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IBM은 watsonx, 레드햇 리눅스, 컨설팅, 특화 하드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완전한 AI 전략을 구축 중이다.
대형 컨설팅·엔터프라이즈 계약은 판매 주기가 길고 매출 인식이 고르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고객 락인(lock-in) 효과도 강력하다.
IBM의 밸류에이션은 오라클 대비 현저히 낮아 재평가 여지가 크다.
반면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거인 오라클(NYSE: ORCL)은 2025년에도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월 18일 기준 6개월 만에 97% 급등했으며, 시가총액이 8,550억 달러로 1조 달러 클럽 문턱에 근접했다. AI 붐 수혜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을 잇달아 따낸 덕분이다.
2025년 9월 2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시장은 오라클을 ‘AI 하이퍼스케일러’로 재평가하고 있으나, 밸류에이션 부담이 만만치 않다. 투자자들은 오라클의 장기 성장 지속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필자는 오히려 향후 5년 내 오라클 시가총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IBM(뉴욕증권거래소: IBM)은 정반대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 ‘빅블루’는 AI 사업을 꾸준히 확장 중이지만 월가의 관심은 크지 않다. 현재 시가총액은 2,440억 달러로 오라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업용 메인프레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컨설팅을 엮은 풀스택 AI 솔루션은 아직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BIG BLUE는 화려하지 않지만 거대하다
IBM이 AI 헤드라인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대형 고객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IBM은 대규모 데이터 센터와 보안 요건이 까다로운 포춘 500 기업을 타깃으로 맞춤형 AI 서비스를 설계한다. 언론 플레이보다 철저한 기술 검증과 장기 파트너십을 선호한다.
오라클 역시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려 하지만, 세부 전략은 다르다. 예컨대 IBM은 메인프레임 호환 시스템을 직접 제조·운영하지만, 오라클은 메인프레임 마이그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다. IBM은 레드햇 리눅스(RHEL)를 보유하고 있고, 오라클 리눅스는 RHEL을 변형한 자체 클라우드 최적화 버전이다.
▶ IBM의 ‘데이터 품질’ 모트(Moat)
IBM의 watsonx 플랫폼은 생성형 AI 결과뿐 아니라 결과를 도출한 원본 소스까지 추적·제공한다. 데이터 무결성과 감사 가능성이 중요한 규제 산업·대기업에 최적화된 구조다. 이러한 고품질 데이터를 무기로 IBM은 2024년 여름 20억 달러였던 생성형 AI 수주잔고를 최근 75억 달러까지 키웠으며, 계약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계약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보안·성능 테스트와 경영진 보고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고객은 수년간 IBM 생태계에 묶인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나 메인프레임 납품이 끝이 아니라, 컨설팅·운영·업그레이드가 연속해서 따라오기 때문이다.
▶ 숫자로 본 IBM vs. 오라클
현재 IBM은 오라클보다 총매출이 높으며, 잉여현금흐름(FCF) 마진도 안정적이다. IBM 주가는 FCF의 20배, 순이익(Forward EPS)의 22배에 거래된다. 반면 오라클은 FCF가 최근 마이너스로 전환했는데도 이익의 37배라는 고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 전 세계에 수백 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을 뜻한다.
▶ 전문가 해석
오라클의 주가 랠리는 AI 열풍과 대형 계약 덕분에 ‘성장 기대’를 선반영해 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탄탄한 현금흐름과 보수적 재무구조를 지닌 IBM이 저평가 구간에 머무는 동안, 투자자는 리스크 대비 수익 면에서 IBM 쪽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다. 필자는 2030년이면 IBM 시가총액이 오라클보다 커질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본다.
▶ 생소한 용어 해설
생성형 AI(Generative AI):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텍스트·이미지·코드 등을 새롭게 생성하는 인공지능 기술.
메인프레임: 대형 기업의 핵심 업무를 처리하는 고성능 중앙 집중형 컴퓨터.
락인 효과: 특정 서비스 도입 후 전환 비용이 높아 타사 제품으로 변경하기 어려운 현상.
결론적으로 IBM은 현금흐름·밸류에이션 면에서 ‘가치주(value stock)’ 특성을, 오라클은 ‘성장주(growth stock)’ 특성을 강하게 띤다. 향후 마켓 센티먼트 전환과 금리 기조 변화가 이어질 경우, 방어적 성격의 IBM에 상대적 강점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오라클 주가가 과열됐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려면 실적·현금흐름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며, 그 과정에서 IBM과의 시가총액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