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검찰이 대학 학자금 지원 플랫폼 ‘프랭크(Frank)’의 창업자 찰리 자비스(Charlie Javice)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자비스는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에 허위 정보를 제공해 회사를 1억7,500만 달러(약 2,350억 원)에 매각한 혐의로 올해 3월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2025년 9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출된 정부 의견서에서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은 개인적 탐욕과 야망이 빚어낸 지속적인 기만 행위이며, 중대 화이트칼라 범죄의 전형적 특징인 허위 진술·문서 조작·수사 방해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자비스가 “자신의 뻔뻔한 행동을 전혀 직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피고인은 9월 12일(현지 시각)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야 처음으로 “전적인 책임을 진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원하는 ‘선고일 이전 구금 기간’(Time Served)에 해당하거나 그와 비슷한 형량은 절대적으로 불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자비스는 대담하고 복합적인 범죄 계획을 주도했다” – 미국 검찰 의견서
자비스 측 변호인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3월 열린 공판에서 배심원단은 자비스에게 은행 사기, 증권 사기, 전신 사기, 공모 등 4개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선고는 9월 29일로 예정돼 있다.
재정적 처벌 요구도 막대하다. 검찰은 자비스에게
① 몰수금 2,970만 달러와,
② 배상금 3억 90만 달러(JP모건이 부담한 변호사 비용 포함)를 함께 명령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몰수금(forfeiture)은 범죄 수익을 박탈하는 절차이고, 배상금(restitution)은 피해 기관이 입은 손해를 그대로 보전해 주는 금액이다.
프랭크는 2017년 설립됐다. ‘대학 학자금 지원 신청(FAFSA) 절차를 쉽게 만들어 준다’는 아이디어로 주목받았으며, 자비스는 2019년 포브스 ‘30 Under 30’에 선정돼 ‘밀레니얼 스타’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성공 스토리는 곧 ‘단군 이래 최대의 학생 데이터 조작 사건’으로 치닫는다.
JP모건은 2021년 9월 프랭크를 인수했지만, 고객 대상으로 이메일을 발송하려다 주소가 대부분 무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수사 결과, 자비스는 “고객 425만 명”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 이용자는 30만 명 안팎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최고경영자(CEO)는 내부 회의에서 인수를 “엄청난 실수(huge mistake)”라고 밝힌 바 있다.
양형기준과 변호인 측 주장
미국 연방 양형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비스의 범행 규모와 유형을 감안할 때 최소 징역 22년이 권고된다. 그럼에도 검찰이 12년을 제안한 것은 범행 인정 여부·전과 유무·사회 복귀 가능성 등을 고려한 절충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자비스 측은 9월 8일자로 제출한 의견서에서 사건을 “삶 전체가 모범적이었던 피고인의 일시적 판단 착오(lapse of judgment)”라고 규정하며, JP모건과 같은 대형 은행이 받은 타격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알아두면 좋은 법률용어
• Bank Fraud(은행 사기): 금융기관을 기망해 자금을 탈취하거나 부당 이익을 취하는 행위.
• Securities Fraud(증권 사기): 허위 사실로 투자자를 오도해 증권 거래에서 부당 이득을 얻는 범죄.
• Wire Fraud(전신 사기): 전화·인터넷 등 통신 수단을 이용한 사기.
• Forfeiture(몰수): 범죄로 얻은 재산을 정부가 박탈하는 절차.
• Restitution(배상): 피해자가 입은 손실을 피고인이 직접 보전해 주도록 명령하는 제도.
전문가 시각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스콧 개키 교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고객 수 부풀리기’는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지지만, 상장은행과의 M&A 단계에서 허위 데이터를 제출한 것은 명백한 형사 범죄”라며, “이번 판결은 투자 유치와 매각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얼마나 치명적 결과가 따르는지 보여 준다”고 평했다.
시장·규제 파급효과
1) 이번 사건은 ‘AI·핀테크 열풍’ 속에 고객 데이터 진위 여부를 검증하려는 금융권의 실사를 한층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스타트업 가치평가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이 사건을 사례 분석에 포함할 전망이다.
공범 올리비에 아마르(Olivier Amar)의 향후 절차
프랭크의 최고성장책임자(CGO)였던 아마르도 자비스와 동일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으며, 선고 공판은 10월 20일 예정돼 있다. 같은 혐의라도 주도·가담 정도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케이스 파일: US v Javice et al, S.D.N.Y., No. 23-cr-00251
[기자 해설] 스타트업 거품 경계령
필자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한 스타트업 창업자의 몰락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사실상 ‘고객 트래픽’과 ‘데이터 베이스’가 기업 가치의 핵심 지표로 간주되는 현재 시장 환경에서, 검증되지 않은 메트릭(Metric)에 의존해 고평가가 이루어졌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투자자·인수기업·규제기관 모두가 실사(듀 딜리전스) 절차를 더욱 세분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 전반의 거품 제거와 투명성 강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성장 스토리’와 ‘실제 데이터’ 간 격차를 자정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핀테크·AI·에듀테크처럼 소셜 임팩트를 내세운 분야일수록 규제 사각지대가 생기기 쉽다. 이번 유죄 평결과 검찰의 12년 구형은 ‘선의’ 뒤에 숨은 허위 과장은 결코 용인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