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글로벌 식품업체 Kraft Heinz가 성장세가 둔화된 구(舊) Kraft 계열 브랜드, 예컨대 Velveeta 치즈 등을 떼어 내 별도 법인으로 분할(스핀오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마지막 승부수’로 해석하며, 2015년 Kraft와 H.J. Heinz의 450억 달러 규모 메가 합병을 사실상 되돌리는 결정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시가총액 약 3.33억 달러의 ‘대형 식품 사업부’ 중 상당 부분을 신설 법인으로 떼어내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해당 신설 법인의 기업가치는 최대 2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으며, 이는 올해 글로벌 소비재 업계 최대 규모 거래가 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 합병 이후 가치 3분의 2 증발
시카고와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Kraft Heinz 주가는 2015년 합병 이후 약 10년 만에 가치의 3분의 2가량을 잃었다. 당시 합병은 워런 버핏의 Berkshire Hathaway와 3G Capital이 주도하며 ‘비용 절감’과 ‘글로벌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 아래 성사됐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고가 브랜드 식품보다 PB(Private Brand) 제품을 선호하면서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건강 회복’ 사회운동 MAHA가 던진 숙제
미국 내에서 Robert F. Kennedy Jr. 보건부 장관이 주도하는 “Make America Healthy Again” (MAHA) 운동이 확산되면서, Kraft Heinz의 편의식품(예: Lunchables)은 건강·영양 문제로 여론의 비판 대상이 됐다. MAHA는 설탕·나트륨·가공식품 섭취 감소를 목표로 하는 시민 중심 운동으로, 소비자 인식 변화가 식품 대기업의 포트폴리오 전략에 직접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버핏의 ‘퇴장’…전략 변화 신호
회사는 5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 거래를 평가 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Berkshire Hathaway 측 이사가 이사회에서 물러난 직후 나온 발표로, 월가 은행가들은 “버핏이 더 이상 Kraft Heinz에 확신을 두지 않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분할 시나리오: 소스·스프레드 vs 전통 브랜드
Kraft Heinz는 약 200개 브랜드를 거느리는데, 이번 분할안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1) 콘디먼트(Condiments) 사업부
주력 제품은 Heinz 케첩·Philadelphia 크림치즈 등이다. 2024년 매출 114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해외 시장 성장 여력이 크다. 홀로 상장할 경우 회사 전체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현재 PER 9배 수준 상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관측한다.
2) 전통 ‘Kraft’ 브랜드 사업부
Oscar Mayer 햄·치즈, Velveeta 등으로 구성됐다. 전년 매출 145억 달러를 올렸으나 PB와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분할 뒤에도 Kraft Heinz 전체와 유사한 PER 9배 안팎에 머물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한다.
▶ 주주가치 ‘제한적’…인수·합병 성사 여부가 관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Peter Galbo 애널리스트는 “분할만으로는 주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며 “궁극적 가치는 양 분사체 가운데 하나라도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해 줄 전략적 투자자 출현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투자은행 업계는 최근 Kellogg 사례를 참고 모델로 거론한다. Ferrero가 이달 초 WK Kellogg(시리얼 부문)를 31억 달러에, Mars가 지난해 Kellanova(프링글스 제조사)를 360억 달러에 각각 인수하며 ‘분할 후 매각’ 전략의 성공을 입증했다.
McCormick(향신료·핫소스), Unilever, Nestlé 등이 소스·스프레드 사업부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반면 전통 Kraft 사업부는 Walmart·Kroger 등 대형 유통사와 협상력을 키우려는 식품 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Aptus Capital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Dave Wagner는 “저성장 분야라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실적 압박 지속…2024년 매출 3% 감소·가이던스 하향
회사 전체 매출은 2024년에 3% 역성장했으며, 올해 매출·순익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분할 전후 어느 구조이든 ‘블랙 아이(흠집)’를 피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Wagner는 “현재 구조든 분할 구조든 Tier 1(최상위) 인수 후보로는 매력도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 용어 설명: ‘MAHA’ 운동이란?
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은 미국 내 비만·만성질환 증가세에 대응해, 가공식품과 당·염분 섭취를 줄이자는 시민·정부 합동 캠페인이다. 현 보건부 장관 Robert F. Kennedy Jr.가 주도하며, 식품 라벨링 강화·학교 급식 기준 상향 등 정책 제안이 뒤따르고 있다. 이 운동은 Kraft Heinz와 같이 가공식품 포트폴리오 비중이 큰 기업들의 전략 수정에 직접적 압력이 되고 있다.
종합
결국 Kraft Heinz의 분할 검토는 ‘가치 회복’이라는 명제를 안고 있지만, 분할 그 자체가 문제 해결의 전부는 아니다. 시장은 실질적 인수·합병(M&A) 딜이 뒤따라야만 주주가치가 회복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향후 어떤 글로벌 식품 대기업이 움직여 줄지, 그리고 건강·가격 트렌드 변화 속에서 Kraft Heinz가 어떻게 브랜드를 재정비할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