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 샘 올트먼 CEO, “AI 시장에 거품 징후…닷컴 버블과 유사”

샘 올트먼(OpenAI 최고경영자)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대해 “거품(bubble)이 형성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소수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거품이 형성될 때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사실의 ‘핵’에 과도하게 흥분한다”며 AI의 혁신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과열 국면을 우려했다.

2025년 8월 1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올트먼은 The Verge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AI에 지나치게 들떠 있는가? 내 의견은 ‘그렇다’”고 말하는 한편, “동시에 AI는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기술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올트먼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을 직접 언급하면서

“투자 과열은 역사적으로 반복됐고, 인터넷 버블 당시 나스닥 지수는 2000년 3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약 80% 폭락했다”

고 회고했다. 그는 이번 AI 열풍이 인터넷 버블과 닮은 점이 많다며 기업들의 수익성과 내재 가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샘 올트먼 CNBC 인터뷰 화면

시장 우려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알리바바 공동창업자 조 차이(Joe Tsai),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Torsten Slok) 등도 비슷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특히 슬록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현재 AI 거품이 1990년대 IT 거품보다 더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S&P500 상위 10개 기업의 시가총액 대비 수익성 지표1990년대보다 과도하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 리서치 기업 컨스텔레이션 리서치의 레이 왕(Ray Wang) CEO는 CNBC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부 동의하면서도 “공급망 전체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며 AI 장기 트렌드가 투자를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재무 기반이 약한 기업에 투기적 자금이 몰려 국지적 고평가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6백만 달러 이하의 비용으로 GPT 대항 모델을 훈련했다고 주장하면서, AI 버블 논란은 올해 초 정점을 찍었다. 이는 오픈AI 등 미국 선두 업체들이 투입하는 수십억 달러와 대조돼 투자 효율성 논란을 키웠지만, 모델 성능에 대한 회의론도 동시에 제기됐다.

올트먼은 CNBC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오픈AI의 연간 반복 매출(ARR)이 2025년 2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라고 밝히면서도 “아직 흑자 전환에 이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GPT-5 모델 출시 후 이용자 친화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불만이 제기되자, 회사는 기존 GPT-4에 대한 접근을 유료 고객에게 재개방했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범용 인공지능)에 대한 시각도 조정됐다. 올트먼은 “AGI라는 용어 자체가 relevance(관련성)를 잃어가고 있다“며 GPT-5가 AGI 달성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묻는 질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Beyond the Valley 로고

그러나 투자 신뢰는 여전하다. CNBC는 오픈AI가 약 60억 달러 규모의 구주(secondary) 매각을 준비 중이며, 기업가치가 5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8월 15일 확인했다.
앞서 3월에는 4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을 조달해 사상 최대의 비상장 테크 투자 기록을 세웠다.

올트먼은 소비자용 하드웨어·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소셜미디어 등 신규 분야로의 진출 계획을 공개했다.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 데이터센터 구축에 수조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며, 만약 미 정부가 구글에 크롬(Chrome) 매각을 강제한다면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3년 뒤에도 오픈AI CEO로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글쎄, 3년은 긴 시간이다. 어쩌면 그때는 AI가 CEO일지도 모른다”

며 여지를 남겼다.


◆ 용어·배경 설명
닷컴 버블(dot-com bubble)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기반 기업의 과열 투자로 발생한 금융 거품이다. 나스닥 지수는 2000년 최고점 대비 80% 가까이 폭락하며 수많은 스타트업이 도산했다.
AGI는 인간 수준의 모든 지적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을 뜻한다. 연구·개발 속도에 따라 도달 시점과 개념 정의가 계속 수정되고 있다.
ARR(Annual Recurring Revenue)은 구독 기반 기업의 연간 반복 매출을 가리키는 핵심 지표로, 실질적인 현금 흐름 전망을 보여준다.

◆ 기자 시각
올트먼의 발언은 기술 혁신의 무게와 투자 과열의 리스크를 동시에 강조한다. AI가 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에 필수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업 간 실적 격차가 벌어지며 ‘실체가 없는 성장 스토리’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펀더멘털·현금흐름·기술 경쟁력을 면밀히 검증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