중이 높은 P&G의 가격 전략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디지털 전환·신흥국 성장성과 같은 중장기 테마가 CEO 교체 이후에도 일관성 있게 추진될지가 주목된다. 회사 측이 밝힌 7,000명 감원 계획과 일부 브랜드 매각 검토는 ‘핵심 브랜드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용어 해설
CEO(Chief Executive Officer)는 기업의 최고경영책임자를 뜻하며, 회사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COO(Chief Operating Officer)는 경영 전반의 운영(Operations)을 담당해 CEO 바로 아래에서 사업부·조직 관리를 총괄한다. S&P 500 지수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 Poor’s)가 선정한 500대 기업으로 구성된 주가지수로, 미국 증시의 대표적 벤치마크다.
편집자 주 — P&G와 같은 대형 글로벌 소비재 기업의 CEO 교체는 통상 시장·투자자 심리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내부 충원’ 형태의 점진적 승계는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도,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