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마감 동향
지난 17일(현지시간) ICE 선물시장에서 2025년 12월물 뉴욕 코코아(종목코드 CCZ25)는 전일 대비 +14달러(+0.19%) 오른 파운드(lb)당 7,2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만기의 런던 코코아(#7, CAZ25)는 -6파운드(-0.12%) 하락한 5,222파운드로 약보합 마감했다.
2025년 9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장중 한때 투자심리를 압박했던 서아프리카 지역의 강우 소식에도 불구하고, ICE가 집계하는 미국 항만 기준 코코아 재고가 204만 8,998자루로 4.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뉴욕 코코아는 낙폭을 모두 회복해 상승 전환했다.
“서아프리카 전역에 내린 비로 꽃이 피어나는 현상이 촉진돼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재고 감소라는 공급 신호가 더 강력하게 작용했다.”
1. 최근 기상·수급 변수
이번 주 초 뉴욕 코코아는 서아프리카 가나와 나이지리아의 건조 피해 우려로 2주 만에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양국에서는 강수 부족으로 일부 꼬투리가 시들어버렸다는 보고가 나왔다.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 수출 속도 둔화 역시 가격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9월 14일 기준, 10월 1일로 시작된 2024/25 회계연도 누적 선적 물량은 182만 t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월 동기 대비 35% 급증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다.
2. 수요 둔화 우려
지난주 화요일 코코아 가격은 1.75개월 만에 저점으로 후퇴했다. 높은 원두 가격과 각종 관세 부담이 초콜릿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되면서다. 스위스의 린트&스프륀글리(Lindt & Sprüngli AG)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벨기에계 글로벌 업체 바리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 AG)도 같은 달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췄다.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급감해 10년 만의 최대 폭 감소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글로벌 초콜릿 제조사 몬델리즈(Mondelez)는 최근 서아프리카 코코아 포드(꼬투리) 수가 5년 평균 대비 7% 많고, 지난해보다 “현저히 높다”고 평가하며 공급 증가 기대감을 내놨다. 이 같은 발언은 공급 우위 시장 환경에 힘을 실어 가격에 하방 압력을 더했다.
3. 생산 전망 및 품질 이슈
지난달 중순 코코아 가격이 두 달 만의 고점을 기록했던 배경에는 서아프리카의 이례적인 한파·건조가 있다. 기상 전문사 Commodity Weather Group에 따르면 최근 60일간 서아프리카 강수량은 1979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이는 10월 시작되는 메인 크롭(주요 수확기)에 앞서 꼬투리 탈락률을 높여 생산량을 제한할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아이보리코스트의 미드 크롭(4월~9월 수확) 품질 악화도 가격 지지 요인이다. 라보뱅크(Rabobank)는 “늦은 우기로 성장기가 부족해 결실이 부실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미드 크롭 예상 생산량은 40만 t으로 전년도 44만 t 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의 경우, 나이지리아코코아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30만5,000 t으로 11%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2024/25년 6월 수출은 1만4,597 t으로 전년 대비 0.9% 소폭 증가해 단기 공급 공백을 일부 상쇄했다.
4. 수요 지표: 그라인딩(Grinding) 감소
유럽코코아협회에 따르면 2분기 유럽 그라인딩(원두를 분쇄해 코코아 딥이나 버터를 만드는 공정)은 전년 대비 7.2% 감소한 33만1,762 t에 그쳤다. 그라인딩은 실제 초콜릿 원료로 전환되는 물량을 의미하므로 수요 둔화의 직접적인 지표로 활용된다.1
같은 기간 아시아코코아협회는 17만6,644 t으로 16.3% 급감, 2분기 기준 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도 2.8% 감소한 10만1,865 t으로 집계됐으나, 아시아·유럽보다는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1용어 설명 : ‘그라인딩’은 소비자 판매용 초콜릿·코코아 파우더·버터로 전환되기 전 단계의 가공 공정을 뜻한다. 따라서 그라인딩 수치는 실질적인 최종 수요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5. 국제기구 전망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년도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4,000 t으로 상향 조정, 60여 년 만의 최대치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13.1% 감소해 438만 t으로 집계됐다.
재고 대비 그라인딩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은 27.0%로 4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표가 낮을수록 재고가 타이트하다는 뜻이다. ICCO는 그러나 2024/25년에는 14만2,000 t의 공급 과잉을 예상하며 4년 만의 흑자를 전망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2024/25년 생산량이 7.8% 늘어난 484만 t으로 반등할 것이라 내다봤다.
6. 국내외 투자자 유의 사항
코코아 가격은 단기간에 기상 이슈, 재고 지표, 수요(그라인딩) 지표 등 복합 변수를 반영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ICE 재고와 유럽·아시아 그라인딩 수치는 고점·저점 변동성을 예고하는 핵심 선행지표로 꼽힌다. 국내 투자자 역시 국제 현물·선물 가격 동향과 함께 주요 업체의 판매 실적, ICCO 공급 전망 등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단위 표기 안내: ‘t’는 미터톤(metric ton, 1t=1,000kg)을 의미한다. 기사 내 모든 수치는 특별한 명시가 없는 한 미터톤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