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반도체 업종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럽 내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친 고점 대비 완만한 재고 감소와 수요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투자자들이 당분간 보수적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JP모건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 산딥 데시판데(Sandeep Deshpande)는 “유럽 반도체주는 여전히 투자하기 까다로운 영역”이라며 매출 둔화·재고 과잉·거시 불확실성을 복합 리스크로 꼽았다.
“주가가 고점 대비 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컨센서스 실적 추정치는 재고가 시사하는 완만하고 불투명한 회복 흐름을 아직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 산딥 데시판데, JP모건
재고 상황을 살펴보면 2분기 전체 반도체 재고 일수는 133일로 전분기(148일) 대비 줄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29% 높다. 자동차 및 산업용 칩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의 재고는 무려 179일로, 2015~2019년 평균치를 55% 웃돈다.
이는 완성차·부품 공급사, 산업재 기업들이 역사적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재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JP모건은 분석했다. 보고서는 “자동차 부품업체는 재고를 약 20%, 산업 기업은 12%가량 줄여야 2019년 수준으로 복귀한다”고 진단했다.
가격 동향도 부담 요인이다. 전력반도체(파워 반도체) 가격은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에서야 소폭 반등한 마이크로컨트롤러(MCU) 가격도 미약한 회복세에 머물러 있다. 데시판데 애널리스트는 “평균판매가격(ASP) 하락, 재고 조정, 관세 부담이 겹치면서 인피니온·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매출 성장률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별 종목 평가에서 JP모건은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IFNNY, IFXGn),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PA), 멜렉시스(MLXS)에 대해 모두 “중립(Neutral)” 의견을 유지했다. 반면,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과 BE 세미컨덕터 인더스트리(BESI)는 상대적으로 방어적 투자처로 추천했다. JP모건은 “ASML은 2026년 실적 가시성이 비교적 높고, BESI는 주문 증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보수적 전략이 강조되는 배경에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 대한 관세 이슈와 매크로 환경 약세가 자리 잡고 있다. JP모건은 “재고가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긴 했지만 절대 수준이 여전히 높아, 뚜렷한 업턴 사이클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용어·배경 설명
마이크로컨트롤러(MCU)는 중앙처리장치·메모리·입출력 회로를 한 칩에 통합한 소형 컴퓨터다. 가전, 자동차, 산업용 기기에 광범위하게 탑재된다.
파워 반도체는 전력 변환·제어 기능을 담당하는 칩으로, 전기차·재생에너지·서버 등에서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가격 변동성이 크며 수급에 민감하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 기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제조 공정의 기술 허리로 불린다.
재고 일수(Days of Inventory)는 현재 재고를 일 평균 매출원가로 나눈 값으로, 지표가 높을수록 판매보다 생산이 빠르거나 수요 부진이 심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 시각
시장 참가자들은 단기적으로 재고 소진 속도, 가격 바닥 형성 시점, 미·중·EU 관세 흐름 등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럽 OEM(완성차 업체)과 1차 부품업체가 얼마나 빠르게 자산 회전율을 정상화하느냐가 반도체 수주·가격의 선행 지표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전기차 침투율 확대가 전력·아날로그 반도체의 구조적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JP모건이 지적한 바와 같이 중·단기적 관세 변수와 경기 둔화가 맞물릴 경우, 투자자들은 리밸런싱 및 종목별 옥석 가리기 전략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재고 정상화 경로가 가시화되고 가격 안정 시그널이 구체화될 때까지는 방어적 비중을 유지하되, 설비투자(CapEx) 확대가 예상되는 장비주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유효하다는 것이 JP모건의 시사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