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시대의 대표적 생산성 소프트웨어 업체인 노션(Notion)이 연간화 기준 매출 5억 달러(약 6,700억 원)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하이브리드 근무 확산에 힘입어 성장한 이 회사가 AI 혁신을 전면에 내세운 뒤 달성한 최대 실적이다.
2025년 9월 18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노션은 올해 초부터 AI 기능을 전면 통합한 유료 요금제를 확대하면서 매출 성장세를 가속화해 왔다. CNBC가 선정한 ‘2025 디스럽터 50(Disruptor 50)’에서 34위에 오른 데 이어, 이날 회사는 맞춤형 AI 에이전트(Custom Agents) 미리보기(preview) 출시 소식까지 공개했다.
노션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악샤이 코타리(Akshay Kothari)는 인터뷰에서 “기업 고객이 원하는 AI 도구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인력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며 “우리는 올해 영업 인력을 두 배로 늘렸고, 내년에도 다시 두 배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체 매출의 약 90%가 여러 명이 동시에 협업하는 ‘멀티플레이어 사용(multiplayer usage)’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노션은 2013년 이반 자오(Ivan Zhao), 악샤이 코타리, 사이먼 라스트(Simon Last)가 공동 창업했으며, 현재 직원은 약 1,000명이다. 2016년 첫 정식 버전을 출시한 이후 전 세계 사용자 수는 1억 명을 돌파했다.1 이는 ‘올인원(all-in-one)’ 문서·데이터베이스·프로젝트 관리 툴이라는 제품 특성과, 템플릿 생태계를 통한 확장성이 시장에서 빠르게 인지도를 얻은 결과다.
외부 자금 조달 측면에서 노션은 생성형 AI 열풍을 타고 급성장한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오랫동안 투자를 받지 않았다. 가장 최근 라운드는 2021년 10월, 팬데믹으로 원격 협업 수요가 극대화됐을 당시 실시한 2억7,500만 달러 규모였다. 당시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코타리 COO는 “누적 투자액 3억3,000만 달러보다 많은 현금을 보유 중”이라며,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시사했다.
AI 전략 가속 페달…사용자 과반이 ‘AI 애드온’ 유료 결제
노션은 2022년 11월 오픈AI(OpenAI)의 GPT 모델을 기반으로 ‘노션 AI’ 베타 서비스를 공개하며 스타트업 중 가장 빠르게 생성형 AI 대열에 합류했다. 챗GPT(ChatGPT) 공식 출시보다 2주 먼저 시장에 AI 글쓰기 도우미를 선보인 셈이다. 노션 AI는 브레인스토밍, 문장 가다듬기, 요약 등 핵심 기능을 제공해 큰 주목을 받았다.
올해 5월에는 화상 회의 내용을 자동 요약하고, 사내 파일을 통합 검색하는 AI 제품군을 추가했다. 코타리 COO는 “5월 이후 매달 연간 매출 성장률이 가속되고 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진 않았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AI 애드온을 유료 결제하는 고객이 10~20% 수준이었으나, 올해 초 30~40%를 돌파했고 최근에는 50%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회사는 기업·비즈니스 요금제에 AI 기능을 기본 제공하기 시작했고, 맞춤형 AI 에이전트 베타를 통해 ‘배경에서 자동으로 일하는 비서’ 형태로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관심 분야와 관련된 기사를 매주 모아 전송하라”
는 지시를 입력하면 에이전트가 여러 데이터 원천을 검색·요약·작성·발송까지 스스로 수행한다.
생산성 시장 주도권 경쟁…MS·구글 vs. 노션
생산성 소프트웨어 영역은 전통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구글(Google)이 양분해 왔다. 2021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노션과 유사한 협업 앱 ‘루프(Loop)’를, 2023년에는 AI 비서 ‘코파일럿(Copilot)’을 출시했다. 구글 역시 ‘지메일·독스·시트’ 등 워크스페이스(Workspace) 전 제품군에 제미니(Gemini) AI 옵션을 적용하며 경쟁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노션은 차별화 포인트로 ‘사용자 정의 가능성’과 ‘템플릿·커뮤니티 생태계’를 내세우고 있다. 기업별 업무 프로세스에 맞춰 문서 구조와 데이터베이스를 재설계할 수 있고, 오픈 API를 통해 타 소프트웨어와 손쉽게 연동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현장 적용 사례: 핀테크 스타트업 램프(Ramp)
미국 비즈니스 신용카드 스타트업 램프(Ramp)는 구글 워크스페이스에서는 제미니 AI를 쓰고 있지만, 문서와 프로젝트 트래킹 부분은 노션으로 이전하도록 장려했다. 벤 레빅(Ben Levick) 운영 총괄은 이메일에서 “1,200명 전체 직원 중 90%가 매달 노션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내부 질의에 대한 자동 응답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세일즈 피드백을 제품 개발 로드맵에 연결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용어 해설: 생성형 AI·맞춤형 에이전트란 무엇인가?
생성형 AI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통해 인간 언어를 이해·생성하는 기술이다. 사용자는 자연어로 명령(프롬프트)을 입력해 텍스트·이미지·코드 등 새로운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맞춤형 AI 에이전트는 특정 업무 흐름을 자동화하도록 훈련된 소프트웨어 로봇에 가깝다. 사용자가 설정한 규칙에 따라 외부·내부 데이터를 수집·가공·전송하며, 반복 업무를 줄여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최근 GPT-4o, Claude 3 등 고성능 모델이 등장하면서 에이전트의 복합 업무 처리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전망 및 전문적 인사이트
노션이 밝힌 ‘연 매출 2배 성장’ 목표가 현실화되려면 두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엔터프라이즈 시장 확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은 이미 기업용 보안·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고 있는 만큼, 노션은 SOC 2, ISO 27001 등 국제 인증 강화와 온프레미스 배포 옵션을 통한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
둘째, AI 원가 구조다. LLM API 호출 비용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AI 기능을 기본 포함’했을 때 마진율이 희석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프라이빗 파운데이션 모델 자체 배포나 모델 다중화 전략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고객 맞춤형 성능을 유지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그럼에도 노션은 템플릿 커뮤니티·생태계를 기반으로 동일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SaaS와의 네트워크 효과를 앞세워 차별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비상장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장기 제품 로드맵 구현에 필요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결론적으로, 노션의 AI 전략은 ‘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깊이 있는 맞춤화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접근법으로 요약된다. 생산성 소프트웨어 시장의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노션이 마이크로소프트·구글이 주도하던 협업 생태계의 판도를 얼마나 뒤흔들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