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스타트업 전용 혁신금융(innovation banking) 조직을 싱가포르로 확장하며 15억 달러(약 2조 400억 원)의 자금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HSBC가 전 세계적으로 ‘현금 소모형(cash-burning)’으로 불리는 기술·헬스케어 스타트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전략의 일환이다.
HSBC는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직후 해당 은행 출신 인력 수십 명을 영입해 혁신금융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이후 불과 2년 만에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이스라엘·유럽·인도·홍콩·중국 본토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총 900명 이상의 전문 은행가를 거느리게 됐다.
혁신금융이란 무엇인가
혁신금융은 전통적 담보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중시해 자금을 공급하는 특수 부문이다. 주로 벤처캐피털(VC) 투자 유치, 초기 공모(IPO) 준비, 연구개발(R&D) 자금 소요 등으로 현금 흐름이 불안정한 스타트업이 대상이다. 일반 대기업 여신과 달리, 높은 리스크를 수용하는 대신 빠른 성장에 따른 수익을 노린다.
HSBC 글로벌 혁신금융 총괄 데이브 새보(Dave Sabow)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술·헬스케어 등 고성장 부문의 자금 소모형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신용 정책을 별도로 운영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높은 자본이 기술 부문으로 몰리고 있는 만큼, HSBC의 대차대조표는 그 자본을 안정적으로 예치할 최적의 장소”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부분이다. 기술기업 자금 조달과 잇따른 IPO를 고려할 때, 당사의 대차대조표는 자본을 주차하기에 훌륭하고 안정적이다.” – 데이브 새보, HSBC 글로벌 혁신금융 총괄
HSBC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동안 혁신금융 부문의 활성 고객 수는 약 60% 증가했고, 예금은 50%가량, 대출 약정은 25% 늘었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수백억 달러 규모일 것으로 추정한다*비공개 수치.
싱가포르 시장 선택 배경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창업 허브이자, 아시아 태평양 벤처 자금의 관문으로 평가된다. HSBC는 기존 아세안(ASEAN) 네트워크와 결합해 스타트업의 지역 확장·글로벌 진출을 동시에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최근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핀테크 육성 정책으로 기술·핀테크 기업이 급증하고 있어, 초기 수요 확보가 용이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보 총괄은 “싱가포르 배정액 15억 달러는 추가 자금 투입의 ‘마중물’“이라며 “시장 반응에 따라 규모를 탄력적으로 확대할 여지가 크다”고 전했다.
전문가 관점 및 향후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HSBC의 행보를 ‘SVB 공백(空白)’을 메우는 동시에 글로벌 비즈니스 다변화 전략으로 본다. SVB 파산 이후 미·영 스타트업 생태계는 신뢰할 만한 대형 시중은행을 필요로 했고, HSBC가 그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고위험·고수익 구조 특성상 경기 침체 시 부실 위험이 확대될 수 있어, 리스크 관리 능력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지적된다.
또한 아시아 스타트업 시장은 토종 은행·빅테크 금융 자회사 등 경쟁자가 많다. HSBC가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는 것은 글로벌 네트워크·달러 유동성·전통 은행의 인프라다. 실제로 다수 스타트업은 미국 달러 예치 및 해외 투자자 연결을 위해 글로벌 은행 계좌를 선호한다.
한편 HSBC는 싱가포르 외에도 인도·이스라엘·유럽 대륙 주요 도시를 추가 거점으로 검토 중이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신흥시장 VC와 공동 펀드 조성, IPO 컨설팅 등 비(非)대출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참고: 1달러=약 1,360원(10월 29일 장중 환율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