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SE 100 보합세·파운드 강세…엇갈린 영국 기업 실적이 시장 관망세 이끌다

런던 증시 대표 지수인 FTSE 100이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영국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런던 증시 FTSE 100 지수는 한국 시각 오후 8시 53분(현지 시각 11시 53분) 기준 0.04% 소폭 상승한 반면, 파운드화는 달러화 대비 1% 넘게 급등하며 1.34달러선을 회복했다. 이는 기업별 상반기 실적 발표가 긍정·부정 신호를 동시에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방향성을 제한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독일 DAX 지수는 0.5% 하락했고, 프랑스 CAC 40 지수는 0.1% 상승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가 엇갈린 가운데 영국 증시 내부에서도 업종별 분위기가 뚜렷이 대비됐다.


1. PageGroup – 인력 수요 둔화로 순익 급감

글로벌 헤드헌팅·채용 업체 PageGroup(LON: PAGE)은 2025 회계연도 상반기 세전이익이 27.7백만 파운드에서 0.2백만 파운드로 99% 가까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898.0백만 파운드에서 798.4백만 파운드로 줄었고, 영업이익도 28.4백만 파운드에서 2.1백만 파운드로 감소했다. 기본·희석 주당순이익(EPS)은 5.3펜스에서 0펜스로 떨어졌다.

PageGroup 측은 “글로벌 고용시장 둔화와 구조조정 비용이 실적을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1: 세전이익(Pre-tax Profit)은 법인세 비용을 차감하기 이전의 회사 이익을 의미하며, 기업의 영업·재무 성과를 파악할 때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2. Entain – 온라인 사업 호조로 가이던스 상향

Entain(LON: ENT)은 2025 회계연도 상반기 기초 EBITDA2가 583백만 파운드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고 발표하며, 연간 이익 전망치를 상향했다. 특히 미국 합작 법인 BetMGM의 매출이 35% 급증해 성장을 견인했다.

용어 설명2: EBITDA(감가상각·무형자산상각 전 영업이익)는 현금 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 간 수익성 비교에 자주 쓰인다.


3. Bellway – 순현금 전환·주택 인도량 증가

주택 건설사 Bellway(LON: BWY)는 2025 회계연도(2024년 8월~2025년 7월) 말 기준 순현금 42백만 파운드를 기록해 지난해 10.5백만 파운드 순부채에서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주택 인도 물량은 7,654호에서 8,749호로 14.3% 늘었고, 주택 매출도 17% 증가해 2.76억 파운드를 넘어섰다.

주택 인도량(housing completions)은 건설사가 실제로 고객에게 소유권을 이전한 주택 수를 뜻한다. 이는 건설사의 실질 매출 인식 시점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다.


4. Spirax Group –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

산업용 열·유체 제어 전문기업 Spirax Group(LON: SPX)은 2025년 상반기 EBIT 159백만 파운드를 기록하며 컨센서스(151백만 파운드)를 5% 상회했다. 이에 따라 주가가 장중 15% 이상 급등했다.


5. Genuit Group – 실적 증가에도 주가 하락

Genuit Group(LON: GENG)은 상반기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연간 가이던스를 유지하는 데 그치면서 비용 부담과 시장 성장 한계를 우려한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확산, 주가는 7% 이상 하락했다.


6. Derwent London – 공실률 부담에 실적 정체

런던 상업용 부동산 투자사 Derwent London(LON: DLN)은 2025년 상반기 실적이 전년과 유사한 수준에 머물렀다. 공실률 증가에도 렌털 성장 가이던스를 재확인했으나 일부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밑돌면서 주가는 5% 넘게 떨어졌다.


시장 해석 및 전망

영국 증시는 최근 몇 주간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 영란은행(BOE)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파운드화 변동성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 파운드 강세는 수입 물가 하락에는 긍정적이지만,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FTSE 100 대형주의 실적 전망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별 펀더멘털이 주가 향방을 좌우하는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용·부동산처럼 경기 민감도가 높은 업종은 고용·수요 둔화 리스크를, ▲온라인 베팅·산업 기술 등 구조적 성장 분야는 수익성 개선 모멘텀을 각기 반영하며 주가 변동폭을 키우고 있다.

투자자들은 8월 말 예정된 영란은행의 차기 통화정책 회의와, 9월부터 본격화될 유럽·미국의 하반기 실적 시즌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금리·환율·소비지출 추이가 영국 증시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 FTSE 100 지수란? 런던증권거래소(LSE)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영국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경기 지표로 활용된다. 한국의 KOSPI200과 유사한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