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국제공항에 착륙 중인 플렉스젯(FlexJet) 걸프스트림 G450 항공기가 2025년 5월 9일 포착됐다. 사진=Kevin Carter | Getty Images News
LVMH가 후원하는 사모펀드 L 캐터턴(L Catterton)이 주도하는 투자 그룹이 프라이빗 제트 운영사 플렉스젯의 지분 20%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거래는 럭셔리 업계가 여행·체험 분야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최근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5년 7월 2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L 캐터턴이 주도하는 이번 투자 규모는 총 8억 달러(약 1조 610억 원)1에 달하며, 파트너십 구축과 공동 브랜드 협업도 포함된다. 컨소시엄에는 KSL 캐피털 파트너스와 J 사프라 그룹 계열사도 참여했다. 거래가 마무리돼도 모회사 디렉셔널 에비에이션 캐피털(Directional Aviation Capital)이 여전히 플렉스젯을 지배하게 된다.
이번 협약은 고액 자산가들이 여행·미식·특별 행사에 대한 지출을 늘리면서 이른바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체결됐다. LVMH는 2018년 32억 달러에 호스피탤리티 기업 벨몬드(Belmond)를 인수한 뒤, 슈발 블랑(Cheval Blanc)과 불가리(Bulgari) 호텔·리조트 브랜드를 확장해 왔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와 알타감마(Altagamma)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럭셔리 제품 판매는 2% 감소해 3,630억 유로를 기록했지만, 럭셔리 호스피탤리티는 4% 성장했고 고급 식음료는 8% 급증했다. 요트·프라이빗 제트 부문 역시 13% 늘어 차별화된 경험에 대한 수요가 뚜렷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본사를 둔 플렉스젯은 LVMH가 보유한 루이비통·디올·돔페리뇽·티파니 등 75개 이상의 프리미엄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협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시장 1위인 넷젯(NetJets)이 지배하는 치열한 시장 환경에서, 플렉스젯은 단순 항공 서비스가 아닌 ‘멤버십 기반 럭셔리 커뮤니티’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플렉스젯은 이미 벨몬드, 이탈리아 요트 제조사 페레티(Ferretti Group), 벤틀리(Bentley Motors) 등과 손잡고 기내 인테리어 공동 개발 및 맞춤형 이벤트를 운영해 왔다.
“플렉스젯을 단순 항공사가 아닌 체험 플랫폼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켄 리치(Kenn Ricci) 플렉스젯 회장 겸 디렉셔널 에비에이션 파트너는 말했다. “호텔에서의 럭셔리 경험은 보통 일주일 동안 이어지지만, 비행기는 4~5시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플렉스젯 커뮤니티를 구축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리치 회장은 투자금 대부분을 인프라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라 밝혔다. 장거리 노선 수요를 반영해 대형·초장거리 기종을 추가로 도입하고, 해외 정비 시설·지상 핸들링 네트워크를 확장할 방침이다. 또한 전용 객실 승무원 아카데미를 통해 승무원 확보 및 교육을 지속한다. 남은 25%가량은 주주들에게 특별 배당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플렉스젯은 올해 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약 4억 2,500만 달러로, 2024년 3억 9,800만 달러에서 개선되며 2020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는 지분 분할 소유권(fractional ownership)·임대·제트카드 상품을 제공하며, 318대인 보유 기단을 2025년 말까지 34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2,000명 이상의 멤버가 분할 소유·임대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전문 용어 해설2: ‘분할 소유권(fractional ownership)’은 다수가 항공기 지분을 공동으로 보유해 이용 시간을 나누는 방식이다. ‘제트카드(jet card)’는 사전에 항공 이용 시간을 선결제해 필요 시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 카드로, 고정 요금제 성격을 띤다.
리치 회장은 L 캐터턴이 변모하는 럭셔리 개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플렉스젯 인수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의 궁극적 사치는 시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프라이빗 제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수단”이라고 전했다.
브랜드 협업 세부 안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나, 플렉스젯-벨몬드 협업 모델이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고객은 이탈리아 베니스·라벨로, 스페인 마요르카 등 벨몬드 호텔에서 우대 숙박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객실 콘셉트를 모티프로 한 맞춤형 기내 디자인도 경쟁 우위로 작용하고 있다.
“넷젯(NetJets) 같은 거대 기업과 경쟁할 때, 우리는 규모가 아닌 부티크 전략으로 승부한다”
고 리치는 강조했다.
L 캐터턴은 LVMH와 CEO 베르나르 아르노 일가 패밀리오피스가 40%를 보유하고 있으며, 버켄스탁·쏜(Thorne)·에트로(ETRO) 등 소비재 브랜드를 포함해 370억 달러의 운용 자본을 관리한다.
글로벌 CEO 스콧 단케(Scott Dahnke)는 성명에서 “플렉스젯은 고유하고 역동적인 시장에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 왔다”며 투자의 배경을 설명했다.
1 1달러=1,326원 환율(2025년 7월 19일 기준) 적용.
2 용어 해설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추가 정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