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무역 갈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는 각국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중앙은행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무역 갈등이 남긴 상흔이 아직 깊다고 지적했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고피나트 수석부총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7월 말 발표할 수정 전망에서 성장률을 일부 상향 조정하겠지만, 하방 위험이 여전히 우세하다”고 밝혔다.
그녀는
“관세 인상 전에 물건을 미리 들여오려는 ‘프런트로딩(front-loading)’과 일부 무역 전환 효과 덕분에 2분기 지표가 예상보다 나았지만, 구조적 위험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고 덧붙였다. 또 물가 상승률이 완만하게 떨어지고, 일부 금융 여건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4월 보고서에서 이미 대폭 하향…이번엔 소폭 상향 전망
IMF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미국·중국 등 대부분 국가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낮춘 바 있다. 미국의 경우 0.5%p, 중국은 0.4%p, 전 세계 평균은 0.3%p 하향 조정돼 2025년 세계 성장률 2.8%로 제시됐다. 이는 10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미국의 관세가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킨 결과라는 평가다. 시장 컨센서스는 이번 7월 수정 전망에서 0.1~0.2%p 정도의 소폭 상향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고피나트 수석부총재는 “조정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 각국에 던진 세 가지 주문
첫째, 무역 갈등 해결중장기 과제 — “보호무역 조치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다자간 무역 규범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IMF의 입장이다. 고피나트 수석부총재는 “이익이 되는 쪽으로만 교역 규칙을 재단하면 공급망 불안을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재정 기조 정상화 — 팬데믹 이후 확대된 재정 지출을 과감히 축소해 부채를 지속가능 궤도로 돌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고령화·기후변화 대응 비용으로 중장기 재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구조적 재정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셋째, 통화정책 미세조정과 중앙은행 독립성 — 각국 중앙은행이 국가별 상황에 맞춰 정책 금리를 정교하게 조정하되, 정치적 개입을 차단해 신뢰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G20 공동성명에도 반영돼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 신흥국 자본 흐름 “탄력 있지만 부족”
신흥국·개도국으로의 자본 유입은 최근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 그러나 고피나트 수석부총재는 “대부분 차입 비용이 아직 높아 여신 접근성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강달러, 글로벌 금리 수준,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부채 지속 가능성이 취약한 국가는 선제적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적시·효율적인 채무 재조정이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방지하는 열쇠”라고 거듭 강조하며, 중저소득국뿐 아니라 중진국도 G20 공동 채무조정체계(Common Framework)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용어 설명: 프런트로딩·무역 전환 효과
프런트로딩(front-loading)은 관세 인상이나 규제 강화가 예정될 때, 기업이 그 이전에 수입을 앞당겨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무역 규모가 늘어나는 착시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무역 전환 효과(trade diversion)는 특정 국가에 부과된 관세를 피해 다른 국가로 조달처를 바꾸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공급망 재편과 가격 변동을 야기해 세계 교역 구조에 장기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 기자 전문 의견
IMF의 신중한 어조는 ‘성장률 소폭 상향’이라는 헤드라인보다 정책 불확실성의 지속에 방점을 찍고 있다. 보호무역 기조가 구조적 리스크로 굳어지면, 이번 기회에 반등이 나오더라도 다시 하향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한국과 같은 개방형 경제는 수출 시장 재편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한 국내외 금리 차, 원화 변동성, 대외의존적 제조업 비중 등을 고려하면, IMF가 권고한 재정·통화정책 균형을 조기에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IMF의 메시지는 ‘낙관론보다 준비가 우선’이라는 데 요약된다. 무역 갈등 해소를 위한 다자주의 복원, 공공부문 개혁, 통화당국의 신뢰 제고가 동시에 이행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미약한 회복은 자칫 반짝 반등으로 끝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