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발】 고성능 컴퓨팅(HPC) 전용 클라우드 기업인 코어위브(CoreWeave)가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비트코인 채굴 및 데이터센터 임대업체 코어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을 약 90억 달러(약 12조 원)에 인수·합병(M&A)하려는 계획이 주요 주주들의 공개적 반발에 직면했다.
2025년 8월 5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일부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코어사이언티픽의 핵심 주주들은 해당 거래 조건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가격이 과도하게 할인됐다”며 이사회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원문을 전한 로이터 통신은 ‘독자적으로 해당 내용을 검증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 반발의 배경
FT가 인용한 투자자 서한에 따르면, 반대 세력은 인수 가격 산정 과정에서 코어사이언티픽의 잔존 가치와 성장 잠재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비트코인 반감기 주기 이후 채굴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 그리고 AI·머신러닝 워크로드용 데이터센터 수요 등 추가적인 수익 창구를 감안하면 90억 달러는 ‘저평가’라는 게 이들의 논거다.
● 코어위브·코어사이언티픽은 어떤 회사인가?
코어위브는 GPU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며, 대형 언어모델(LLM) 학습·추론, 영화 렌더링, 생명공학 시뮬레이션 등 높은 연산 집약적 작업을 지원하는 기업이다. 반면 코어사이언티픽은 텍사스, 노스다코타 등지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마이닝 팜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사 시설 중 일부를 다른 블록체인 기업이나 HPC 고객에게 임대해 정기 임대료 수익도 창출한다.
● 거래 구조
FT가 전달한 개요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현금과 주식 혼합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구체적인 교환 비율과 락업(lock-up)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며, 미국 외국투자심의위원회(CFIUS) 검토 등 규제 절차도 남아 있다.
● 주주 행동주의 확산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암호화폐 채굴사·데이터센터 기업을 둘러싼 M&A가 늘어나면서 기업가치 산정 방식을 두고 분쟁이 잦아졌다고 분석한다. 소위 ‘주주 행동주의’ 펀드들은 공시 의무 확대, 우호적 조건 재협상,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면서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 업계 파급 효과
만약 이번 거래가 좌초되면 비트코인 채굴 및 HPC 인프라 업계에서 대형 합병 시도가 한동안 위축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반대로 재협상을 통해 프리미엄이 상향 조정되면, 향후 유사 거래에서 주주 몫을 확대하는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 뉴욕 소재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단순한 서버 숙소가 아닌, AI 시대의 석유 저장고’라며 ‘토지·전력·냉각 인프라를 선점한 기업의 가치는 앞으로도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데이터센터 임대업은 서버 공간, 전력, 냉각, 네트워크 연결 등을 통합 제공해 고객사가 물리적 인프라 구축 비용을 줄이도록 돕는 서비스다. GPU 클라우드는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다수 연결해 딥러닝·과학 계산 등 병렬 연산 성능을 극대화한 클라우드 컴퓨팅 형태를 말한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약 4년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이벤트로, 통상적으로 가격 변동성과 채굴 난이도 상승을 동반한다.
● 향후 전망
FT는 ‘양측 경영진이 협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합병 계약서가 최종 마무리되려면, 현재 반기를 든 주주들의 찬성표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수 실패 시 코어사이언티픽은 대안적 자본 조달이나 기업공개(IPO) 재추진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코어위브 역시 확장 전략을 일부 조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 결론 및 전문가 의견
현 시점에서 거래 성사 여부는 불확실성이 크다. 다만 시장은 AI 클라우드 수요 증가와 암호화폐 채굴 생태계의 체질 개선이라는 두 축이 맞물리면서 데이터센터 자산의 전략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이 미흡할 경우 주주 반발이 다시금 불거질 수 있음을 경고하며, ▲거래 구조 투명성 ▲장기 성장 로드맵 ▲자본 효율성 제고를 3대 과제로 꼽는다.