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시장 점유율 확대 위해 9월 하루 54만7천 배럴 추가 증산 결정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9월 원유 생산량을 하루 54만7천 배럴(bpd) 늘리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는 러시아발(發) 공급 차질 우려 속에서 시장 점유율을 되찾으려는 연쇄적인 증산 기조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2025년 8월 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OPEC+가 2020년대 초중반 팬데믹 충격 완화를 위해 단행했던 사상 최대 감산분 대부분을 조기·전면적으로 되돌리는 것과 동시에,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별도 증산 몫까지 포함해 총 약 250만 배럴(세계 수요의 2.4%) 규모로 확대된 조치다.

이번 증산안은 OPEC+ 8개 회원국이 참여한 화상회의에서 채택됐다. 회의는 미국이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을 압박하는 가운데 진행됐으며, 이는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을 위해 8월 8일까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겠다”

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도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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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는 성명에서 “건실한 글로벌 경제와 낮은 재고 수준”을 증산 배경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감산 완화에도 불구하고 브렌트유(Brent crude) 선물가는 8월 1일(현지시간) 배럴당 70달러 선에 근접해 4월의 58달러 저점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증산 전망이 반영되면서 뉴욕장 초반 배럴당 2달러가량 하락했으나, 계절적 수요 증가가 하방을 방어했다.

“배럴당 70달러 안팎의 견조한 가격이 OPEC+로 하여금 시장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을 부여한다”

에너지애스펙츠(Energy Aspects)의 공동창업자 암리타 센은 진단했다. 그는 선물곡선 구조(backwardation)가 재고 부족을 시사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OPEC+는 9월 7일 다시 모여 추가로 남아 있는 일일 165만 배럴의 감산분을 복원(=증산)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감산은 현재로서는 2026년 말까지 유지되도록 설정돼 있다.

OPEC+ 전체는 10개 비OPEC 산유국(러시아·카자흐스탄 등)까지 포함해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2023년부터는 가격 방어 대신 점유율 회복으로 노선을 선회했으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OPEC은 증산해야 한다”는 공개 압박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9월분까지 포함하면 8개 핵심 회원국들은 4월 13만8천 배럴→5~7월 41만1천 배럴→8월 54만8천 배럴→9월 54만7천 배럴 등 예정보다 큰 폭의 월간 증산을 단행해 왔다.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전략적 비축(備蓄) 활동 덕분에 시장이 지금까지 추가 물량을 수월하게 흡수했다”면서 “시장 시선은 금주 금요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제재’ 결정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8개국의 자발적 감산 165만 배럴 외에도 OPEC+ 전 회원국 대상 일일 200만 배럴 감산이 2026년 말 종료 시한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리스타드에너지(Rystad Energy) 전(前) OPEC 관료 호르헤 레온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OPEC+는 가장 큰 감산분을 가격 붕괴 없이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남은 166만 배럴을 언제, 어떻게 해제할지가 더 까다로운 과제”


용어 풀이 및 배경 설명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13개 OPEC 회원국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10개 비OPEC 산유국이 협의체를 이룬 구조다. 2016년 12월 처음 결성돼 세계 원유 수급을 사실상 조절한다.

Brent는 북해(北海)산 경질유의 대표 지표유종으로, 유럽·아프리카·중동산 원유 가격 책정 기준이 된다.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미국 내 거래를 대표한다.

배럴당(bbl)·일일 배럴(bpd)은 원유 거래의 국제 공용 단위다. 1배럴은 약 159리터로, 평균 승용차(가솔린 기준)가 15번 정도 주유할 수 있는 분량이다.


기자 관점·전망

전문가 다수는 이번 증산이 단기적으로 유가 변동성을 키우더라도 재고가 낮은 상황지속적인 수요 회복을 고려할 때 배럴당 65~75달러 박스권이 유지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한국·일본 등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환율·프라임코스트 변동을 포함한 다층적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또한 러시아산 오일 머니(flow)가 지정학적 변수로 남아 있는 만큼, “OPEC+가 남은 감산분까지 빠르게 해제하면 유가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반대로 조기 종료가 지연되면 2차 상승세가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9월 7일 회의‘잔여 165만 배럴’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